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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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



시작노트

" 이제는 " 詩作 note

온 나라가 아직도 흥분의 도가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일부러 빠져나오고 싶지 않은 건 지도 모르겠다. 분단된 지 이토록 오래 되도록 아무도 이루지 못했던 역사의 단추를 마침내 이 시대에 이르러서 누르게 되었다는 벅찬 감격과 감동, 남북의 정상이 굳게 맞잡은 손으로 오고 가던 뜨거운 동포애와 단단한 결속력, 그리고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이슈의 중심지 한반도에서 우리는 격하게 오늘을 숨 쉬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국민들이 하나 되어 함께 열광하는 건 아니다. 일부 성격을 달리하는 정당에서는 비교적 차가운 눈초리와 냉담한 가슴팍으로, 이룩한 공적을 잘게 썰어 분석하기에 바쁘고, 한 켠의 보수논객들은 껍데기 뿐인 성과라고 평가절하 하기도 한다. 이제까지 성사되었던 예전의 공동성명이나 협약들에 비해서 단 한 걸음도 진일보 되지 않은, 그야말로 허울 뿐인 말잔치에 불과했다고, 오히려 숨겨진 위기 의식을 찾아내 부추기고 있다.

게다가 색다른 이해 관계에 있는 인근 국가나 세계 각국의 평론도 일괄적이지는 않다. 한 술 더 떠서 이대로라면 자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심도 있는 우려까지 표하고는 한다. 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 설사 모든 것의 결론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완전한 비핵화가 당장 달성되도록 발걸음에 박차가 가해지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회담의 성과가, 판문점 공동성명의 가치가, 양 정상의 만남이, 적당히 폄훼되어도 용인할 수 있다는 논리인 걸까?

필자는 전문적인 시사평론가도 아니고, 국제지식이 풍부한 정치학자도 아니다. 그래서 수준 높은 분석이나 예측은 애당초 가능하질 않다. 하물며 현 사태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논지나 가설을 도출해낼 수도 없다. 그저 다른 보통 사람들처럼 열광하고 환호하고 박수를 보낼 뿐이다. 다분히 온 겨레의 숙원이며 영원한 소원인, 통일과 평화만을 간절하게 염원할 뿐이다. 그래서 비판이나 분석보다는, 그냥 순수하고 단편적인 생각으로 바라보며 인지할 뿐이다.

이번 회담에 관한 칼럼을 비교적 주관적으로 부담 없이 기고해달라는 언론사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 이유도, 바로 필자의 부족한 식견이나 필설로 감히 국가의 커다란 대사를 왈가왈부하다가 본의 아니게 흠집을 낼 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라는 속담도 생각난다. 망설이고 주저하기보다는 당장 현실적인 실천의지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첫 술에 배 부르랴’라는 속담도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말들이 이 상황에 걸맞을지 모를 정도로 수많은 미사여구들이 있다. 그만큼 오늘의 이 상황들이 엄청난 여파를 몰고 왔다는 반증이다. 그렇게 이제 시작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각오를 다지고, 다시 한 번 확실한 의지를 천명하면서 전진하기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저력과 긍지를 한 데 모아서, 세계가 다시 한 번 놀라도록 한민족의, 한민족만의 거대한 역사에 불 지피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제는...”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되었던 일이나 상황을 정리하거나 일단락 지으면서 반전을 도모하려 할 때 쓰는 말이다. “이제는 앞으로 나아가자.” “이제는 다시 시작하자.” “이제는 일어나서 손을 맞잡자.” “이제는 최후의 승리를 향해 전진하자.” 하나같이 전환점을 기해서 결과를 향한 다짐과 각오를 표명하는 말들이다. 이제는 그렇게 우리의 다음을 위해서, 미래를 향하여 큰 발걸음을 내디딜 차례다. 이제는 그렇게 우리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의 번영을 향하여 힘찬 날갯짓을 시작할 순서다. 그러니 이제는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려 함성 소리와 더불어 나아가자. “대~ 한민국!!! 파이팅”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더 좋은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가치 있게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기에 인류의 역사는 발전이라는 과정과 비례해서 문명과 문화를 지속적으로 쌓아왔다. 만일 인류가 아무 생각 없이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했었다면, 아마도 우리는 지금도 불편하고 미개한 예전의 생활 방식과 문화 수준을 답습하고 반복하면서, 자아의 존엄성이니 인격의 가치는 깨닫지도 못하고, 그냥 제자리 걸음으로 과거에서 맴돌고 있었을 뿐일 것이다.

잘못된 역사나 실수로 빚어진 실패의 과거가 있었더라도 부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오히려 그 오욕과 분노로 점철된 역사를 본보기 삼아, 과감하게 패배주의에서 탈피하여 다시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결국은 최후의 승리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고금동서를 통한 역사의 가르침은 그렇게 일정한 룰과 규칙이 있다. 그것이 진실이며, 진리란 이름으로 우리를 깨닫게 하고 내일로 나아가게 한다. 그것이야 말로 말 못하는 뭇 짐승들과, 고매한 인성을 소유한 고등동물인 사람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이제 조금 시선을 돌려보자. 터키의 14세 소녀 ‘엘리프 빌긴’은 산처럼 쌓여 방치된 플라스틱 더미를 바라보며, 플라스틱도 썩어서 분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년간의 연구 끝에 바나나 껍질에서 분해가 가능한 바이오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데 성공한다. 네덜란드의 16세 소년 ‘보얀 슬랫’은 바다에서 다이빙하다가 바닷속에 쌓인 엄청난 쓰레기를 보았다. 그리고 해류를 이용한 바다 쓰레기 청소법을 발명한다.

네팔의 18세 소년 ‘밀란 카르키’는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에 머리카락 전도체를 이용한 태양 전지판을 발명하여, 보다 싸고 깨끗한 에너지를 만들 수 있게 하였다. 한국의 18세 소년 ‘서강민’은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자동차 미세먼지 처리 배기관을 발명했다. 청소년들이 왜 이런 어려운 일에 도전하는 걸까? 그 이유는, 아무도 그것에 관심을 두지 않고 또한 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과 공기, 풍부한 지하자원과 에너지. 이 모든 환경적인 특혜는 우리 세대만의 것이 아니다. 앞으로, 더 앞으로 그리고 먼 미래에 우리처럼 이 땅을 살아갈 후손들 역시도 잠시 빌려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환경을 위한 10대들의 놀라운 발명은 지구별에 함께 살아가는 우리가 부끄럽지 않게, 지구로부터 빌린 환경을 깨끗하게 사용하고 잘 돌려주자는 교훈을 준다. 공기와 물, 황무지와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계획들은, 사실은 사람을 보호하는 계획들이다.

모든 문제가 사람들의 편의와 편리를 도모하는 데서 야기되었듯이 모든 해답도 사람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다. 세상에서 전쟁이 사라지고 평화가 자리 잡으려면, 지구촌의 모든 인류가 골고루 행복하고 사람다운 삶을 누리려면, 우리나라처럼 분단되었거나, 이런 저런 사정으로 가족과 동포가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 미래의 복지국가가 온 누리에서 실현되는 세상을 함께 맞이하려면,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랑하자. 사랑만이 정답이다. 사람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세상을 사랑하고, 오늘을 사랑하자. 미운 사람일수록 사랑하고, 거친 자연일수록 사랑하고, 복잡한 세상일수록 사랑하고, 힘겨운 오늘일수록 더 사랑하자. 그리운 사람을 사랑하듯이,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듯이, 편안한 세상을 사랑하듯이, 행복한 오늘을 사랑하듯이, 그렇게 우리의 눈에 보이는, 우리의 귀에 들리는, 우리의 손에 잡히는, 우리의 발에 머무는 모든 것을 사랑하자.

이제 이대로라면 이산가족의 만남이 다시 성사될 것 같다. 남북의 분단으로 반세기가 지난 후에야 만나는 형제의 모습을 보면서 과거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었는가? 젖살이 남아있는 앳된 소년이었던 동생은 백발이 가득했다. 그리고 이제 수염이 나기 시작한 새파란 청년이었던 형님은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의지하고 있었다. 마음만은 헤어진 어린 시절로 돌아가, 형제는 끌어안으며 서로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하지만 노인이 되어버린 형제의 만남은 너무 짧았고, 금세 다시 이별을 맞아야 했었다.

그래도 그 형제는 자신들의 운이 좋았다고 했다. 죽기 전 그토록 보고 싶었던 형제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그렇게 볼 수 있었으니 너무 기쁘다고 했다. 참으로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수많은 이산가족이 서로의 생사도 모른 채 그리워하고 있다. 바라건대 이번 회담으로 시작된 만남의 인연이 더 크고 많은 인연의 만남으로 계속 이어져, 더 좋은 일들이 전국 각지에서 들풀처럼 일어나는 기적이 한껏 생겨났으면 한다.

특히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이, 분단의 아픔 속에서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이산가족들이 하루 빨리 상봉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지기를, 그래서 그들의 아픔을 씻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더 나아가서는 한 번 꿈결처럼 만났다가 헤어지는 걸 대단한 행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언제나 서로 원하면 수시로 오고 가면서 상봉할 수 있는 기회가 계속 항구적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바이다.

그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해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지 못해도, 사랑은 언제나 연결되어 있고, 절대로 끊어질 수 없고, 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리움은 너무나 아프다. 한없이 높은 곳까지 오르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한없이 깊은 곳에서 참는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것이 그리움이다. 바로 그리움의 나무에서 자란 사랑 열매가 훨씬 더 크고 달게 느껴지는 이유다. 5월은 사랑의 달이다. 각종 기념일과 따스한 추억을 요하는 날들이 수두룩하게 줄을 서있다. 그렇지만 정작 그 날들을 기려 기념 회식이나 하고, 던지듯이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진정한 기념일의 의미는 아님을 기억하자.

마음으로부터의 진실한 사랑, 가슴에서 싹트는 관심과 배려가 우선하는 기념일이 되어져, 올 해는 정말 많은 사랑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날들이 되어진다면 참 좋겠다. 작은 꽃집을 운영하는 여성의 이야기다. - 오랫동안 아파트 상가에서 작은 꽃집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꽃집을 드나드는 손님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주변 분들의 개인적인 사정도 잘 알게 됩니다. 우리 집 단골손님 중에는 5년 전 사고로 남편을 잃고, 혼자 딸아이를 키우는 싱글맘 한 분이 계십니다.

일부러 물어본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말로 대충 사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뿐인 중학생인 딸을 어긋나지 않게 키우고 있으면서, 꽃을 좋아하는 딸을 위해 퇴근길에 자주 방문해서 꽃을 사서 가십니다. 가장 바쁜 날 중 하나인 작년 어버이날이었습니다. 카네이션을 대량으로 들여놓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이 가게로 와서 카네이션을 골랐습니다. 아이가 고른 꽃을 포장하며 저는 그만 생각 없이 말하고 말았습니다.

“꽃을 왜 두 송이 사니? 하나는 누구 주려고?” 순간적으로 큰 실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속으로 후회와 자책을 하며 아이를 살폈는데, 아이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게 활짝 웃으며 말했습니다. “우리 아빠요. 이런 날 제가 안 챙겨 드리면 아빠가 너무 서운해하실 거예요.” 저는 그날 착하게 자라준 여학생이 너무 고마워 카네이션을 선물로 주었습니다. - 보통 예의 바른 아이에게 ‘바르게 자란 티’가 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바르게 자란 티보다 더 빛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사랑받으며 자란 티’다. 누군가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면 먼저 그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차곡차곡 당신의 사랑을 쌓아주자. 그리고 진실로 사랑받고 싶다면 먼저 사랑하자, 그리고 사랑스럽게 행동하자. 그러면 사랑은 선물처럼 찾아준다. 그것이 사랑의 매력이며 마력이다. 이번에는 어떤 젊은이의 이야기다. - 회사가 지방에 있다 보니 자취를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사회 초년생으로 부모님의 품을 떠나 생활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곤란한 것은 식사였습니다. 매 번 식사 시간이 되면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됩니다. 그럴 때면 어머니의 밥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보내 주시는 반찬도 있지만, 집 근처 반찬가게에서 국거리와 반찬을 사서 먹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다행히 그 가게는 반찬 맛도 좋았지만, 주인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이 일품이었습니다.

보통 반찬마다 100g에 ~원이라고 가격표가 붙어있었지만 아주머니께서 저울을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달라고 했던 양보다 넉넉하게 담아주시는 것입니다. 심지어 다른 반찬을 덤으로 담아주는 일도 많았습니다. 어느 날도 평소처럼 반찬을 가득 담는 아주머니께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자꾸 그렇게 손해 보고 파시면 어떻게 해요? 저야 좋지만, 적당히 주셔야 미안하지 않죠.”

그러자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반찬 가게 덕분에 자녀들 대학까지 다 보냈는데, 그러니 오히려 내가 더 매일같이 감사한 마음 뿐이지. 앞으로도 큰 욕심 없이 내가 열심히 만든 반찬을 맛있게 먹어주는 사람들 보면서 장사하려고 해. 그리고 무말랭이무침 조금 포장해줄 테니 집에 가지고 가서 먹어.” - 오로지 받기만 하거나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는 없다. 우리는 때론 베풀고 때로는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받은 것에는 둔감하고 베푸는 것에는 예민하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이웃에게 베풀려는 삶을 통해서 먼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베풂은 기술이다. 그러므로 연습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과 나누지 않는다면 당신이 가진 물질적, 정서적 소유물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 또 다른 젊은이를 만난다. - 그림 공부를 위해서 미국에서 유학할 때의 일입니다. 가끔 초상화를 그려주면서 용돈을 벌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 지인을 통해 찾아온 한 할머니에게 뜻밖의 부탁을 받았습니다. 척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한 할머니는 낡은 흑백사진을 한 장 건네주며, 이 사진의 아이들을 예쁜 색을 입혀 초상화로 그려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사진에는 열 살 남짓해 보이는 남자아이들과 조금 어린 여자아이가 사이좋게 손을 꼭 잡고 웃으며 서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흑백 사진 속에 아이들이 입고 있던 옷의 색까지 하나하나 말하며, 꼭 색을 입혀 그림을 그려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셨습니다.

지인의 부탁도 있어서 나름으로 열심히 그림을 그렸는데 약속한 날짜가 지나도 할머니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몇 달의 시간이 지나 그림을 한 옆으로 치워두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찾아와 그림을 찾았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소꿉친구이자 남편이었습니다. 그리고 할머니가 안타깝게도 몇 달 전 지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리고는 사진 속의 아이들은 미국에 이민 오기 직전에 오빠들과 함께 찍은 할머니 본인이었습니다.

이미 오빠들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할머니는 빛바랜 사진 한 장을 자신이 기억 속의 가장 예쁜 모습으로 간직하고 싶어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통통한 볼이 발갛게 상기된, 어린 시절 귀여운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을 흘리셨고, 저에게 감사하다며 그림을 가지고 가셨습니다. - 인생에서 기쁘고 따뜻한 추억, 아름다운 흔적을 사랑하는 이의 마음 속에 남기고 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멋진 인생을 산 것이다.

행복과 슬픔이 반복되는 인생사를 마치고 떠날 때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 추억이란 인간의 진정한 재산이다. 기억 속에서 인간은 가장 부유하면서도 또 가장 빈곤하다. 한 젊은이만 더 만나보자. - 오래 전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하는 날이었습니다. 동기들과 함께 마음껏 소리치며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그리고 이대로 그냥 헤어지는 것이 아쉬워 사진으로 추억을 남기기로 하고 가까운 사진관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진관에는 척 보기에도 무척 오래되어 보이는 골동품 카메라가 있었습니다. 호기심이 생겨 주인 할아버지에게 물어보니 아직도 작동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던 우리는 그 오래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말렸습니다. “이런 옛날 카메라는 긴 시간 동안 노출을 해야 사진이 찍혀요. 최소한 몇 분은 카메라 앞에서 꼼짝 말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할 수 있겠어?”

우린 문제 없다고 큰소리치고 카메라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습니다. “야, 움직이지 마.” “바지가 끼어서 잠깐 편 거야.” “너희들. 입술도 움직이면 안 되는 거 아니야?” “그러는 너는 왜 말을 하는데?” 결국, 서로 농담을 주고받던 우리는 서로의 말에 크게 웃으며 움직여 버렸습니다. 그러지 주인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어? 기다리기 어려울 거라고 했지. 전화기로 간단하게 사진을 찍는 요즘 사람들은 못 기다리지. 예전 사람들은 다 이렇게 사진 찍었지만...” -

많은 사람이 여유가 없는 사회를 걱정하지만, 그것을 걱정하는 사람도 시간이 촉박한 업무가 생기거나 꽉 막힌 도로에서 차량 운전을 할 때가 되면 본인도 모르게 “빨리빨리”를 외친다. 이런 세상에서 단 1초면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몇 분이나 기다려서 찍는다는 것은 요즘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두른다고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바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 않는지 스스로 돌아보고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가져보면 어떨까?

이제는 다사다난했던 4월이 저물고 5월이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잔인한 4월이라 했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다시 없을, 환희와 긍지를 되살려준 역사적인 만남이 성사된 근대사의 가장 뜻깊은 달이었다. 분주하게 펼쳐지는 후속 조치들과 계속 이어지는 정상회담들, 그리고 세계의 반응과 대처 방안들, 하나같이 숨 돌릴 새도 없을 정도로 정말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이제는 절대 맹목적으로 흥분만 할 때가 아니다. 이제는 결코 얕은 이기심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칠 때가 아니다. 이제는 힘을 모을 때다. 이제는 하나로 뭉칠 때다. 그리고 밝고 웅장한 내일을 활짝 열 때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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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넘쳐나는 봄마당
똥 냄새
페로몬 냄새
사람 냄새 폴폴 나는
감금당한 여백의 미로로
세상 비루함 모두 모아놓은 양
광기 감춘 두 얼굴,

아주 미미하고 여린 것들의 세계가
목하 장을 열다

봄바람 가르는 계절 속에서
숙성시킨 단색의 풍경
봄회초리에 매맞고 있는데
봄꽃 움트듯
귀 간질이는 한소절 자진모리
담벼락 마다에 흘러나면

손 내밀어
흘러나는 봄바람 한줄기 붙잡으며
아주아주 조금씩
삶의 해답 찾아가다,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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