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이면
시간 붕괴하듯
내면의 벽 타고 흘러내리는
두려움과 슬픔의 밀의는 바로
이산된 나 향한 그리움의 통각 아닐까요 ?

해질 무렵인데
하필 매사 성가신듯 무감하고
견디는 일 이골났다는듯
권태로 도포된 단단한 얼굴
그 아래를 보아버리다니,

차마 오래 계속되어
굳어버린 틀 아래
습기찬 좌절과 영원으로 은폐될 고독과
용암빛 갈망을요

해질 무렵이라
회전속도 느려지며
가파른 원심력으로부터 의식 놓여나고
그러자 눈물은 흐르기 시작하고요

지나간 온갖 일 스치면서
모든 추억 질료가
눈물이었던 것처럼 영영
멈추질 못해 흘러나네요

해질 무렵에는
사위는 저녁빛
모세혈관 구석구석까지
너무나 부드럽게 흡입되는 걸 느끼며
느리게 죽어가는 그 일
시작 또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