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지는 모라바강 강둑에 서서
날개짓도 없이 떠나간
고니 커다란 둥지 바라보면
퀭하니 허공가 화들짝 깨어난 꿈
무수하게 자라나고

닻 상실하여 뭍에다 골라 다져지은 성곽 돌담마다
어깨죽지 부르르 떨며
허물벗는 소리가
허무를 이야기하다

하늘에서 길잃고 헤매다
지상으로 떨어진
천사,
그래서 사랑으로만 말하는그대가 내게 불러주던
최후의 발라드,

넘기는 일력장에
자연의 섭리 스며
겨울 이윽히 해동하고
느림 미학으로 찾은 나의 살떨리는 키스가
그대속에 닻 내릴 때

마침내 허무는 사랑으로 부활하여
휘청 굽어 더 정겨워진 노년잔치가
들꽃무리 진 벌판 가로지르며
하염없이 내달리는 백마왕자 되어
황홀한 바이올렛꿈에 손잡아 닻 펼쳐
영원으로 스며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