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깔리면
하늘도 숲도 콘크리트 낙원도 온통
먹빛깔 되지

땅거미 먹빛깔은
동트기전 그 먹빛깔과는
완전 다른 의미야
깔은 같은데 빛이 다르거든

대충은
불안 부르는 빛,
충동 깨우는 빛,
뭐 그렇게 머리 낮추고 포복해오는 광 기의 그림자일 뿐 -

불꺼진 방에서 시간 뜯어먹는 암세포,
상처잃은 피딱지,
인생의 비의 빛깔은
뭉뚱그려봐도 말짱 속임수야

고통 피하려고 미래로 도피하는
내 시간의 진로에는
하나의 먹빛깔 선이 있거든
일단 이 선만 넘으면 현재의 고통 싸그리 중단되는 거지

그렇게
뭐든 첨에는 속아주는 거야
속아주다 보면 속게 돼
자꾸 속다 보면 믿게 되고

그게 바로 믿음이야

땅거미는 동트기전 먹빛깔로 찾아오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