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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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사되는 달빛 *



시작노트

" 폭사되는 달빛 " 詩作 note

올 해의 끝자락이다. 그러고보니 이젠 보름밖에 안 남았다. 새 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의 테러가 목하 극으로 치닫고 있음이다. 한 해 내내 그토록 지긋지긋한 공포의 시절로 물들인 이 제목을 그대로 주홍글씨인 양 떠안고 또 다른 새 해를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이 정말 죽기보다 싫은데, 그렇지만 우린 이 질곡을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아니, 벗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가파른 확진자 증가 추세의 백척간두에 서서 위태로운 나날들을 허덕이며 영위해야 한다는 비참함에 새삼 몸서리가 처진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우린 참아야 한다. 비록 지치고 고단하지만 우리의 모든 힘을 모두어 이겨내야 한다. 끝까지 굴복하지 않고, 어차피 몰아닥친 사상 초유의 사태에 대응해야 한다. 그렇게 이겨내서는 반드시 다시금 밝은 날을, 희망의 날을 소생시켜야 한다. 그 엄숙한 사명 앞에서 우린 오늘도 또 다짐을 한다. 어떤 제약이나 악조건이 닥쳐오더라도 굴하지 않고,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침체된 경제와 각박해진 민심을 추스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그래도 세상은 아직도 살 만하다는 진실을 기필코 확인하고야 말리라는 그런 다짐을 말이다.

문득 올려다본 겨울 밤하늘에 유난스런 달빛이 시리게 비추인다. 구름 한 점도 없는 어두운 창공에 달무리를 만들어내며 폭사되는 달빛을 보면서 문득 좋았던 시절을 생각해낸다. 바람 속에서 환상처럼 떠오르는 그 시절의 기억들을 되새기면서 돌고 도는 세상사의 오묘함을 배운다. 그러다가 늘 고백처럼 읊조리는 말을 다시 한 번 속으로 반복해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필경 다시 찾아올 밝은 날에 대한 기대와 소망으로, 무릇 퇴색되어가던 내일의 끈을 은근히 힘주어 다잡는다.

‘人生不滿百 (인생불만백) 常懷千歲憂 (상회천세우)’ 라는 문구를 생각해본다. ‘인생은 백년을 채우지 못하는데 항상 천년의 근심을 품는다.’는 뜻이다. 맞는 말이다. 척박한 시절이라 하여 그저 이런 저런 근심 걱정 끌어모아 엉절거리고만 있어서는 안 되겠다. 부족한 힘은 이웃에게서 얻고, 내 힘이 조금 남으면 이웃에게 베풀면서 그렇게 서로 소통하다보면 없던 힘도 생겨나게 되고, 자연스레 기회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인생을 소통으로 살아갈 수만 있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삶에서 소중한 것은 다 공짜다. 그걸 누릴 줄 알면 부자인 거다. 부는 바람도 공짜, 하늘에 뜬 흰 구름도 공짜, 초록으로 물들어가던 한 여름의 나무그늘도 공짜, 단풍으로 물들었다 낙엽이 지고 다시 이듬해 새 순을 돋는 자연의 기적도, 눈부신 햇살도 공짜다. 화사하게 피어나는 꽃의 자태도 공짜, 그 꽃이 풍기는 향기도 공짜다. 밤이면 화사하게 비추는 달빛도, 그 달을 감싸는 무수한 별빛도 공짜, 우연히 만난 아이의 환한 웃음도 공짜, 갑자기 내리는 백설도 공짜다.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은 다 공짜다. 아침의 시린 공기도, 숲길을 걷는 것도, 아이들 뛰노는 소리도, 책방에서 뒤적이는 책들도, 거리에서 만나는 이웃들의 시원한 미소도, 아무 조건 없는 친절도, 인생에서 진실로 좋은 것은 다 공짜다. 돈으로 살 수 없고, 숫자로 헤아릴 수 없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진정 존엄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삶에서 정말 소중한 것들이 다 공짜인 거다. 그러니 어찌 펼쳐진 세상이, 오늘의 삶이, 고달프기만 하고 온통 처절하다며 낙심하고 있을 것인가?

요즘 어느 중견가수의 가사에 등장하면서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는 세기의 철학자 ‘테스형’을 어떤 젊은이가 찾아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선생님처럼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까?”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대답 대신 그를 강으로 데려갔다. 그리고는 젊은이에게 머리까지 강물에 들어가 숨쉬기 힘들 때까지 기다리다가 나오라고 했다. 한참 후에 숨을 헐떡이며 강물에서 나온 젊은이에게 물었다. “물 속 깊은 곳에 있었을 때 가장 원했던 것이 무엇입니까?”

그러자 젊은이가 말했다. “숨을 쉴 수 있는 공기입니다.” 소크라테스는 말했다. “만일 그대가 숨을 쉬기 원했던 만큼 지식을 원한다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정말 끊임없이 생긴다.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말이다. 세상에는 원하는 것을 이루어 가진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데 그들의 차이는 노력과 그 뒤에 숨겨진 절박함이 달랐을 뿐이다.

‘이외수’ 작가가 말한다. “정상에 오른 자들을 시기하지 마라. 그들이 목숨 걸고 산비탈을 오를 때 그대는 혹시 평지에서 팔베개하고 달디 단 낮잠에 빠져 있지는 않았는가? 때로는 나태를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것도 죄악이라는 사실을 명심하라.”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면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서 신중한 행동과 처신을 해야 한다. 그런 우리의 뇌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낯선 생각(Strange thoughts)’이 필수적이다.

낯선 생각을 알기 위해서는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의 의미를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커피를 마셔야지~” 하고 생각했다면 그건 낯선 생각이 아니다. 과거의 어느 날 언젠가 처음 그 생각을 했을 때가 낯선 생각이며, 생각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만일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셔야지~” 하고 생각했다면, 그건 새롭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억을 떠올린 것이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곧바로 의식에서 무의식에 데이터화 되어 저장된다. 신비한 것은 낯선 생각이 오감이나 영감에서 생겨나는데, 보이지 않는 무의식 속에 저장된다는 사실이다.‘안하림’ 작가의 스토리텔링을 보면 우리가 평소 미처 깨닫지 못한 평범한 진리가 얼마나 우리 삶의 중요한 요인이 되는가를 추측할 수 있다. 낯선 생각이라는 기억의 묘미도 그런 범주의 한 예다. 제대로 된 생각과 진실한 실천으로 뒷받침된 삶을 살기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은 참으로 귀한 결과를 가져온다.

꿈과 비전이 분명하고 삶의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라면 시련을 뛰어넘고 더 나아가 역경을 뚫고 이겨내고야 만다. 어느 분야에서고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만큼 시련과 역경을 잘 이겨낸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자기 능력의 15퍼센트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사실이다. 자기 능력을 최대한 개발해 낸 사람은 스스로도 놀랄 만한 뛰어난 능력을 드러내며 일을 성취한다. 이것은 바로 자신감과 도전정신과 열정의 결과다.

미국 시인 ‘휘티어’는 이렇게 말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말 가운데 가장 슬픈 말은 ‘그렇게 될 수도 있었는데...’ 라는 것이다.” 최선을 다하는 삶에 후회 따위는 없다. 우리의 삶에 찾아드는 모든 기회를 맞아 우리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과를 따지기보다 방법을 찾고 행동하는 것이 삶이다. 걱정할수록 주름살이 늘고 눈가에 노여움만 쌓인다. 컵을 깼으면 유리조각을 쓸어 담으면 된다. 옷이 찢어졌다면 세탁소에 가 꿰매면 그만이다.

오늘 시험 결과가 좋지 않다면 지금부터 공부하는 게 최선이다. 깨진 컵을 바라보며 “이게 얼마짜리인데.” 라고 해 봤자 이미 지나간 시간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찢어진 옷을 쥐고 “내가 얼마나 아끼던 옷인데.” 라고 되뇌어도 세월은 흐른다. 택시비가 없으면 버스를 타고, 버스비가 없으면 한 번쯤 걸어가도 좋다. 단 한 번뿐인 인생, 그 시간 동안 무엇인가 열심히 한다면 하루가 값질 것이다.

걱정은 스스로 만드는 것, 긍정적인 생각으로 살다 보면 해결책 역시 떠오르기 마련이다. 오늘 하루, 걱정보다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행동하다 보면 행복한 ‘오늘’이 완성될 테니까 말이다. 자신의 기분에 젖어서 다른 사람의 기분까지 나쁘게 만드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럴수록 스스로의 기분 전환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웃음과 친절로 대하는 센스가 필요하다. 따뜻한 말 한 마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우리가 하는 말에는 온도가 있다. 말은 우리의 입을 통해서 전달되지만 그 뿌리는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차가운 말 한 마디는 그대로 모두를 굳어버리게 한다. 오늘 우리가 하는 말이 사랑으로 가득 차서, 불타는 마음의 난로에서 나오는 뜨거운 말이었으면 좋을 것이다. 따뜻함이 사라진 말이 나올 때는 차라리 침묵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다. 입술의 침묵, 마음의 침묵, 눈의 침묵, 귀의 침묵, 정신의 침묵, 우리 신체 중에서 제일 약한 것 같으나 제일 강한 것이 입술의 말이다. 가장 슬픈 일이 입에 있고, 가장 기쁜 일 또한 입에 있다. 온도 높은 좋은 말로 주변에 감동을 전하는 하루하루가 되기를 소망한다.

지금 기억나는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해보자. 그 사람으로 인하여 나의 삶이 얼마나 따뜻하며 아름다운지를 알게 될 거다. 내가 감사한 마음을 가지는 순간 나의 마음에 여유가 넘치고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지금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해보자. 그 한 마디로 인하여 나는 결코 외롭지 아니하며 좋은 친구들을 알게 될 거다. 내가 감사의 인사를 건네는 순간 나는 더불어 사는 걸 배우고 나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보며 감사하다고 웃어보자. 그 웃음으로 인하여 나의 일이 얼마나 소중하며 고마운지를 알게 될 거다. 내가 감사의 미소를 보내는 순간 나는 신뢰받는 사람이 되고 그 일들이 중요함을 알게 된다. ‘소확행’의 진리는 작지만 큰 울림이 있는 진리다. 아프리카의 원주민들은 원숭이를 사로잡는 기막힌 기법을 알고 있다. 나무 밑둥에다 손이 간신히 들어갈 정도로 작은 구멍을 파고, 그 속에 원숭이가 좋아하는 땅콩이나 밤 등을 넣어두는 것이 ‘원숭이 생포 작전’의 전부다.

냄새를 맡은 원숭이는 슬그머니 다가가 구멍 속에 손을 집어넣고는 그 속에 든 먹을거리를 한 움큼 쥐지만, 손을 움켜쥔 상태에서는 구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없는 것이다. 손을 펴서 먹을 음식을 포기하기만 하면 쉽게 구멍에서 손을 빼낼 수가 있어 잡히지 않을 것이지만 원숭이는 그걸 포기하지 않고 쩔쩔매다가, 그만 자신의 몸 전체를 인간에게 헌납하고 마는 것이다. 쥘 줄만 알고 펼 줄을 몰라 자기 욕심의 희생양이 되는 것이 어디 원숭이 뿐이겠는가?

세상사의 모든 비극이 쥘 때와 펼 때를 알지 못해서 일어난다. 다들 알고 있는 예화지만 읽을수록, 들을수록 쉽지 않음을 느끼면서 다시 한 번 우리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한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손에 쥐고 놓지 않고 있을까? 돈, 명예, 권력... 손을 펴면 우리가 욕심때문에 쥐고 있는 것이 너무나 많음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랑하고, 섬기고, 나누고, 베풀고 살아 가려고 노력하며... 쥐었던 것을 내려놓고, 지나친 욕심을 버리겠다고 다짐하는 올 해의 끝자락이 되어지기를 폭사되는 달빛 아래에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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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떴다

밤하늘 온통 시꺼먼 암흑이거늘
분명 내 눈앞 또 하나의 달 떴다

잉잉,
달 울고있다
달은 갑자기 여러조각 쪼개지더니
산자락 기대선 거대한 나무 향해 훌훌 날았다

달빛 맞은 고목
밑동부터 사라지고, 허리 분해되고, 가지 흩어지어
어둠 함께 표표히 날렸다
고목 사라진 자리엔
여전한 달빛 춤추고 있는데

조각들 향해 손뻗치자 이번엔
달빛 나를 향해 날았다
아니, 아니다
달빛 급속히 폭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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