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한번
이 불확실한 세계 어딘가에서 당신 만날 수 있다면
그 땐 웃어보이리라

삶,
그건 바람같아서
형체도 없고 무게도 없어 내가 걸칠 수조차 없겠지만
나 빠뜨릴 바닥모를 미궁처럼,
내 발목 그러잡을 덫처럼,

살며시 다가와 오래된 담요인 양
조금은 눅눅한대로 다정하리니
불행이란 이미 놀라운 일도 아니리라

그 잘난 니이체도
낮의 빛으로 밤어둠의 깊이 알 게 뭐냐 했거늘
지금은 다만 깜깜할 뿐 -

때로는 푹 파묻히고 싶도록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내 속 함부로 묻어버렸던 아픔
숨죽인 채 부풀어올라 못을 삼키게 하는구나

삶,
그것은 물결치는 죽음 뒤에 가까스로 떠오른
찬란한 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