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인데,
양 모양 커다란 구름
이제 막 폭사하듯
가장자리로부터 흩어지면서
하나의 영원 혹은 하나의 순간 그렇게
자폭하고 있어

푸른 저녁 하늘 한자락
날카롭게 베어내는 일조차
갈무리 못한 채
나는 왜 아직도 벌거벗고 있나

가슴살 저미는듯
생의 잔인성 느끼며
슬픈 맨발로 가시밭길 걸어
슬프게 피나는 고뇌로 머리 깨어지면
모든 사물 수치로 치환하지 않고는 못배기는
기묘한 습벽 사로잡혀
바르르 떨려나고

견디느라 진땀깨나 솟은 내 속엔
너무 많은 웃음 갇혀있게 돼
자명종시계가 발작적 외침 감추고
째깍째깍 적막하게 돌아가듯 말이지

사랑 영원한 건
그 자신의 진실 때문 아니라
존재의 불가능성과 남루함
그리고 상처 때문인 걸 우린 알고있었거늘
눈동자는 불탄 기억 간직한 운석처럼
단단하게 얼어붙었는지
마냥 굳어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