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영원한 사랑 해야만 해요, 라고
그녀 다정하게 말했었어요
그러던 그녀가 사라졌어요
나혼자만 남겨놓고 사라져버렸어요

그녀가 가버렸다고 내게 알려준 건 바로 비였어요
그여잔 이미 멀리로 가버렸어, 라고
비가 멈춰서서는 알려주었어요

비는 진즉 알고있었던 거지요
그녀가 이제 아주 가지않으면 안되었다는 걸
나도 이제는 알게되었어요
그녀의 애당초 목적은 날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라는 세상으로 인도하는 데 있었던 거지요

그건 운명같은 거였어요
마치 모든 강이 바다로 이어지듯이

이제 나는 처마의 빗줄기 보면서
이내 그걸 생각해요, 운명

대체 가버린 그녀에 대해서
남겨진 내가 알고 있는 게 무얼까요 ?
그러고보니 나는 그녀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모르네요

떠나간 그녀가 지금은 무슨 생각 하고 있을지도,
스러져간 그녀가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도,
아주 가버린 그녀가 지금은 어디에 있을지조차도
나는 알지 못해요
아무것도 나는 알지 못해요

그녀는 비처럼 어디선가 와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 거니까요
다만 운명속 깊이 새긴 기억만을 남겨놓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