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6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출판 예정 두번째 詩集의 제목입니다.

林森의 인생에 있어서 또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시작인
2008년 후반기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
약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인 양
정말 많은 量의 詩를 짓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역경의 나날을 헤쳐나오면서
量産된 詩이니만큼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비감어린 내용과
칙칙한 파스텔톤 색깔의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시대의 방랑자 다운 林森의 詩心과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詩語의 조화가
오묘하게 조합을 이루고 있는지라,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고
한 데 어울려 함께 눈물짓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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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엽 세 잎 *



시작노트

" 낙엽 세 잎 " 詩作 note

가을 내내 가을이야기만 썼다.
이렇게 저렇게 제목들은 다 달리 하였으나, 어떻게 된 심산인지 이 가을에는 원고마다 쓰는 족족 온통 가을의 이야기로만 도배가 되어버린다.
다른 말로 화두를 제시해도 종국에는 가을로 끝난다.
참으로 요지부동이다, 가을은.
가을이니까 가을 이야기를 쓰지, 봄이나 여름의 이야기를 쓸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면 답변할 말은 없지만, 다른 계절에는 그냥 계절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 사는 이야기들이나 잡다한 세상의 면모가 주제로 등장하는 경우도 다반사거늘, 유독 가을만은 다른 제목이 끼어들 틈이 일절 없다.
그냥 모조리 가을이야기이다.
아마도 사철 중에서 제일 짧은 계절이면서도 가장 많은 사연을 만들어주는 계절인고로, 가을이면 내심 할 말도 무척이나 많은가 보다.
머뭇거리다보면 이내 저버리는 가을이기에 필자는 유감이 참 많다.
망설이다보면 하마 계절이 바뀔터이니, 얼른 몇 자라도 더 적어야 가을의 뒷자락을 바라보는 회한이 남지 않을 듯 하여, 예컨대 진즉에 부지런히 가을을 써내려가곤 한다.
허기사 그래봤자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이리라.
이미 산간지방에는 첫서리가 내린지도 여러 날 되었고, 얼음까지도 솔찮게 얼려보았으니 이만 하면 겨울 채비는 다 갖춘 셈이다.
슬슬 본격적인 동장군이 기세를 올리기 시작하는 모양이, 가까이에서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앙상한 잎을 매단 은행나무도 이제는 듬성듬성 빈 가지가 눈에 띠는 폼이, 저마저도 낙엽으로 지고 나면 천상 다시 올 봄에나 또 잎을 피우게 되겠거니.

일전에는 모처럼 고향 강원도의 초등학교 동창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우연한 기회에, 오랫동안 잊고 살아왔던 친구들과 연락이 다시금 연결되었고, 얼떨결에 모임에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동안 역마살이라는 유별나게도 불쌍한 업보를 타고나 방랑자로 세상살이를 하다 보니, 친구들을 알뜰살뜰히 챙기지도 못했고, 경조사는 물론 전체적인 회합이나 행사조차도 부득이 불참하면서 한 평생 살아온 필자로서는, 연통을 받고 사실 며칠 전부터 제법 마음 설레며 모이는 날을 기다렸다.
그리고 한 시간이나 이르게, 모임 장소인 인사동의 어느 구석진 골목 어귀에 위치한 밥집으로 찾아들었다.
거의 오십년 가까이 흐른 세월의 높다란 담장 앞에서, 늙고 볼품없어진 얼굴들이라 전혀 못 알아볼 줄 알았는데 웬 걸, 그게 아니었다.
처음에는 서로의 이름을 대면서 서먹서먹한 인사를 나누고,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자신을 설명하려니 궁색하기도 하고 약간은 계면쩍기도 하였으나, 이내 옛날의 어린모습들을 서로의 얼굴에서 찾아내며 파안대소하다보니, 금새 자주 만나왔던 것처럼 격이 없는 대화들로 줄줄이 꼬리를 잇게 되었다.
물론 그 중에는 사전에 여러 번의 만남으로 친근해진 친구들도 있었고, 사회생활의 연결고리로 맺어져있기도 하여, 더욱 가까운 사이인 친구들도 더러 있었기에, 그네들이 나서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참에 추억의 광장은 더없이 정겹고 화기애애할 수 있었다.
아무튼 감자바우들의 가을이야기는 필자의 삶에 또 하나의 정겨운 페이지를 만들어주었다.
이제부터라도 다시 만나자는 연락이 오면 만사 제쳐두고 뛰어나가리라 다짐하면서, 사람이 계절을 산다는 것이, 그리고 계절을 보낸다는 것이 스스로의 의미가 더해짐으로 해서 한결 알차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시간이었다.

모름지기 가을이 가을다운 건 너무나도 다양한 색깔의 만상이 온 누리에 눈부신 정경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다양한 색상들이 온갖 황홀한 역사를 만들어주고 있음을 바라보노라면, 문득 조물주의 무한한 능력과 신비한 섭리에 숙연해지곤 한다.
“가을에는 / 기도하게 하소서… /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다형(茶兄) 김현승(金顯承·1913~1975)’ 시인의 시 ‘가을의 기도’ 첫 연이다.
흔전만전 부유하다가 언뜻 정신 차리고보니 잠깐사이에 어느덧 가을이 이만큼 깊었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최인호’ 작가의 표현을 빌리면 ‘온통 붉은 축제와도 같던 여름’이 어느 결에 퇴장하고, 만산홍엽과 조락의 계절이 지금 여기에 당도해서 빠른 변화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섰다.
미상불 이번 가을의 기도는 그 언사 가운데 포함해야 할 절목이 너무도 많다.
올 한 해가 그 종반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돌아보니, 온 나라에 회오와 탄식이 넘쳐난다.
정말 되돌아보기도 버거운 세월호 참사로 시작한 봄과, 무덥고 후덥지근한 추억만을 진하게 우리들 가슴에 새겨놓은 답답한 여름의 이야기들, 그리고 불과 며칠 전 어느 유명 연예인이 의료사고의 의혹 속에 미해결 상태로 장례를 치러야만 했던 모든 사건사고들이, 우리에게 간절한 기도를 올리게 한다.
가을을 기도의 계절로 인식한 김현승의 시어들은 깔끔하고 투명하다.
엄정한 기독교 윤리를 바탕으로 출발한 그의 시는 종교와 문학, 신과 인간의 관계를 긴장감 있게 그리고 탄력적으로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범례에 해당한다.
그의 삶과 문학이 그러한 관계성의 발단과 변화와 종결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을 따라가기 때문일 것이다.
초기 시의 소박한 로맨티시즘의 단계를 지나, 중기 시에 이르면 신의 전능에 비추어 본 인간의 존재론적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하고, 후기 시의 ‘견고한 고독’이나 ‘절대고독’ 같은 시편에 이르면 걷잡을 수 없는 회의가 폭발하면서 마침내 신과의 결별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놓는다.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에 시라고 하는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던 시인은, 고혈압으로 쓰러진 이후 말기 시에 이르러 다시 신에게로 복귀하며 ‘돌아온 탕자’처럼 눈물의 시를 써 낸다.
“가을에는 / 사랑하게 하소서… /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의 기도 두 번째 연이다.
지금이라면 정녕코, 기독교의 신본주의와 문학의 인본주의를 함께 포괄하여, 온 생애를 일관한 그 빙탄불상용(氷炭不相容)의 갈등 속에서 정갈한 가을 시편을 남긴 시인으로부터 우리가 ‘기도’를 배워야 할 계절이다.
우리 개인을 넘어서 이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면, 참으로 기도해야 할 일들이, 그렇게 간절하게 염원을 모두어야 할 일들이 눈앞에 첩첩하다.
세월이 지나면 우리의 후대가, 그 어려운 시기에 당신의 세대는 나라를 위해 무엇을 염원하고 또 실천했는가를 물을 것이다.
그 때 무슨 면목으로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오늘의 필자를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어쩌지 못하는 자괴감과 무안함으로 슬그머니 눈을 감는다.
그리고 입속으로 조용히 읊조린다.
“이 작고 소박한 가을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름다워지고 싶다.
가을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언제까지라도 가을과 하나이 된 다감한 사람으로 남겨지고 싶다.
우리가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몇 가지 이야기 때문이다.
언젠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했던 적이 있다.
그 사랑의 아름다움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언젠가 길을 가다 누군가의 무거운 짐을 들어주었던 적이 있다.
그 따뜻한 손길이 안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슬픈 소식을 듣고 마음 아파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그 뜨거운 눈물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언젠가 어디선가 고이 떨어진 낙엽 한 장 주워 들고 겸손해지기로 했던 적이 있다.
그 겸손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따르기로 했던 적이 있다.
그 다짐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아름다운 사람이다.
언젠가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마음이 설레었던 적이 있다.
그 설렘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우리는 이렇게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는 사람들이다.
벌써 오래 전부터 우리는 가없이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었고, 바로 조금 전까지도 아름다운 꿈을 꾸면서 서로의 아름다움을 보듬으며 어울리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왜 지금 우리는 아름답지 못한 자신을 발견하고 탄식을 하고 섰는가?
현실의 작은 괴로움과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우리 안에 잠재해 있는 아름다운 심성을 스스로 눌러버리고 있는 걸까?
어째서 영원히 아름다운 삶을 그리워 하는 아름다운 그리움을 깨닫지 못하고, 종주먹 들이대며 각박한 현실 틈바구니로 자신을 몰아붙이고만 있어야 할까?
만약에 우리의 삶에 이런 그리움이 없다면 우리의 가슴은 언제나 형체만 겨우 남아, 밟으면 부서지는 소리조차 미약하게 바싹 말라버린 비틀린 낙엽들로 수북히 쌓여진, 텅 빈 공허로움만 가득 채우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움 때문에 아린 속은 오히려 축복이다.
그리움 때문에 죽을 듯 잠식해 들어오는 아픔은 차라리 생명의 환희이다.
만약에 진정한 그리움이 없다면 우리는 사랑도 행복도 꿈꾸어보지 못하고, 오직 텅 빈 허공에 떠있는 영혼이 되어 삭막한 모래사막을 떠도는 삶으로만 존재하게 될까 두렵기까지 하다.
우리가 결코 그리움으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그리움을 놓아줄 수 없는 이유는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이란 참으로 복잡하고 아슬아슬하다.
걱정이 없는 날이 없고 부족함을 느끼지 않는 날이 없다.
어느 것 하나 결정하거나 결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내일을 알 수 없고 늘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삶이란 누구에게나 힘든 이야기이다.
말로는 쉽게 행복하다, 기쁘다고 하지만 과연 얼마만큼 행복하고 어느 정도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막막하다.
실은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가치, 고유의 의미와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이것이야 말로 각자의 인생에서 만나는 가장 극적인 순간이요 가장 큰 기쁨이다.
아무리 화려해도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여 오래 입지 못하듯이, 어린아이의 순진한 모습을 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듯이, 우리의 마음도 순결과 순수를 만나게 되어 절로 기쁨이 솟아나 행복해지면 좋겠다.
조금은 모가 나고 부족하다고 누가 뭐라고 하지는 않는다.
단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조금의 불편함이 생길 뿐인 것이다.
남의 모든 것을 의식하는 것도 좋겠지만, 때론 자신 속에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 나가는 것도 편리하고 쉬울 때가 있다.
너무 복잡하고 힘들게, 어렵게 여기기 보다는 조금은 순리대로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얻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좀더 깊고 아름다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서 삶에 있어 진정한 행복의 척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화가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손자는 유품을 정리하다가 일기장을 발견했다.
눈물을 훔치며 일기를 읽어보던 손자는, 할아버지가 50년도 넘게 전에 적은 글을 발견했다.
“어제 또 금을 발견했다. 작년에 캐낸 것보다 훨씬 커서 놀랐다. 이걸 시내에서 팔면 수많은 사람이 몰려오겠지. 그러면 내가 아내와 만든 통나무집과 땀 흘려 일군 채소밭, 뒷뜰의 호수, 아름다운 숲과 나무 등 대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평온함을 누릴 수 없게 되겠지. 이걸 뒷뜰 양어장에 던져 물거품 속으로 사라지게 할지언정, 아름다운 삶이 눈앞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다.”
설마 하면서도, 일기장을 본 손자는 집 뒷마당의 양어장을 뒤져보았다.
거기에는 2.7Kg에 달하는 금덩어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가 사는 일대에는 엄청난 양의 금이 땅에 숨어있었지만, 할아버지는 막대한 부를 눈앞에 두고서도, 대자연과 함께 하는 기쁨을 선택한 것이었다.
돈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는 세상이지만,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있고, 살 수 없는 게 있다.
“불행한 사람의 특징은 그것이 불행한 것인 줄 알면서도 그쪽으로 가는 점에 있다. 우리 앞에는 불행과 행복의 두 갈림길이 언제나 있다. 우리 자신이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다”
‘A,링컨’의 말이다.

꽃마다 향기가 있듯이 사람도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어떤 이는 낙엽 타는 냄새가 나고, 어떤 이는 누룽지의 구수함이 배어 있고, 어떤 이는 너그러운 웃음이 배어 있다.
스쳐 지나쳐도 꽃향기가 배인 사람이 있다.
쳐다만 봐도 호수가 느껴지고, 처음 만난 사람인데 남 같지 않은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까지 차분하게 평화를 주는 사람이 있다.
우연한 손 내밈에 손 잡을 수도 있고, 손 내밀며 악수해도 피하고만 싶은 사람이 있다.
이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과 어울리고 있는가?
우리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며 어떤 사람으로 남에게 비쳐지고 있는가?
마음을 담은 몇 줄의 글만으로도 상쾌함이 전해지고, 진심어린 한 마디 말 만으로도 편안함을 전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살면서 문득문득 사람 냄새가 그리운 날, 바둥바둥 세상살이가 그냥그냥 서러운 날, 유별나게도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는 이 가을의 하루, 불쑥 군중 속에 끼어본다.
사과 향에, 국화 향에, 산뜻한 오렌지 향에, 사람들의 좋은 향에, 세상이 활기차지는 걸 느끼고 싶다.
군중 속의 고독인가, 과연 나의 향은 어디 갔는가?
소박한 일상 속의 솔직한 모습은, 이젠 도로 옆에 먼지 앉은 볼품없는 꽃으로 되어졌는가?
그렇다면 먼지 묻은 이 향기는 비가 와서 씻어주면 환한 웃음 지으며 다시 나를 찾으려는가?
다소곳이 미소 띤 채 그냥 저냥 살고픈데, 소박한 들꽃 내음인 양 있는 듯이 없는 듯이 은은하고 소박한 사람 냄새가, 바로 필자가 풍겨내는 삶의 향이라면 참 좋겠다.
새삼 이제 와서야 돌아본 듯 막상 바람 앞에 부끄럽기만 하다.
한낱 뒹구는 낙엽조차 제 향기 자랑하면서 포도 위를 구르고 있다.
우리가 시련 많은 이 세상에 살아가면서 그래도 웃을 수 있는 건, 알게 모르게 곁에 있는 작은 행복들이 삶의 힘이 되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한 어린 아이의 재롱이 지금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진 않아도, 그 재롱에 함께 담긴 작은 행복이 우리에겐 용기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부부간에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이런저런 가정 일을 다 해결해주진 않지만, 그 말 한 마디가 보듬어 주는 작은 행복이 사랑 넘치는 가정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먼저 하는 양보와 조금 손해 보는 배려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작은 행복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 작은 행복은 이 세상을 아름답게 꾸며가는 바탕이 된다.
행복이란 마음 먹기 달렸다.
받는 것만 바란다면 행복은 오질 않는다.
오히려 행복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서 기다릴 수 있다.
그리고 그 작은 행복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
그래서 가까운 행복을 진실로 소중히 여기는 가을이고 싶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그 소중함으로 빚어 진정 소중한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다.
누군가 알지 못한다 해도 소중한 사람이 있다면, 그 소중한 마음으로 인해 소중히 여김을 받을 것이다.
마음에 담아둔 것이 아프지 않고 기쁠 수만 있다면 그것은 낙엽이 지는 것을 보고 겨울이 오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주고픈 마음 넘치는 사랑 같은 것일 게다.
누군가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기억이다.
좋은 기억 속에 남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 그것은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또한 그것은 지나온 우리 삶 속의 발자국이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억할 수 없는 것은 안개처럼 사라지는 것인 만큼, 반대로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소중히 남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가을.
영원한 삶의 자산으로 남겨질 소중한 기억을 장만하기 위해, 남은 힘을 다 기울여 정성껏 오늘을 살아내련다.
내가 써 갈 ‘가을의 전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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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잎 낙엽,
그리움 가득 담아 귀에다 대면
세상 온통 그리움의 연가
다른 건 일절 들려지지가 않아

한 잎 낙엽,
기다림 한껏 실어 눈에다 대면
하늘 멀리 기다림의 편지
다른 건 전혀 보여지지를 않아

한 잎 낙엽,
외로움 하냥 엮어 코에다 대면
누리 가득 외로움의 향기
다른 건 모두 느껴지지도 않아

한 잎 두 잎 세 잎,
계절 저리도 수이 가건만
세월은 이토록 더디기만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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