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녕 " 詩作 note

참 무던히도 빠른 세월이다. 작심하고 뭔가를 다잡아 해볼 양이면 금새 그물망 사이로 빠지는 바람처럼 새버리니, 이거야 도무지 정신 차릴 짬도 없다. 게다가 사계절 중에서도 유난스레 짧은 가을이고 보니 요즘의 하루날들은 그야말로 쏜 살이다. 하물며 인생의 황혼녘에 한 다리를 거치다 보니 하루살이조차도 새삼스럽고 안타깝다. 그런데 이런 아깝고 귀한 내 시간들을 허접쓰레기같은, 좋지도 않은 꺼리들로 가득 메워야 하는 이즈막이라 너무나도 야속하고 짜증이 난다.

전국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대통령 퇴진 관련한 시위나 집회들이, 거기 맞불을 놓는답시고 나서는 일부 사회단체들의 군집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든다.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고, 잘못은 인정하지도 않고, 그저 하이에나처럼 다른 사람들의 잘못만을 헤집으려 발버둥을 치는 대중의 광기가 언뜻 언뜻 엿보이는 부분이다. 승리자는 없는 패배자들끼리의 싸움이 이렇게 계속 이어진다면 이 나라의 미래는 과시 어찌 될 것인가? 우리의 자라나는 자녀들에게는 어떤 나라의 꼴을 물려주게 될 것인가? 정말로 한심스럽다. 개탄스럽다. 꼴들 보기 싫다.

그러나 어쩌랴? 아무리 보기 싫어도 이것이 오늘날 보여지는 우리 나라의 맨얼굴인 걸. 외면하려 해도, 눈 감고 뒤돌아 서도, 결국은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는 우리의 치부인 걸. 제발 최선은 아닐지라도, 차선의 방책이라도 조속히 합의 도출이 되어지길 간절히 소망하는 바이다. 이 쯤에서, 짧은 가을이 벌써 저만큼 달아나고 있는 모양을 얼른 알아차리고, 겨울 준비를 시급하게 챙겨야 할 때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다.

커다란 이익이나 엄청난 득을 보기 위한 행보만이 삶에서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아주 작은 일상의 모든 것들이 우리의 삶을 살찌게 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소소한 일과들이 모여서, 우리의 긴 삶을 엮는 한 페이지들이 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한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박물관에 임시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그리고 매일 남보다 일찍 출근해서 박물관의 바닥을 닦았다.

청년은 바닥을 닦으며 항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사람이 물었다. “대학교육까지 받은 사람이 바닥 청소를 하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가?” 그러자 청년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곳은 그냥 바닥이 아니에요. 박물관이잖아요.” 결국 그는 성실성을 인정받아 박물관의 정직원으로 채용됐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하고 싶은 일들을 시작했다. ‘알래스카’ 등을 찾아다니며 고래와 포유동물에 대한 연구에 몰입했다.

몇 년 후 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고고학자가 되었고, 나중에는 미국 ‘뉴욕’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 관장까지 맡았다. 이 사람은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 박사다. 남들보다 특출난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금 여기, 자신에게 주어진 이 일에 성실했다는 것이다. 매 순간 기쁘게 남다른 성실함으로 일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작은 일에 충성하는 자가 진정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최선의 것을 세상에 주라. 그러면 최선의 것이 돌아올 것이다.” 이 말은 ‘M.A. 베레’의 말이다. 세상을 향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표현했다. 어차피 약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미완성의 개체다. 완성을 위하여 노력하며 애쓰다가 삶을 마감해야 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과정 중에 느끼는 깨달음이며, 그 후에 갖게 되는 보람과 만족에서 갖게 되는 충만함이 바로 참다운 삶의 의미다.

보석상을 하는 한 남자가 해외를 여행하다 진귀한 보석을 하나 발견했다. 가격을 물어보니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그 보석을 샀다. 물론 자신의 나라에 가져가서 그 이상의 돈을 받고 팔기 위해서였다. 여행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석상으로 돌아온 남자는 보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런데 살 때는 보지 못했던 흠집이 있는 걸 발견했다. “아! 이런 흠집이 있었다니...”
남자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감정사들도 그 흠집이 보석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보석은 제 값을 받기는 커녕 작은 흠집 하나 때문에 가격이 한없이 하락했다. 남자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 ‘어떻게 하면 이 보석을 다시 원래의 가치로 되돌릴 수 있을까?’ 그는 오랜 고민 후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보석의 작은 흠집에 장미꽃을 조각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장미꽃 조각 하나로 보석의 가치가 몇 배 이상 올라갔다. 보석상 남자는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

보석의 작은 흠집은 우리의 약점과도 같다. 숨기려고만 하면 그 흠집은 더욱 도드라져서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여, 약점을 다른 시각으로 장점으로 만든다면 우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끊임없이 단련하도록 하자. 그리고 그 약점으로 하여 더욱 크게 성장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회고할 수 있는 삶의 여정을 걸어보자.

‘베이브 루스’는 1895년 미국 ‘볼티미어’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술집을 하는 아버지와 병으로 아픈 어머니. 소년 시절, 루스는 아무도 감당 못할 정도로 난폭한 소년이었다. 그런 루스의 인생을 바꿔놓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세인트 매리 학교’에서 근무하는 ‘마티어스’ 선생님이었다. 선생님은 항상 반항으로 일관하는 루스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너는 참으로 어쩔 수 없는 아이구나. 단 한 가지 좋은 것만 제외하고는.” “선생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나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다는 거죠?” “네가 없으면 야구팀이 무척 곤란해지지 않겠니? 그러니 열심히 해봐.” 어디를 가든 환영을 못받던 루스에게 마티어스 선생님의 칭찬은,
그의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해준 계기가 되었다. 루스는 자신이 야구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는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다는 것에 행복을 발견해갔다. 이것은 대단한 전환점이 되었다.

이후 루스는 은퇴할 때까지 714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대선수가 되었고, 마티어스 선생님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람을 바꾸는 힘은 백 마디의 꾸중이 아닌 한 마디의 칭찬에서 나온다. 상대를 지적하고 가르치기 보다 끊임없이 존중하고 격려한다면 어느 순간 진정성 있는 변화를 보게 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차피 우리가 갖고 있는 약점을 거론하여 비판하기 보다는 숨겨진 하나의 장점을 발견하여 칭찬으로 격려하는 것이 올바른 인간관계의 첩경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칫 잘못을 저지르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아홉 가지의 잘못을 찾아 꾸짖기 보다는 단 한 가지라도 잘한 일을 발견하여 칭찬하여 주는 것이 그 사람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데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성하고 후회하면서 모아가는 미덕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면 결국에는 세상의 등불이 되고 지표가 되어진다. 작은 일이라도 모으면 큰 역사를 이룩하는 위대한 부속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상대성 이론’으로 유명한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에게 어느 날 제자들이 질문했다. “선생님은 이미 그렇게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계시는데 어째서 배움을 멈추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아인슈타인 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원'이라고 한다면 '원' 밖은 모르는 부분이 됩니다. '원'이 커지면 '원'의 둘레도 점점 늘어나 접촉할 수 있는 미지의 부분이 더 많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제자들에게 말했다. “지금 저의 '원'은 여러분들 것 보다 크다고 하겠지만 제가 접촉할 미지의 부분이 여러분 보다 더 넓고 많습니다. 그건 결국 모르는 게 더 많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찌 게으름을 피울 수 있겠습니까?” 학생의 신분이 아니라고 해서 배우는 것을 게을리 하면 안된다. 세상엔 배울 것이 온통 사방에 널려 있다.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 배우면 배울수록 배울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닫고 배움에 몰두할 때 우리들의 인생은 더욱 가치 있게 빛날 것이다.

특별히 어떤 시간을 할애해서, 금전이나 무리한 노력을 동원해서 배움을 이어가라는 말이 아니다. 그냥 작은 인연이나 당면 과제를 헤쳐나가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들이 우리에게 배움의 자세를 축적시켜준다. 관심과 탐험심은 또 다른 어떠한 지식을 우리에게 안겨주는 마술을 부리기도 한다. 다만 우리가 눈과 귀를 가리고 스스로 호기심을 억제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배움이나 깨달음이 우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다.

우리의 작은 노력이 얼마나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이 있는가는 실제로 노력을 기울여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보람이다. 일생 동안 문 밖에서 기다리다가 죽은 사람이 있었다. 한 번도 문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하고 문 밖에서 서성거리다가, 죽을 무렵이나 되어서야 문지기에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문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문지기는 반가워하면서 말했다.

“이 문은 당신의 문입니다. 막은 게 아니라 당신이 말하면 문을 열어드리려고 지금까지 여기에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미리 말을 걸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문지기에게 열어달라고 부탁을 했거나, 열어보려고 노력을 했더라면 벌써 그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문지기가 막을까봐 지레 겁을 먹었거나, 저절로 문이 열리기만을 바랐기 때문에 그 문을 들어설 수가 없었던 것이다.

내 삶을 사는데 내가 선택하지 않고, 내가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다.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나이를 먹는 것 밖에 없다. 우린 세상을 살면서 늘 이렇게 시도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면서 살고 있다. 오늘은 결코 시도하지 않아서 후회되는 삶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어제는 꿈에 불과하고, 내일은 단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을 잘 살아간다면 모든 과거를 행복한 꿈으로, 미래를 희망적인 환상의 세계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새로운 태양은 떠오르고 있다. 바로 우리에게 과감하게 도전해보라는 멧세지를 주기 위해서 저리도 밝은 빛을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삶의 주인공은 바로 자신이다. 우리 삶의 주인은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지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가? 하루라는 시간은 우리에게 참 적당하고 아름다운 분량이다. 이보다 길면 지루할 것이고, 이보다 짧으면 무척 바쁘고 아쉬울 것이다. 해가 떴다가 지는 사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활동하는 시간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경험하고 느끼기에 가장 적당한 시간이다.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오면 어쩌면 우리는 그대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너무 부담스럽고 무겁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렇게 하루씩 꼭 알맞게 나뉘어 다가오니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 일인가? 정녕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사랑하자. 우리 삶의 가장 마지막 날이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서 아끼고 고마워하자. 이 하루를 살고 싶어서 몸부림쳤던, 어제 죽어버린 사람의 절규와 염원을 기억하자. 우리가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아름다운 기적인가를 생각하자. 오늘을 사는 참된 권리이며 진솔한 의무가 바로 그것이다.

현명한 큰 스님이 젊은 스님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런데 제자는 모든 일에 뭔 불만이 그렇게 많은지 늘 투덜거렸다. 어느 날 아침, 큰 스님은 제자를 불러 소금을 한 줌 가져오라 하고, 소금을 물컵에 털어넣게 하더니 그 물을 마시라고 했다. 그러자 제자는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그 물을 마셨다. 큰 스님이 물었다. “맛이 어떠냐?” “짭니다.....”

큰 스님은 다시 소금 한 줌을 가져오라 하시더니, 근처 호숫가로 제자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소금을 쥔 제자의 손을 호숫물에 넣고 휘휘 저었다. 잠시 뒤 큰 스님은 호수의 물을 한 컵 떠서 제자에게 마시게 했다. “맛이 어떠냐?” “시원 합니다.” “소금 맛이 느껴지느냐?” “아니요....” 그러자 큰 스님이 말했다. “인생의 고통은 순수한 소금과 같다. 하지만 짠 맛의 정도는 고통을 담는 그릇에 따라 달라지지. 지금 네가 고통 속에 있다면 컵이 되지 말고, 스스로 호수가 되어라.”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에는 새들이 모이고, 가슴이 넓은 사람 밑에는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을 얻을 때 욕심으로 얻을 수도 있고, 마음으로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욕심으로 얻으면 그 사람의 욕심을 얻고, 마음으로 얻으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처럼 세상의 모든 이치에는 확실한 진리가 있다. 그것을 좁은 소견이나 아집으로 바꿀 수 있다는 편견에 사로잡혀서는 안된다. 오직 겸손과 노력의 태도가 필요한 이유다.

목표하는 바가 지극히 편협하거나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으면 청맹과니가 되어져 전체적인 진실을 보기 힘들다. 작은 경험이나 일천한 지식으로 세상의 법과 질서를 재단하려 들어서는 안된다. 거대한 진리로 만든 역사라는 수레에 실려서 먼 길을 가고 있는 우리네 삶이니만큼, 가장 의미를 두어야 하는 삶의 진실이 바로 순리에 순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19세기 ‘남태평양’ 한 가운데 있는 ‘캐롤라인 제도’에 ‘얍’이라는 작은 섬이 하나 있었다. 섬의 주민들은 캐낸 돌을 화폐로 사용했는데, 돌의 직경은 1피트에서 12피트까지 다양했다. 주민들은 돌마다 가운데 구멍을 뚫어서 나무 막대기로 그 사이를 통과시켜서, 이 무거운 돌을 운반했다. 섬의 주민들은 이 바윗돈을 ‘페이’라고 불렀고, 어떤 돌은 이 섬에서 400마일이나 떨어진 또 다른 섬에서 캐오기도 했다.

만약 돌의 상태가 기준에 맞으면 그 돌의 크기가 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점점 화폐로 쓰이는 돌들이 너무 커서 섬으로 운반하기가 불편해지자, 그 섬에서는 독특한 거래방식이 생겨나게 되었다. 돈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는 돈의 이전 소유자는 단지 돈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만 하고, 새로운 소유자도 그 돌 위에다는 어떤 표시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돌을 이전 주인이 계속 보관하고 있더라도, 섬 주민들은 이 돌이 이미 주인이 바뀐 것으로 생각했다.

1898년, ‘독일’ 정부가 ‘스페인’으로부터 캐롤라인 제도를 빼앗았다. 이 섬에는 그 당시까지 도로가 없어서 주민들은 창자처럼 구불구불한 좁은 길로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섬의 주민들에게 도로를 정비할 것을 명령했지만, 예전부터 이런 구불구불한 좁은 길로, 막대기로 엮은 페이를 둘러메고 운반하던 것에 익숙해 있던 주민들은 도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길을 정비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도 않았다.

섬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친 독일인들은 어떻게 주민들을 설득해 도로를 정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했다. 독일인들은 주민들의 재산인 페이가 섬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으니 그것들을 모두 몰수하기는 상당히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이 돌들을 모두 옮길 수 없을 바에는 그것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연구했다. 결국 검정색 페인트로 사방에 흩어져 있는 페이에 십자가 표시를 하기로 했다.

그런 다음 독일인들은 이 검정색 십자가 표시가 있는 돌들은 더 이상 돈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자 섬의 주민들은 그 검정색 페인트 때문에 하루아침에 모두 빈털터리가 되었다. 그러자 주민들은 즉시 도로 정비에 착수했다. 주민들이 도로 공사를 마치자 독일인들은 매우 만족해했고, 다시 사람을 보냈다. 이번에는 돌 위에 그려진 검정색 십자가 표시를 모두 지우도록 했고, 다시 이 돌이 돈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하여 주민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되찾게 되었고, 기뻐했다는 것이다. 재물은 실제로는 텅 빈 무엇이다. 그것의 가치는 우리가 그것을 무엇과 교환할 때 생겨난다.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저 아무런 쓸모도 없는 돌덩어리에 불과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모든 가치는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와 인정에서 비롯된다. 혼자 움켜쥐고 있으면서 고집만으로 스스로의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드는 행위는 매우 우매한 짓이다.

물론 산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단지 편안한 삶이라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을
어찌 따라갈 수 있겠는가? 삶이 지치고 힘들게 하는 것은, 한 편으로는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기 위한 아름다운 변화다. 삶은 우리에게 늘 많은 변화를 안겨준다. 설레이도록 흔들리는 나뭇잎으로 가까이 다가가 보자. 비 바람에 가지가 꺾이거나, 나뭇잎 하나에도 멀쩡한 삶이 없지만, 속으로는 달콤한 열매를 안고 서성인다. 두렵고 힘든 삶을 만나게 되면 우리의 생각부터 변화해야 한다. 스스로가 변하지 않으면 삶이 변하지 않고, 결국 자신만 힘들어진다.

밤이 영 가지 않을 것처럼 암흑 속에서 찬란한 별이 그토록 반짝이던 어둠도 결국은 가고, 찬란한 아침 햇살이 창가를 붉게 물들이게 되는 것이며, 긴 겨울 내내 언제나 어둡고 추운 땅 속에서 머물 것 같이 꼼지락이던 봄은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지금 우리의 삶이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그 삶의 주인은 바로 자신이다. 위기 뒤에 좋은 기회가 올 거라는 희망을 가슴에 꼭꼭 새긴다면 어둠 속에 잠자던 겨울이 필경 깨어나고, 우리는 정녕, 정녕 따뜻한 새 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런 소망이 있어 지금 힘겨운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