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갯밭 두렁길 너머로 횡액당한 물두멍
썩은 물 넘쳐나듯
쉼없는 쟁기질따라 횡포의 흔적
입초 오르내리는 사족의 저주마냥 궁싯거려도
그 여인네는 꿈쩍도 않고 서서
줄창 내게만 정겹게 소리치고 있었네

대중없이 옥죄고드는
부리 헐게 될 때 까지도
마냥 허텅지거리로 듣다가
먼 동 터올라 소나무 잠깰 무렵에서야
홀로 위령제 지내며
고리 느슨하게 매달린
무기물덩어리 들어올리면서

여리고 부드러운 선화 녹아내려
울음 조율사로 화한 나는
그제사 그 여인네에게
손짓쯤은 보내게 되었네

가마속 여열 체념에 찬 허망함까지
두루두루 씹어보고
애증과 생사 소름끼치는 관능도 삼키며
거짓된 태양 향한 갈망으로
밤낮 막론하고 여인네와 흘레붙어
사타구니 물 고일 새도 없이 뿌려쌓던,

살갗 썩혀 제 몸 타들어가는
그런 허망한 시절이었네
그렇게 보낸 저주의 시절이
내겐 있어졌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