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순정한 악 만이
선의 문 열게 할 수 있으며
그래서 사랑은 고통과 괴롬 안겨줄 뿐이라고

칸트도 스탕달도
평생 살고 죽은 후에야 경고 귀기울였지만
그건 죄다 개소리이고,

머리카락 하얗게 바스라지도록
허리 굽은 소나무들 바람 부대끼면
서쪽산으론
값싼 사탕빛깔 분홍 노을만 끈적하게 버티고 선
하루살이 끝단락

황톳물보다 탁한 잠속으로
비스듬히 스러진 나무토막 쓸려들고
의지와 내통하며 날 학대하던
내부의 무엇이 무엇인가를
조정하고 있는데

어느 때에 견줘도 순수하며
은밀히 보여진 오늘 일몰,
희미하고도 날카로운 관능성과
감각적 기억 선명한 재현속 묻어나는
평화와 고요 너무 흐뭇하여

어룽지는 물위 봄꽃잎 분분히 날아드는듯
행복감의 정수로 간직한
그 날 상상하면

일곱때깔 하모니 실핏줄 연주하며
아드레날린무더기 팍팍 분비되니
잘 살아내라는,
잘 견뎌내라는,
잘 이겨내라는,

함성소리 실려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