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희 " 詩作 note

‘환희’는 매우 기뻐함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불교에서는 몸의 즐거움과 마음 속의 기쁨을 하나로 통틀어 이것을 가리킨다. 다른 표현으로는 열락의 극치에서 맛보는 행복과 즐거움을 뜻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이상의 정점에서 있을 법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환희를 기대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만일 환희로울 수 있다면 어떤 다른 상황은 다 뒤로 미루고서 가장 먼저 취하고 싶어하는 느낌이 바로 이 환희인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 환희의 조건이나 요소가 다 다르다. 기대치의 수준이나 양이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삶의 환희는 정작 이것을 뜻한다는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누구라도 자신이 환희에 젖어드는 상상만으로도 행복과 평안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는 공통적인 가치로 인정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명예나 부의 추구와 그 달성을 통해서 환희를 맛볼 수 있을 것이며, 욕망의 충족을 비롯한 짜릿한 환희에 집착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과 박애를 통한 헌신으로 환희의 정점을 찍는 사람도 있을테고, 동행과 합일의 행보를 우선으로 한 환희에 그 목표를 두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결과는 같지만 과정이나 선결조건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환희라는 단어에 부여하는 의미의 깊이는 단순하게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다. 다만 사람은 살아가는 동안 내내 끊임없이 환희를 꿈꾸고 소망하며, 조금이라도 그에 근접하기 위한 행보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환희를 갈구하는 요체는 일정하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지녀야 할 품성이나 도리는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 욕심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마르다. 사실 사람들은 가질 줄만 알지 비울 줄은 잘 모른다. 모이면 모일수록,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우리의 영혼과 육체를 무겁게 짓누르기 마련이다. 삶이 피로하고 고통스러운 것은 놓아버려야 할 것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짓누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비워버리는 연잎처럼,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가져야 할 지를 알아야 한다. 사람이 욕심에 집착하면 불명예 외에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다. 좋은 것을 담으려면 먼저 그릇을 비워야 하는 것이다. 욕심은 버려야 채워진다. 현악기는 비어 있기 때문에 울린다는 진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비우면 내면에서 울리는 자신의 외침을 듣게 된다. 그것이 우리 삶을 좀 더 환희로울 수 있게 만드는 요령 중의 하나다.

혹시 지금 어떤 세상의 일로 인해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는가? 그래서 그 고민 때문에 즐거움과 기쁨이 남의 일로 여겨지고 있지는 않은가? 도대체 무엇을 그리 걱정하고 있는가? 당신의 그 걱정은 대관절 오늘을 사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당신의 고민이 현재 처해져 있는 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장 걱정을 멈추자. 어차피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을테고, 당신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다른 사람이 나타나 해결해주거나 상황이 변화되어 해결될테니까 말이다.

기억하자. 실상 당신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수많은 문제들 속에 둘러 쌓여져 있었고, 대부분의 문제들은 당신이 직접 힘을 기울여 해결한 것이 아니고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절로, 혹은 타의에 의해서 해결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즐기는 야구경기를 보면 9회말 투아웃에서도,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하며 포기하지만 극적으로 그 상황에서도 홈런은 나온다. 그렇게 게임을 역전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삶의 묘미다.

그러고 보면 이웃의 생각을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니 쪼잔했던 생각이 폭 넓어지고 너그럽게 감싸줄 수 있는 배려가 생기는 것 같지 않던가? 이웃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니 좁디좁았던 마음이 넓어지고 보듬어줄 수 있는 두둑한 가슴이 되지 않던가? 이웃의 행동을 보이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니 멀리 보는 넓은 시야가 되어지던 경험은 없는가? 이웃의 취미를 인정해주고 보니 ‘나는 그런 취미가 싫은데!’란 단정 짓는 부정의 생각이 없어지고 배워보려는 관심과 즐거움이 생기지는 않던가?

당신의 친구나 지인 관계를 좋은 관계로 인정해주고 보니 내 생각에 맞추려 억지 쓰며 내 주장을 강요하던 속 좁은 생각이 사라지고 부드럽게 인간관계가 맺어지던 걸 경험해보았을 것이다. 또한 이웃의 모든 면을 현실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니 그 사람은 이 세상에서 최고 멋진 사람이더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람과의 교류는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먼저 다가가는가에 따라서 그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의 행보를 신중하고 진중하게 처신해야 하는 이유다.

한 편, 인생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절망하거나 낙담할 필요가 없다.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최선을 다한다 해도 안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일들도 뒤돌아 보면 사실 별 거 아니다. 우리의 긴 삶에서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할 때도 있고, 가만히 숨을 고를 때도 있는 법이다. 일단 놓친 차는 다시 오는 차를 타면 되고, 목적지는 돌아가더라도 궁극적으로 그 곳에 도착하면 될 일이며,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건 놓아주면 된다.

사는 곳이 천국이 되느냐 지옥이 되느냐는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필자도 젊은 시절에는 이런 말을 믿지 않았는데 지금은 믿는다. 나 자신이 오로지 생각 하나 바꾸는 것으로 삶이 달라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기 때문이다. 결국은 생각이다. 한 조각의 작은 생각이 인생을 통째로 바꿀 수 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생각을 하느냐, 그리고 어떤 발걸음을 시작하느냐에 따라 사람도 달라지고 인생도 바뀌게 된다. 생각이 곧 그 사람의 인생이다. 생각이 곧 사람이다.

사람들에게서 어떤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 계속 누가 그런 말을 했을까, 궁리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리석다. 자신에게 유익한 약으로 삼고, 오히려 겸허하게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반드시 기쁨이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씀바귀를 먹을 수 있어야 그 후에 오는 단맛도 알게 된다. 꼭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평소에 가까운 이가 외면하는 쓸쓸함, 그럼에도 결국 인간은 홀로된 섬이라는 생각이 새롭다.

다른 이들이 나에게 잘 해주었던 부분들을 더 자주 되새김하고, 누군가에게 내 쪽에서 못마땅한 일이 있을 때는 다른 이들이 그동안 말없이 인내해준, 나의 약점과 허물들을 기억하고 좋은 마음으로 참아내기로 하자. 언제나 눈길은 온유하게, 마음은 겸허하게 지니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서 살아가자. 큰 것을 잃어버렸을 때는 작은 진실부터 살려가면 된다. 큰 강물이 말라갈 때는 작은 물길부터 살펴주는 것이 좋다.

꽃과 열매를 보려거든 먼저 흙과 뿌리를 보살펴주어야 한다. 오늘 비록 앞이 안 보인다고 그저 손 놓고 흘러가지 말자. 현실을 긍정하고 세상을 배우면서도 세상의 보이는 부분만을 닮지 말자. 막연하게 세상의 시류를 따르지는 말자. 작은 일, 작은 옳음, 작은 차이,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도록 하자. 작은 것 속에 이미 큰 길로 나가는 빛이 있고, 큰 것은 작은 것들을 비추는 방편일 뿐이다. 현실 속에, 생활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세상을 앞서 사는 희망이 되도록 노력하자.

할 수 있다면 하루에 한 번쯤은 혼자 걸어보자. 세상 이야기들 그대로 놔두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가자. 성급한 말이 되지 말고 우직한 소가 되어 나에게 속삭이며 혼자 걸어보자. 괴로움이 나를 따라오거든 내가 나에게 술도 한 잔 받아주고, 나를 다독거리며 홀로 걸어보자. 나무도 만나고 바람도 만나면 마음은 어느 사이 푸른 들판, 잊었던 꽃들이 피어나고 고향 냄새 되살아나 내 가슴을 울리는 나의 콧노래, 하루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나를 만나며 살아가도록 하자. 만일 환희로울 수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