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라 !
갑자기 내가 말 많이 하네

나에게도 말 많이 하고
남에게도 말 많이 하고
아는 이들에게도 말 많이 하고
밖에 나가 모르는 이들에게도 말 많이 하고
집에 돌아와 식구들에게도 말 많이 하네
쉬지도 않고 쉬지도 않고 많은 말 하네

말수 적던 나는 이제 없어져버렸네
말이 이제 더이상 참을성을 잃었네
내 말들은 휘딱휘딱 형체 이루며
의도와 숨결 가지고
저 스스로 세상에 들려지고 싶어 조바심 쳐대네

내 말들은 사람들 가까이에서 기회 엿보며
자신들이 들어가얹힐 혓바닥들을 귓구멍들을
찾아헤매네
철철 울며.... 울며.... 또 울며....

세상 모든 혓바닥이 뱉어낸 말들, 그리고
내 혓바닥이 뱉어낸 말들에 강타당해 난
헌 걸레처럼
막 남루해지고 막 찢어지네

말들이 나를 갈가리 갈라가지고
영원히 붙잡고 늘어지나보네

울며불며 사람들 귀에 대고 지껄이는 동안
말은 흘러흘러 사라져가고
목청은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게 되네
아직도 할 말은 많고
해야 될 말도 많은데,

나는 목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말 대신 입만 벙긋거리네
소리도 없이 소리도 하나 없이
계속 소리 없는 말을 해대고 있네

그 후,
마냥 드러누워
그냥 말없이 울기만 하네
이렇게 울고있네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