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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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시작의 염원 *



시작노트

" 새 시작의 염원 " 詩作 note

목하 ‘세모(歲暮)’다. 요즘은 ‘세밑’으로 순화해서 사용하기도 하는, ‘한 해가 끝나갈 무렵’이라는 뜻의 단어다. 이제 이번 주만 지나면 새 해다. 대망의 ‘원단(元旦)’을 맞이하게 된다. 물론 정작 우리의 설날은 음력으로 쇠는 거니까, 원단은 좀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달력의 첫 장을 열어 바야흐로 가슴 뛰는 역사가 새로 쓰여지기 시작하는 건 실제로 양력 정월 초하루다. 그러니 새로운 날들의 시작이며, 예컨대 한 해의 ‘효시(嚆矢)’다. 그 바로 앞에 우리가 섰다. 그러니 어찌 두근대지 않으랴!

생각할 것도, 작심할 것도 많고, 돌이켜 반성하며 의지를 곱씹을 일도 부지기수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분주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시절이다. 하지만 정작 이럴 때, 과연 어떻게 처신을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갈무리를 해야 옳을지, 다가오는 날들의 계획이나 포부는 어찌 정리를 해서 개시를 해야 할지를 제대로 알아 처신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를 않다. 그냥 앞뒤도 미처 모르고, 시비도 차마 분간키 어려워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해는 바뀌고, 어느 결에 새로 밝아온 해가 다시금 속절없이, 하릴없이, 맥없이 뜨고는 진다.

막상 후회와 통한만으로 접기에는 너무도 아쉬운 게 우리의 한 해 삶이었다 자각은 했어도, 다시는 반성하며 슬퍼하는 부질없는 살림살이는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은 거듭 했어도, 시간이 지나서 돌이켜보면 미련한 짓거리는 매양 한 가지라, 그저 하나같이 뻔한 모양새의 연속이다. 그러니 이 노릇은 씹어볼수록 안타깝고 가소롭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되도 않는 큰 포부나 계획은 애저녁에 뒷전으로 물리고, 소박하나마 옹골찬 소망이라도 하나 장만해서, 애써 가꾸고 키워 작은 보람이라도 찾아내는 것이 어쩌면 약삭빠른 삶의 팁일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에게 힘을 주는 한 마디의 힘’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SNS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내용의 글이 있다. 그의 아버지는 6. 25 전쟁에서 한 쪽 눈을 잃고 팔다리를 다친 ‘장애 2급’ 국가 유공자였다. 아버지는 그에게 반갑지 않은 이름이었다. ‘병신의 아들’이라 놀리는 친구들 때문이었다. 가난은 그림자처럼 그를 둘러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을 때마다, 술의 힘을 빌려 말했다. “아들아, 미안하다.” 바로 ‘이국종 교수’의 이야기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학교 때 축농증을 심하게 앓은 적이 있습니다. 치료를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는데 국가 유공자 의료복지카드를 내밀자 간호사들의 반응이 싸늘했습니다. 다른 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들었고 몇몇 병원을 돌았지만, 문전박대를 당했습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며, 이 사회가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얼마나 냉랭하고 비정한 곳인지 잘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받아 줄 다른 병원을 찾던 중 그는 자기 삶을 바꿀 의사를 만나게 된다. ‘이학산’이라는 이름의 외과 의사였는데, 그는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그는 진료비도 받지 않고 정성껏 치료하곤, 마음을 담아 이렇게 격려했다. “열심히 공부해서 꼭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 그 한 마디가 어린 이국종의 삶을 결정했다.

‘의사가 되어 가난한 사람을 돕자, 아픈 사람을 위해 봉사하며 살자.’ 그를 대표하는 삶의 원칙도 그 때 탄생했다. “환자는 돈 낸 만큼이 아니라, 아픈 만큼 치료받아야 한다.” 어린 이국종이 내민 의료복지카드를 보며, “아버지가 자랑스럽겠구나.” 라는 말을 한 의사가 없었다면, 그는 우리가 아는 이국종이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부끄럽다고 생각한 의료복지카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 준, 근사한 한 마디가 세상을 아름답게 했다.

누군가 자신의 꿈을 말할 때, 당신은 뭐라고 답해주는가? “다 좋은데, 그게 돈이 되겠니?” “너 그거 하려고 대학 나왔니?” “그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이야!” 그런 말은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호응하면 어떨까? “네 꿈 참 근사하다.” “참 멋진 꿈을 가졌구나!” “그런 꿈을 가진 네가 나는 참 자랑스럽다.” 한 사람의 꿈은, 그것을 지지하는 다른 한 사람에 의해 더 커지고 강해진다. 그 사람을 사랑한다면, 당신이 그 한 사람이 되자. 한 마디만 달리 말해도,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다.

많은 말을 건네고 싶은 이 시절이지만, 그래서 많이 반성하고, 많이 계획하고, 많은 꿈을 새롭게 꾸기에 적합한 때이긴 하지만, 구태여 구구절절 많은 이야기가 뭐 그리 필요하겠는가? 우리의 새 해는, 이국종 교수를 만들어낸 어린 시절의 그 의사같은 아름다운 마음을 한 번씩 되짚어보는 걸로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신간서적으로 출판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책이 있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이라는 제목의 책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몸짓 언어(보디 랭귀지)의 권위자인 ‘앨런 피즈’와 부인인 ‘바바라 피즈’ 공저로 지난 달에 번역되어 첫 선을 보였다. 여자들이 말을 할 때 입을 꼭 다물고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으로 유명한 앨런 피즈는,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커뮤니케이션과 보디 랭귀지에 관한 강연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에도 출연하고 있다. 그가 제작한 텔레비전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시청했다고 한다. 그는 전 세계의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트레이닝 코스와 세미나를 실시하고 비디오로 제작하는 '피즈 인터내셔널'의 CEO이기도 하며, 지금까지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특히 이 책은 인생의 주도권을 잡고,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난관을 극복해 마침내 원하는 것을 얻는, 간단하지만 강력한 원칙들을 소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생의 모든 것은 내가 어떤 생각을 품는가에 달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생각의 힘’에 대한 강조는 이미 여러 책을 통해 접해 온 주장이다. 그러나 성공한 몇몇 이들의 주장과 생각은 그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이 아니다.

비루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라는 말이 주는 용기 이면에 있는 ‘간절히 원하면 우주의 기운이 나서 도와준다’는 식의 무조건적 신념에 코웃음 칠지 모른다. 인생이 정말 내가 생각하는 대로,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면 지금의 이 현실은 무엇이란 말인가! 수많은 실패자들은 마음에 실패를 품어서 실패했단 말인가? 생각의 힘을 강조하는 주장과 더불어 늘 제기되는 이런 의문들은 냉소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우리의 생각을 읽었다. 그래서 가장 먼저 ‘우리 뇌가 가동하는 기막힌 소원성취 시스템’으로서의 ‘망상활성계’에 대해 설명한다. 성공철학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나폴레온 힐’이 우리의 “마음이 무엇을 품고 무엇을 믿든 몸이 그것을 현실로 이룬다.” 라는 말을 했을 때, 그 믿음을 증명해 줄 의학기술은 없었다. 그러나 이제 현대 의학은 뇌 스캔 장치로, 힐이 말한 것의 진위를 과학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 해 준다.

성취, 목표 설정, 자기 충족적 예언, 기도의 힘, 끌어당김의 법칙 같은 정신작용이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왔다. 우리 뇌는 자아와 인격 형성 뿐 아니라 인생의 성공과 실패에도 깊이 관여한다. 그러므로 현재 어떤 상태에 있든 나의 미래 만은 내 뜻대로, 내 힘을 통해 성공적으로 꾸리고 싶다면 ‘과학적’ 견지에서 우리 뇌의 작동 방식을 알아보는 것이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전편에 걸쳐서 이런 보편적이고 판에 박힌 듯한 주장이나 견해로만 이어져나간다면, 필자가 이 책을 추천할 리가 없다. 책의 내면에 담겨있는 진실과 솔직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반드시, 독자들은 숨겨진 저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무엇일까? ‘브로니 웨어’라는 호스피스 간호사는 생의 남은 시간이 12주 이하인 시한부 환자들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후회 5가지’ 라는 책을 썼다. 웨어는 이 책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삶에 대해 말한 내용을 담았다. 그녀는 환자들에게 인생에서 어떤 후회가 남는지, 바꿀 수 있다면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물었을 때 비슷한 주제들이 반복해 등장하는 것을 발견했다.

첫 번째는 “왜 행복하려고 하지 않았을까?” 하는 물음이다. 많은 이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와서야 행복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생 익숙한 방식만 고수하며 습관에 매여 살았다. 튀는 것이 두려워 남들과 비슷하게 행동했다. 익숙함이 주는 이른바 ‘편안함’이 물리적 일상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덮어버렸다. 변화의 공포 때문에 남들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만족한 척, 행복한 척하며 살았다. 다시 산다면 주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맘껏 웃으며 살고 싶다.” 가슴 저미는 후회와 더불어 가장 절박한 갈망이 담겨있는 것이다.

다음은 “친구들과 연락하고 살 걸.” 하는 후회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야 옛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다. 하지만 이제는 너무 늦어버렸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인 친구들을 다시 찾기란 쉽지 않다. 사는 데 급급하고 생활에 쫓겨서 천금 같은 교우관계를 세월의 흐름 속에 흘려보내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시간을 내지 못하고 우정에 노력하지 못한 것이 가슴에 사무친다. 죽음을 앞두니 친구들이 보고 싶다.” 라고 고백한다.

누구라도 바쁘게 살다 보면 친구 사이가 소홀하기 쉽다. 그러나 죽음이 다가오면 인생의 물질적 측면들은 하얗게 의미를 잃는다. 죽음을 앞두고 재산 정리에 나서는 사람이 많지만 돈이나 지위 때문이 아니다. 그런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뒤에 남을 사람들을 배려한 조치일 뿐이다. 그마저도 어려울 때가 많다. 병세가 심하거나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일처리나 의사결정 자체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사랑과 관계로 귀결된다. 삶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과 사람뿐이다.

세번 째 후회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다.”이다. “주위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내려는 생각에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있으나 마나 한 평범한 존재가 되었고, 내가 정말로 되고 싶었던 내 모습을 위해서는 별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히 분하고 억울한 마음이 쌓였고, 마음에 쌓인 화가 여러 병증으로 이어졌다.” 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나 감정에 솔직하게 속을 터놓고 살겠다는 결심은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허심탄회하고 당당한 당신의 모습을 사람들이 낯설어할지 모르지만, 얼마 안가 대인관계도 새로운 국면으로, 보다 건강하게 바뀌게 된다. 또 당신의 인생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관계들을 이 기회에 털어 낼 수 있다. 어느 경우든 승자는 당신이다. 그게 확실한 진리다.

네 번째 후회는 바로 “그렇게까지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었다.”였다. 이런 후회는 주로 남자 환자들이 했다. “일에 쫓겨서, 또는 성공을 쫓느라 아이들이 크는 것도 제대로 못보고 배우자와의 관계도 챙기지 못했다.” 여자 환자들도 간혹 이런 후회를 한다. 하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노인이고, 그들이 젊었을 때는 여자가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웨어가 간호한 남자 환자들 모두 평생 일하는 기계처럼 다람쥐 쳇바퀴 같은 생활에 찌들어 산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생활방식을 소박하게 유지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면, 사는 데 생각만큼 많은 돈이 들지 않는다. 인생에 여백을 두고 생활에 숨 쉴 틈을 만들자. 그러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린다. 그것이 보다 행복하게 사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이 아닌 타인의 기대에만 충실했다.” 라는 후회다. 이것이 가장 보편적인 후회다.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인식은 지나간 삶을 어느 때보다 명철하게 돌아보게 한다. “마음에 품었던 꿈은 많지만 남들의 간섭과 참견에 밀려 이루지 못하고 흘려보낸 것이 대부분이었다. 꿈의 반은 제대로 시도조차 못했다. 이제 죽을 날을 받아놓고 생각하니, 한 것도 하지 않는 것도 결국은 모두 내 선택이었다.”

자신의 꿈을 존중하며 살았는지 여부는 인생의 성공을 논하는 데 매우 중요한 판단지표가 된다. 명확하게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자신의 꿈을 존중하자. 건강을 잃는 순간 모두 늦은 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건강을 잃고 난 다음에야 건강이 주는 자유를 절감한다. ‘루실 볼(Lucille Ball)’은 말한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 때 ‘젠장, 해 보기라도 할 걸.’이라고 말하는 것보다는 ‘세상에, 내가 그런 짓도 했다니.’ 라고 말하는 편이 낫다.”

삶의 끝자락에서 하게 되는 후회라면 당연히 중간 점검의 시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문제점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간과하거나 아니면 점검의 기회를 나중으로 미루는 선택을 하기가 십상이다. 그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많은 일들이 있다고 착각하거나, 현재의 집중과 매진이 더 정당하고 당연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차분히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로운 해를 맞이해야 할 이 때,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삶의 얼굴로 탈바꿈을 하기 위한 노력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때다.

영국의 총리까지 지낸 군인이자 정치가인 ‘아서 웰즐리 웰링턴’은 1815년 ‘워털루 전쟁’에서 ‘나폴레옹’에 승리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승전 만찬회를 개최하였을 때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만찬회를 즐기던 중 웰링턴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자신의 지갑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손님들의 주머니를 검사하게 되자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아 버렸다. 그 때 볼품없는 옷차림으로 구석에 있던 한 나이 많은 부사관이 화를 벌컥 내며 주머니를 검사하는 것은 손님의 인격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주머니까지 두툼해 의심을 받았지만, 그는 결백을 주장하며 주머니 내용물을 끝까지 검사받지 않겠다고 버텼다. 사람들은 그가 범인이라고 의심했다. 만찬회의 주인으로서 입장이 몹시 난처해진 웰링턴은 손을 내 저으며 없었던 일로 하자며 검색하던 군인들을 만류하고, 그렇게 해서 만찬회는 끝이 났다. 해가 바뀌어 또다시 만찬회를 개최한 웰링턴은 전에 입었던 만찬회 옷을 입어보다가 그 옷의 주머니에서 잃어버린 다이아몬드 지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아무 잘못도 없는 부사관을 의심했던 자신이 몹시 부끄러워진 웰링턴은 그 부사관을 찾아 그때 일을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물었다. “나는 자네가 내 지갑을 훔쳤다고 생각했다네. 정말 미안하네. 그런데 의심을 받으면서도 왜 그렇게 몸수색을 거부했나?” 그러자 부사관은 마침내 참았던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부끄럽습니다. 그 때 제 주머니에는 만찬회 음식이 들어 있었습니다. 배불리 먹어보지 못한 자식들에게 주려고 그랬지만 대영제국의 군인이 만찬회의 음식을 손댔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게 싫었습니다.”

그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도둑의 누명까지 감내한 것이다. 그 말을 듣고는 웰링턴도 부사관을 붙잡고 함께 울음을 터트렸다. 때로는 눈앞에 보이는 개인의 자존심보다는 국가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노력과, 개인의 이익만을 앞세우는 이기주의보다는 우리 모두를 생각하는 넓은 시선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명예를 잃는다면 과연 남는 것이 무엇인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체면이나 과시 보다는 스스로가 지켜나가는 자립심과 자긍심이 바로 명예의 의미이며, 이 시점에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지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찾은 명예로 진정한 행복의 꿈을 꾸면서 새 해를 기다리자. 그렇게 당당한 마음으로 새 해를 열자. 별로 어렵지 않다. 어차피 이 세상에는 완벽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서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법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주면 되는 거다. 행복의 완성은 내 것을 채우는 삶이 아닌 다른 사람의 마음을 채우는 일이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만 찾지 말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찾아보자.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자. 그리고 먼저 손을 내밀자. 남에게 주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남에게 주는 일을 게을리 하면 내게 필요 없는 것조차도 남에게 주지 못하게 된다. 아주 큰 걸 바라는 게 아니다. 다정한 미소, 따뜻한 손길, 마음이 담긴 한 마디,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우리의 새 해는 그렇게 작은 기쁨으로 시작하자. 그럼 되는 거다. 우리에게는 필경 그 보답으로, 행복이라는 더욱 크고 많은 선물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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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또 하나의 시작 -
다 잊었다고, 다 버렸다고, 다 정리했다고,
앙다문 이빨로 맞이한 새 아침
새로운 시작이다

그런데
새 시작 찬양하여 조리있게 나가던 생각들이
왈랑왈랑 밀려다니더니 웬 걸,
그 중 대부분 어디로 갔는지
순간 없어져버렸다

새 아침 황금빛 빛살
폭포수처럼 쏟아져 새 시작 축원하는데
눈을, 눈을 뜰 수가 없다

눈 감았는데도 눈부신 저 빛으로 해서
시작도 못한 내가 찢어진다

하늘은 내 몸뚱이 밑에서만 움직인다
언덕들 우릉우릉 돌아다니고
땅이 하늘 향해 산들을 밀어올린다

내 몸속에서는
투명한 바위 하나
산맥인 양 불뚝 일어선다
일어나서는 턱을 치고 한없는 높이에 이른다

나는 안다
바위를 내려놓지 못하는 한
내게 새로운 시작은 시작도 되지 않는다는 걸....

해가 바뀌어도,
새 하늘 열리어도,
새 빛살 비추어도,
새 아침 시작되어도,

- 2012년 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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