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0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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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 (圓) *



시작노트

" 원 (圓) " 詩作 note

세계적인 석학이며 ‘제3의 물결(The Third Waves)’ 저자인 ‘앨빈 토플러’ 박사가 타계했다. 87세를 일기로 하여 토플러 박사는 지난 달 27일 ‘LA’ 자택에서 영면에 들었다. 1928년 ‘뉴욕’에서 출생한 토플러는 ‘뉴욕대’ 졸업 뒤 저널리스트와 문필가로 활동하다가, 70년 현대사회를 통찰한 저서 ‘미래의 충격’으로 미래학자로서 이름을 알렸다. 이어 80년 ‘제3의 물결’을 출간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팬과 추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그는 이 책에서, 미래사회가 고도 정보화 사회가 될 것임을 예고했고 이는 정확한 예측이었다. 제1의 물결인 ‘농업혁명’은 수천 년에 걸쳐 진행됐지만, 제2의 물결인 ‘산업혁명’은 300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제3의 물결인 ‘정보화 혁명’은 20~30년 내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보화시대, 재택근무, 전자정보화 같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91년에 펴낸 ‘권력이동’에서는 권력의 세 가지 원천을 ‘폭력, 부(富), 지식’으로 규정했다. 토플러는 21세기 전 세계적 권력투쟁에서 관건은 지식의 장악이며, 이 지식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의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경제 분야의 전문가도 아니고, 다양한 지식이나 연구경험은 전혀 없는 문외한인 필자로서는 그의 사상이나 주장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사회에 미치는 여파가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같은 부류의 사람들인 그네들만 알고 있는 명성이 아니고, 귓전으로 들은 바로만 추측을 해도, 세상은 아까운 인재 한 사람을 돌려보낸 것만은 확실하다. 필자도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제3의 물결’을 읽으면서 한동안 심취했던 적이 있다. 그가 말하는 인류 문명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교차되는 지금, 세계적으로 사나운 파도가 엄습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기괴하고 색다른 물결에 의해 번롱당하고 있다.

거리의 현자는 “세상이 미쳤다!”고 외치고, 서재의 평론가는 머지 않아 다가올 파멸의 징후들을 열거한다. 그러나 비관론이 유일한 길은 아니다. 에너지 패턴의 변화, 새로운 가정생활의 유형, 생산수단의 진화와 자조운동 및 그밖에 여러 가지 새로운 관계들을 검토해보면, 우리는 갑작스레 현대의 막대한 우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그 조건들이, 동시에 매력적이고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제3의 물결’은 바로 그러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오늘의 파괴와 부패 속에서 희망과 미래를 발견한다. 인간의 예지에 약간의 행운만 주어진다면, 위기에 직면한 문명도 우리가 알고 있는 이상으로 온전하고 현명하며 확고한 문명으로, 혹은 오히려 지금보다 더 양질인 민주적인 문명으로 변화시킬 수 있음을 필자는 이 책에서 명확히 밝히고 있다. 기회가 되면 다시 조용한 마음으로 한 번 더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정신없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그가 남기고 간 멧세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얼추 가늠해봐야겠다.

오늘의 시는 제목이 ‘원(圓)’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형이상학적인 개념이 바로 원이다. 딱히 어떤 것을 지칭할 수도 없으면서, 막연한 존재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가치가 바로 원이다. 태초부터 모든 만물의 근원이었으며, 영원까지 이어질 진리의 본질이 바로 원이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가 주장하는 진실이 원이며,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추구했던 이상이 원이다. 이미 인류가 익히 알고 있는 궤도가 원이며, 끝까지 풀리지 않을 숙제가 원이다. 그렇게 원은 우리 곁에 놓여져 있지만, 발견할 수 없는 꿈이다. 그래서 원은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머무른다. 그리고 그 자리는 원에 둘러쌓여 있다.

어찌보면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원의 개념이 그만큼 모호하다는 사실에 입각해보면 누구도 쉽사리 단정지을 수 없는 개념이며, 정의를 추구하는 수수께끼같은 원초적 단계에서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있기에 오히려 후련한 미로의 끝자락 까지 느끼게 된다. 아이러니한 현대세계의 빛과 그림자를 대변하는 오직 한 글자가 바로 원이다. 그렇게 원은 사람일 수도 있고, 자연일 수도 있으며, 시간과 공간을 통칭하는 세상의 모든 것이 될 수 있다.

그 원에서 필자는 먼저 사람을 발견한다. 사람다운 사람을 발견하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의 삶을 발견하려 애쓴다. 사람의 삶을 통한 사람의 세상을 그려본다. 사람이 만들어가는 시간과 공간 속으로 스며들어가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 한다. 비단 번잡스럽고 지난한 행보라고 해도 필자가 걸어가야 할 숙제라고 여기면서 오늘도 사람들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 그 사람들이 바로 자연의 일부분이라는 대명제를 전제로 한 동거다. 결국 필자가 발견하려 애쓰는 건 자연과 사람의 동화라는 운명적 과제에 관한 해결책의 모색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그리고 너무나 넓고도 길다.

한 작은 시골 마을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들은 마을 주변에서 아름다운 돌을 주웠다. 아버지가 일을 마치고 돌아오자 아들은 자랑스럽다는 듯 돌을 내밀며 말했다. “아버지, 이 돌 좀 보세요. 친구들과 놀다가 주웠어요. 저는 이 돌처럼 늘 반짝이는 멋진 사람이 될 거예요.” 그 말을 들은 아버지가 한참을 생각에 잠기더니, 창가에 놓아둔 초를 가지고 와 성냥으로 불을 밝혔다.

어두웠던 방안이 금세 환해졌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촛불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들아, 너는 이 촛불 같은 사람이 되어라!” 후하고 불면 바로 꺼지는 촛불 같은 사람이 되라니 아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버지는 다시 말했다. “이 아름다운 돌은 빛이 있어야만 그 아름다움을 볼 수 있지만, 이 촛불은 스스로 자신을 태워 빛을 내어 어둠을 밝혀 주고 있구나. 너도 이 촛불처럼 어둠을 밝히는 사람이 되면 좋겠구나.”

사람들은 빛이 자신을 비추길 원한다. 그 빛으로 인해 자신이 돋보이고, 그 빛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 “과연 이 빛이 얼마나 나를 향할까?”라며 우리는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꺼지지 않는 빛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그 뒤에 어둠이 있어도 불안하지 않을 빛. 스스로 능력을 키우고, 마음 속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언제나 감사하며 기쁘게 살아가게 하는 빛. 그 빛은 영원히 우리를 밝힐 것이다.

“저렇게 작은 촛불이 어쩌면 이렇게 멀리까지 비쳐 올까? 험악한 세상에선 착한 행동도 꼭 저렇게 빛날 거야.”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사람스러운 사람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촛불같은 사람이 되라고 권면하고 싶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는 소양과 인격을 쌓아가는 배움의 자세가 필요한 이유다. 이 험난한 세상에서 어둠을 밝히는 촛불의 존재로 나아가야 하는 소명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중국 ‘당나라’의 관리 ‘누사덕(婁師)’은 마음이 넓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성품이 따뜻하고 너그러워 아무리 화나는 일이 생겨도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동생이 높은 관직에 임용되자 따로 불렀다. “우리 형제가 함께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 남의 시샘이 클 터인데 너는 어찌 처신할 셈이냐?”고 물었다.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화내지 않고 닦겠습니다.” 동생의 대답에 형이 나지막히 타일렀다.

“내가 염려하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 침 같은 것은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마를 것이야.” 화가 나서 침을 뱉었는데 그 자리에서 닦으면 더 크게 화를 낼 것이니, 닦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당부였다. ‘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다. 누사덕의 지혜를 오늘날 가장 완벽하게 실천한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다.

최근 대국민 직접 소통에 나선 오바마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는 모욕적인 악플이 범람했다. 심지어 ‘검은 원숭이’, ‘원숭이 우리로 돌아가라’는 흑인 비하 댓글도 있다. 하지만 오바마는 자신을 겨냥한 저급한 비방을 여태껏 지우지 않았다고 한다. 소위 ‘사이버 침’이 SNS에서 그냥 마르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오바마의 놀라운 포용 정치가 다시 빛을 발했다.

그는 지난 달 백인 청년의 총기 난사로 숨진 흑인 목사 장례식에 참석했다. “놀라운 은총, 얼마나 감미로운가?” 추모사를 읽던 오바마가 잠시 고개를 숙이고 침묵하더니 찬송가 ‘어메이징그레이스(놀라운 은총)’를 부르기 시작했다. 반주도 없었다. 영결식장을 가득 채운 6,000여 명의 참석자는 피부색에 관계없이 모두 일어나 찬송가를 함께 따라 불렀다. 어떤 흑인 여성은 오바마를 손짓하며 눈물을 흘렸다.

대통령은 연설 도중 희생자 9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그들이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말했다. TV로 지켜보던 국민들의 박수소리가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졌다.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고통스러운 인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내’의 ‘忍’은 ‘심장(心)’에 ‘칼날(刃)’이 박힌 모습을 본뜬 글자다. 칼날로 심장을 후비는 고통을 참아내는 것이 바로 인내다.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자면 누구나 가슴에 칼날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 거기서 삶이 결판난다. 누사덕, 오바마 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생사가 다 그렇다.

모든 미움과 질시도 결국 원에서는 구분이 없다. 배신과 음모도 원에서는 한 울타리다. 전쟁과 폭력이 원에서는 따로 힘을 내지 못한다. 폐허와 좌절은 원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원은 모든 것을 우선한다. 원은 모든 삶의 근원이다. 원은 모든 존재의 으뜸이다. 원은 원이다. 그저 둥그런 형상으로 우리에게 우주를 보여준다. 찬란하고 거대한 태초의 섭리가 원으로 이어져간다. 대대로 매듭도 없이 삶과 죽음의 윤회를 들려준다. 원의 역사다.

‘9살짜리 소녀의 감동편지’라고 하는 내용의 사연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 29살 총각인 나는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난 그 날도 평소처럼 집 앞 횡단보도를 걷고 있었는데, 그만 시속 80km로 달리는 차를 못보고 차와 부딪쳐 중상을 입었다. 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기적적으로 생명만은 건졌다. 그러나 의식이 돌아오는 동시에 깊은 절망에 빠지게 되었다. 시력을 잃었던 것이다.

아무 것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너무 절망했고, 결국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아홉살 밖에 안 되는 소녀였다. “아저씨, 아저씨는 여기 왜 왔어?” “야, 꼬마야!! 아저씨 귀찮으니까 저리 가서 놀아.” “아! 아저씨, 왜 그렇게 눈에 붕대를 감고 있어? 꼭 미이라 같다.” “야! 이 꼬마가 정말. 너 저리 가서 안 놀래?” 그녀와 나는 같은 301호를 쓰고 있는 병실환자였다.

“아저씨, 근데, 아저씨 화내지 말아. 여기 아픈 사람 많어. 아저씨만 아픈 거 아니쟎아요. 그러지 말고 나랑 친구해. 네? 알았죠?” “꼬마야. 아저씨 혼자 있게 좀 내버려 둘래?” “그래. 아저씨. 난 정혜야. 오정혜! 여긴 친구가 없어서 심심해. 아저씨 나보고 귀찮다구?” 그러면서 그녀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다음 날. “아저씨. 그런데 아저씬 왜 이렇게 한숨만 푹 푹 쉬어?” “정혜라고 했니? 너도 하루 아침에 세상이 어두워졌다고 생각해봐라. 생각만 해도 무섭지. 그래서 아저씬 너무 무서워서 이렇게 숨을 크게 내쉬는 거란다.” “근데, 울 엄마가 그랬어. 병도 이쁜 맘 먹으면 낫는대.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면 환자지만, 환자라고 생각 안 하면 환자가 아니라고. 며칠 전에 그 침대 쓰던 언니가 하늘나라에 갔어. 엄마는 그 언니는 착한 아이라서 하늘에 별이 된다고 했어. 별이 되어서 어두운 밤에도 사람들을 무섭지 않게 환하게 해준다고.”

“음, 그래. 그런데 넌 무슨 병 때문에 왔는데?” “음, 그건 비밀.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곧 나을 거라고 했어. 이젠 한 달 뒤면 더 이상 병원 올 필요 없다고.” “그래? 다행이구나.” “아저씨. 그러니까, 한 달 뒤면 나 만나고 싶어도 못 만나니까, 이렇게 한숨만 쉬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줘. 응? 아저씨!” 나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한 마디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마치 밝은 태양이 음지를 비추듯 말이다.

그 후로 난 그녀와 단짝친구가 되었다. “자! 정혜야. 주사 맞을 시간이다.” “언니, 그 주사 30분만 있다가 맞으면 안 돼? 잉~ 나 지금 안 맞을래!” “그럼 아저씨랑 친구 못하지. 주사를 맞아야 빨리 커서 아저씨랑 결혼한단다.” “칫!” 그리곤 그녀는 엉덩이를 들이대었다. 그렇다. 어느 새 그녀와 나는 병원에서 소문난 커플이 되었다. 그녀는 나의 눈이 되어 저녁마다 산책을 했고, 아홉 살 꼬마아이가 쓴다고 믿기에는 놀라운 어휘로 앞이 보이지 않는 나에게 주위 사람, 풍경 얘기 등을 들려주었다.

“근데, 정혜는 꿈이 뭐야?” “음, 나 아저씨랑 결혼하는 거.” “에이, 정혜는 아저씨가 그렇게 좋아?” “응.” “그렇게 잘생겼어?” “음, 그러고 보니까 아저씨 디게 못생겼다. 꼭 괴물 같애.”그러나 그녀와의 헤어짐은 빨리 찾아왔다. 2주 후 나는 병원에서 퇴원 했다. 그녀는 울면서 “아저씨, 나 퇴원 할 때 되면 꼭 와야 돼 알겠지? 응? 약속!” “그래, 약속.”

우는 그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가녀린 새끼 손가락에 고리를 걸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2주일이 지났다. 따르릉 따르릉~ “여보세요.” “최호섭씨?” “예. 제가 최호섭입니다.” “축하합니다.안구 기증이 들어 왔어요.” “진... 진짜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진정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았다. 일주일 후 난 이식수술을 받고 3일 후에는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난 너무도 감사한 나머지 병원 측에 감사편지를 썼다. 그리고 나아가서 기증자도 만나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그러던 중 난 그만 주저앉을 수 밖에 없었다. 기증자는 다름 아닌 정혜였던 것이었다. 나중에 알았던 사실이지만 바로 내가 퇴원하고 일주일 뒤가 정혜의 수술일이었던 것이었다. 그녀는 백혈병 말기환자였던 것이다. 난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활발한 그녀가 건강하다고 믿었었는데.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난 하는 수 없이 그녀의 부모님이라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많이 좋아했어요.”“예.” “아이가 수술하는 날 많이 찾았는데.” 정혜의 어머니는 차마 말을 이어가질 못했다. “정혜가, 자기가 저 세상에 가면 꼭 눈을 아저씨 주고 싶다고. 그리고 꼭 이 편지 아저씨에게 전해 달라고.” 그 또박 또박 적은 편지에는 아홉 살 짜리 글씨로 이렇게 써 있었다.

“아저씨! 나 정혜야. 음, 이제 저기 수술실에 들어간다. 옛날에 옆 침대 언니도 거기에서 하늘로 갔는데. 정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하는 말인데 아저씨 내가 만일 하늘로 가면 나 아저씨 눈 할게. 그래서 영원히 아저씨랑 같이 살게. 아저씨랑 결혼은 못하니까.” 나의 눈에는 두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

이 내용은 실화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사람들을 이렇게 사랑하지만, 꼭 눈으로 보아야 믿는 우리들의 현실에 진실로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면서 기원한다. 보이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기를. 우리의 사랑이라는 고귀한 가치가 비단 눈으로 보여야만 가치를 인정받는 게 아니다. 사람이라는, 이미 고귀한 사람이라는 인격체로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스스로 존귀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를 영원히 보전할 수 있게 해주는 안전장치가 바로 원이다. 사랑을 사랑으로 빛나게 하고, 의미를 의미 이상으로 다듬어주는 보고가 바로 원이다. 누구나의 마음 속에 곱게 간직된 대자연과 소통하는 참된 진실이 바로 원이다. 작고 볼품 없는 돌맹이 하나, 잠깐 동안에 피었다가 사라지고 마는 길 가의 풀 한 포기나, 하루살이 삶을 살고 가는 미물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삼라만상의 탄생과 회귀의 윤회가 모두 원이라는 제목의 인연 안에서 반복된다.

1974년 평범한 30대였던 프리랜서 ‘게리 달(Gary Dahl)’은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 도중 애완동물을 돌보는 문제로 화제가 이어졌고, 다들 기다리기라도 한 듯 강아지나 고양이 등이 끼치는 갖은 수고와 말썽, 사료값과 병원비 따위 불평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 잠자코 있던 달이 농담으로 한 마디 한다. “나는 돌을 키워(I have a Pet Rock).” 어리둥절해하는 친구들에게 달은 ‘애완 돌’에 관한 너스레를 떨게 된다.

“밥 줄 필요 없고, 똥 치울 일도 없고, 말썽도 안 피우고, 씻기기도 쉽고, 안 씻겨도 그만이고, 산책 시켜달라고 조르지도 않고, 나보다 오래 살고.” 어떻게 보면 썰렁한 농담이었지만 친구들은 열정적으로 맞장구를 치며 애완 돌의 장점들을 덩달아 몽상하기 시작했다. 이 때 까지는 그 누구도, 심지어 달 자신조차, 불과 한 달 뒤 벌어질 일을 상상하지 못했다.

일이 별로 없는 프리랜서였던 달은 책상 앞에 앉아 애완돌에 대한 몽상을 이어갔고 ‘애완돌’을 팔아보기로 결심을 하게 된다. 숨구멍을 뚫은 두꺼운 종이로 만든 박스에 톱밥둥지와 ‘멕시코만’ 해변에서 채취한 1센트 가격의 돌을 넣은 구성의 상품이었다. 또한 박스 안에 ‘펫 락 훈련 교본’이란 걸 직접 만들어 함께 넣어 주었는데 위트 있는 교본의 내용을 일부 소개 하자면 이렇다.

‘혈통에 대해 ~ 당신의 펫 락은 이집트 피라미드와 유럽 고대도시의 자갈길, 중국의 만리장성 속 선조들, 아니 시간이 시작된 그 순간 너머까지 혈통이 이어져 있다.’

‘기본훈련에 대해 ~ 당신의 펫 락은 누가 주인인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훈련은 필요하다.
펫 락은 채찍이나 체인이 필요 없는 애완생물이다. “이리 와.” 같은 명령은 부드럽지만 단호해야 한다. 처음에 아무 반응이 없으면 정상이다. 자기 펫 락이 너무 멍청하다고 불평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모든 훈련에는 극도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하지만 “멈춰.”나 “앉아.” 같은 명령에는 기가 막히게 잘 따를 것이다.’

‘심화훈련에 대해 ~ “굴러.” 같은 기술을 익히게 하려면 경사진 곳에서 훈련시키는 게 좋다. 일단 구르기 시작하면 지칠 때까지 구를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장점이 있지만 특히 ‘죽은 척하기(Play Dead)’는 펫 락의 주특기다.’

그는 개당 약 4달러에 일명 ‘펫 락(Pet Rock)’이라는 상품을 출시하였고, 그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시판 6주쯤 뒤부턴 300명도 넘는 보조일꾼을 고용해야 했고, 불과 6개월 동안 개당 약 4달러에 150만 개가 팔리게 되면서, 그는 단숨에 벼락부자가 되었다. 크리스마스 직전에는 하루에만 10만 개가 팔려 나갈 정도였다. 또한 달은 ‘NBC 토크쇼’ 등에 두 차례나 출연하면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달은 펫 락의 인기에 대해, 당시 미국의 상황,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의 집단적 공허와 허탈감,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하야 등 우울한 뉴스들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자신의 유쾌한 장난이 먹혔을 거라고 스스로 분석했다. 펫 락 성공 이후 게리 달은 실제 모래를 배양해서 자신만의 사막을 만드는 키트나 ‘모래 성별 테스트기’ 등의 아이디어를 선보였지만 대중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언뜻 생각해보면 시대와 시기를 적절하게 이용한 상술이라고 간주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 우선하는 게 자연과 사람의 공감대다. 생물이나 무생물을 막론하고 원 안에서는 모든 것이 형통한다. 이미 정해진 불변의 논리나 원칙도, 사람들에게 통용되는 사회의 인식이나 관습도 모두 원이라는 대전제 앞에서는 그 의미가 없다. 앞으로 언제 또다시 달처럼 획기적이고 기상천외한 자연의 풍운아가 튀어나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 마무리를 짓자. 오늘의 주제는 단연 원이다. 오늘의 중요한 소재도 원이다. 원을 설명하자니 사람의 이야기가 필요했다. 원을 표현하자니 자연의 이야기가 동원되었다. 그래도 아직 원은 설명이 안 된다. 원은 그냥 원이다. 원은 언제까지나 원이다. 쭈욱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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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허리 뭉툭 휘돌아 잘리고
숲 성글어
하늘 펄쩍 나타날 젠
겉잡을 수 없을정도 격한 떨림,

하루살이
파꽃처럼 둥글게 무리져 날아다니고
고추잠자리
치잣빛 저녁햇살 속 둥근 춤 추던 계절에도
난 해가 눈부셔
눈 감았었지

눈꺼풀 속에서 해는
반고흐의 그림자로
둥근 원 수없이 그리며
이글이글 타올랐고,

둥근 빛의 원 속에는
원이 있고,
또 그 원 안에는
원이 있고,
원이 있고, 있고,
있고.... 원이....

원초적죄인 주제에
죄인의 머리에서 짜낸 시는 왠지
개발에 편자같이 어울리지도 않겠지만,

기다리진 않지만,

각혈인듯
문득문득 그놈의 시가
목구멍으로 넘어올 때가 있는 걸,
차마 서럽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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