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한 초겨울 비바람이
행복하던 가을흔적 매정하게 날려보내고 있다
시답쟎게 내리면서도 영혼 적셔오는
성가신 비,

한그루 나무는 잎 다 떨어뜨린 채
바람에 빈 가지만 흔들고 있는데

떨어진 낙엽에서 희망 발견하려는 역설
이젠 치워버리고
다음은 세상에 파묻혀 잊혀질 차례

문득 아스팔트위를 맨 무릎으로 기어가는듯한 쓰라림
가슴 훑고 지나간다

혼자 앓는 고통은 더욱 삭막할까봐
이별 답지 않은 헤어짐이라며
애써 외면해보지만
허무에 가려진 무기력의 세월은
행복 쓸어버리려 기승부린다

다른 사람 만난 뒤 그제서야
전의 그 사람과 이별 수순 밟던 너,

헤어졌으면서도 헤어지지 않은 관계
줄곧 유지시키기 좋아하던 너,

지금을 사랑하는 것도 과거를 사랑하는 것도 아닌
어수선한 상태로 힘들어 하다가 둘 다 포기하던 너,

지금부터는 그렇게 살지 마라

비바람속에서 옷깃 여미며
현실 발디디고 섰을 때
너는 자신 모습 바로 볼 수 있고
낙엽지는 너의 계절 제대로 알게 되리라

그렇게 행복의 비결은 따로이 없다

인생은 계절따라 변하며 흐르는
강물인 것을,
물결 도도한 흐름 풍미하지도
그 힘과 격렬함 향유하지도 못한 채
겉돌고만 있어서야,

인생이라는 물속 들어가
차라리 힘 다 빼버리고
첨벙거리며 자맥질하면 얼마나 신나는지,

그걸 알게 되는 날 너는 전화위복되어
우울한 얼굴 지우고
큰 소리로 노래하리라
소리높여 웃어제끼리라

하 하 하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