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해준 것 없이
허랑방탕 세상 떠돌면서
그저 나 혼자만의 세월 흘려보내다 뒤돌아 보았더니
그 아이는 그새 이미 훌쩍 다 커버렸더라니까

이제 와서 새삼 이런 말 하자니
한편 부끄럽기도 하고
실은 좀 민망해서 말문이 막히긴 하네
하기는 나야 두 눈뜨고 그 아이 제대로
보기도 미안할 따름이지, 뭐
애저녁에 도리상 일절 내가 무슨 한 일이 있다구

그 아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부모란 사람들이 둘다 사회의 일 한답시고
밖으로만 돌아치면서
방치하며 무관심했던 바람에
줄곧 제 이모를 엄마로 알아 그 손에서 거의 키워졌고,

가정교육도 하나 받지 못한 채로
외할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사랑삼아 성장했는데도
전혀 그늘도 구김살도 없으며
늘상 밝고 자신감 있는 성격 스스로 만들어내면서 큰거지

골치덩어리였던 네살 터울 남동생
사춘기시절 저지르는 말썽 사고 문제해결에
숨겨진 보호자노릇 훌륭하게 잘 해내며
그리 자라났구, 정말이지 든든한 기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