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초겨울이고,
밤 깊어져 마침내 하늘
포문 열리다

빗줄기 억센 힘
목하 유리창 들이받기 시작
물빛뱀 날아와 부딪침 흡사한,

간단없이 번쩍이며 으르렁대는 뇌전
바람은 숲 울리고
양켠 쪽창 엇박자 뒤흔들려

고개 뒤로 꺾이고
머리카락 깃발로 펄럭이는
바람 바람 바람,
밤에만 내리는 초겨울 비

그냥 지금은

태어나면서부터
줄기차게 재수없던 놈 맞닥뜨린
좀 더 재수없는 날일 뿐이라고

그래서 더 추운 거라고
그쪽으로 슬그머니 생각 방향 흘리며,

밤이니까
단지 초겨울밤이니까
잡생각 이쯤에서 접고
질기게 질기게 견뎌

초겨울비 닮은 내 신세
초겨울밤 따라 노 저어
어디까지 흘러가는지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