간밤엔 생뚱맞게
젊은 시절 한때 머물던 산자락 토담집 찾았는데,

그 시절 뒬안 대나무들
겨울바람 쓸려 몸뚱이 누이며
웅웅 울어댈 적 마다 얼마나 많은 밤들
대숲소리 웅얼거림에 잠못이루었던가

얼어붙은 밤 대나무 쓸리는 소리
또 얼마나 가슴저리게 외로움 일깨워주었던가

가슴 밑바닥 쓸어대던 그 소리
내가 아는 가장 아프고 가장 그리운 노래라서
성긴 머리칼 바람에 날려 댓잎마냥 쓰러졌지

세상 모든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고,
이별 이루어져야 비로소 의미 생겨나니,
이별의 누적은
영혼 창공에 별 수놓는 일 같이 차라리 아름답지만

폐허 내리는 눈처럼 슬퍼 탄력잃은 허송의 날에는
허공 휘날리는 눈발에서라도
일말의 희망과 구원 멧세지 탐하면서
밤 새 바람도 그침 없었거늘

왜들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 난 알 길 없다
도무지 알 길 없다
정말로 알 길이 없다
맑고 푸른 댓잎소리는 비밀스레 보호되는 겨울밤
더 빛날지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