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상관 없었다
눈 떠도,
눈을 감아도,

마냥 곁에 머물 줄 알았던 여인 이윽고 이별했다

그제야 여인의 존재
얼마나 크고 웅숭깊었는지 절감했으며
흔적은 이별 뒤
그토록 넓고 환하게 되살아난다는 이별 가르침
반짝임같은 것으로 벅차올라
우주전체 부재의 공간으로 도배질했다

바람마냥 배낭 하나 달랑 메고
훌쩍 어디론가 떠나고싶은 계절

슬픔과 아픔과 분노와 그리움과 추억,
다섯단계 이별공식은
소중한 사람 위한 배려였고

그러고나서야만 정녕 이별
느낌할 수 있다며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까지 알려준
움베르토에코 목소리 흉내내어
눈물로 미소짓던 여인아 !

번다하게 오가는 가상인파 사이로
바람 일 때 마다 꽃잎은
바닥에 사금파리 조각인 듯
하얗게 깔려

쫄깃한 수다로 이별 갈무리하니
오래전 지나갔던 그때 가을처럼
그냥 저물 순 없지

어떤 비오는날 재회에 목숨 걸
아마조네스 지어올린 인형의 집에
주홍글씨 이별 새긴 벽돌 한장
묵묵히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