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22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 감사의 계절에 눈물 내리고... 토해낸넋두리後"
예상하고 있는 출판 계획 상으로 보자면
세번째 詩集이 될 詩들의 묶음입니다.

2010년 후반기부터 2012년 봄까지의 詩를 모았습니다.

역시 힘든 세상살이의 단면을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고달프고 버거운 현실에도 굴하지 않고
새롭게 거듭나는 미래의 또 다른 삶과
행복의 추구에 관한
보헤미안 林森의 깨달음의 속내가
절절하게 배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詩人 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 모두의 이야기이며,

그렇기에 누구나가 스스로
화수분처럼 솟아나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 여기면서
차례 차례 감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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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여름하늘 아래 나 *



시작노트

" 초여름하늘 아래 나 " 詩作 note

저녁 햇살만으로도 등줄기에 땀이 차는 걸 보니 영락없는 여름이다. 하마 여름이 성큼 다가선 모양이다. 올 여름은 또 어찌 지내야 할까? 얼마나 많은 무더위와 장맛비에 시달려야 할까? 은근히 머리로 들어차는 기우에 잔소름 돋는다. 해마다 이맘 때면 여름 날 걱정으로 이토록 미리 근심투성이 헤집어 오도방정 떠는 걸 보면 아마도 필자가 여름을 많이 타긴 타는가보다.

그러니 어쩌랴? 좋든 싫든 어차피 남들도 다 견디는 여름이고, 제 철 잊지 않고 질기게 찾아드는 여름인 것을. 올 여름도 정신줄 꼭 붙들어 매고 옹골차게 여름과 대적하여 큰 됫박으로 두어 되 땀 쏟아내다 보면 헛웃음 지으며 그리 물러날 게다, 이 여름은. 그러니 그럭저럭 시원한 가을바람 불어올 때까지 여름을 살자. 여름과 잘 타협하며 웬만하면 극성을 조금만 덜 부려달라고 지레 엄살이라도 부리면서.

허기사 아무리 여름이 기세를 올려 못살게 굴었어도 이미 그 몽니를 70년 가까이 견뎌낸 걸 보면 필자도 그리 만만하고 녹록한 성깔은 아닌 듯 하긴 하다. 이만큼 살다보니 나름 철학도 좀 생겼고 생각도 제법 깊어져서, 어디 가서 감당 못할 큰 실수는 하지 않을 깜냥은 될 듯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주어진 능력 보다, 내려온 재물 보다, 똑똑하고 잘난 거 보다, 능력 있어 많이 배운 거 보다, 만나면 마음 편한 사람이 좋더라는 경험도 얼추 쌓아 올렸다.

이 나이 먹도록 살다보니 재물이 많은 친구 보다, 잘나고 똑똑한 친구 보다, 머리 좋아 많이 배운 친구 보다, 마음이 편해 사심 없이 흉금을 털어놓을 친구가 좋은 것도 알았다. 게다가 금전이 생의 전부가 아니고, 잘나고 똑똑한 것 만이 전부가 아니며, 머리 좋아 많이 배운 게 전부가 아닌, 마음이 편한 게 인생의 최고 덕목임을 몸소 체험하며 살아온 친구가 더 좋다.

그리고 하루에도 수십 명의 만남 속에,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있어 재물 보다는 됨됨이를, 잘나고 똑똑함 보다는 몸에서 배어나오는 지극한 겸손을, 많은 학식 보다는 지혜를 통한 깨달음을 알아 주어진 삶을 늘 감사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 또한 만남에 있어서는 조건이 있을 수 없고, 이유가 있을 수 없으며, 계산이 있을 수 없고, 오늘과 내일이 다르지 않은 물의 수평같은 흐름의 한결같음으로 변함 없는 신뢰와 믿음의 향연이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하루 하루 고귀한 삶이라는 건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고, 그 마음을 소중히 할 줄 알며,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맑은 정신, 밝은 눈 속에 비추어진 심연의 정지됨 속에, 소리 없는 마음으로, 불타는 그윽한 눈빛이 아닌, 가슴 깊이 자리한 내면을 볼 수 있어, 좋은 글과 함께하는 친구들이 최고임도 더불어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산다는 것이, 죽는다는 것이 하나로 이어지는 굴레이며, 동전의 양 면과 같아서 같은 진리의 선상에 위치함도 깨달았다.

“명량에서 적을 맞겠다. 우수영으로 돌아가자. 돌아가서 기다리자. 오늘 밤 전 함대는 발진하라.” 장졸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나는 다시 말했다. “사지에서는 살 길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것이 아마도 살 길이다. 살 길과 죽을 길이 다르지 않다. 너희는 마땅히 알라.” 이는 ‘김훈’의 ‘칼의 노래’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삶은 늘 갈림길이다. 하나는 살 길이고 또 하나는 죽을 길인 것이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꾸자. 살고자 하는 사람은 죽고, 죽고자 하는 사람은 살 것이다.” 성웅 ‘이순신’의 웅변에 답이 있다. 삶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두려움을 용기로, 절망을 희망으로, 아픔을 치유로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마땅히 걸어가야 할, 살 길이다. 우리는 이렇게 삶과 죽음의 교차선 상에서 세상을 살면서, 수 많은 마음을 주고 받는다.

사랑의 마음, 배려의 마음, 용서의 마음, 때로는 미움의 마음, 과욕의 마음, 거짓의 마음. 우리가 보낸 마음들은, 동그라미 인생 속에 이리 흐르고 저리 뒹굴다, 결국은 마음의 주인에게 되찾아온다. 좋은 마음은 좋은 마음대로, 나쁜 마음은 나쁜 마음대로, 되돌려 받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이 세상에 공짜가 그 무엇이 있겠는가? 되돌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없다. 베풀면 베푼대로, 인색하면 인색한대로 다시 돌아온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마음 먹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나눠지듯이, 작은 손 얇은 주머니 속이라 물질로 채워줄 순 없어도, 따뜻한 마음만은 넉넉하게 채워줄 가슴이 있지 않을까? 그 마음 준다 하여, 우리에게 나무랄 그 누가 어디 있을까? 인생은 미로같은 길을 가는 것,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또 다시 만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에 우리가 고운 마음 건네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우리를 맞이하게 될까?

‘사필귀정’이란 말이 있듯이, 세상은 거짓이 없는 곳, 주는 마음 되돌아오는 세상인 것을, 이해, 용서, 배려, 감사, 사랑의 넓은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살아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하루도 즐거운 마음이 충만하면 참 좋겠다. 남을 미워하면 저 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부정적인 감정이나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 그 피해자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다.

하루하루를 그렇게 살아가면 내 삶 자체가 얼룩지고 만다. 인간관계를 통해 우리는 삶을 배우고 나 자신을 닦는다. ‘회심(回心)’, 곧 마음을 돌이키는 일로서 내 삶의 의미를 심화시켜야 한다. 맺힌 것은 언젠가 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생에 풀리지 않으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미워하는 것도 내 마음이고 좋아하는 것도 내 마음에 달린 일이라는 ‘법정’스님의 말이 생각난다.

사실 인생은 전진과 후퇴의 반복이다. 늘 앞으로만 가는 것도 아니고 매일매일 좋은 일만 있는 것도 아니다. 꽃도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면서 계절을 넘긴다. 그러니 과거나 현재의 후퇴를 서러워 말자. 계절이 바뀌면 꽃은 다시 핀다. 해마다 봄이 오면 꽃은 다시 피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 진다. 하지만 지는 것을 서러워하지 않는다. 몇 계절만 넘기면 또 다시 봄이 오니까 말이다. 기다리면 봄은 온다. 그래서 희망이다. 우리 삶의 봄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다시 사자성어를 하나 살펴본다. ‘수도거성’이란 말이 있다. 물이 흐르면 자연히 도랑이 생긴다는 뜻으로, 조건이 갖춰지면 일은 자연히 성사된다는 의미다. 물이 흐르면 도랑을 이루고, 참외가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 세상 일이란 시기가 무르익고 조건이 갖춰지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이루어진다. 때가 아닌데 억지로 하려 든다면 이룰 수도 없고, 인생이 덩달아 피곤해진다.

자기를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고, 천명을 아는 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한다. 복은 자기에게서 싹트고, 화도 자기로부터 나온다. 세상을 보고싶은 대로 보는 사람은, 세상이 보이는 대로 보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다. 훌륭한 상인은 물건을 깊숙히 숨겨두어 아무 것도 없는 것 처럼 보이게 하고, 군자는 아름다운 덕을 지니고 있지만, 모양새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

불길이 무섭게 타올라도 끄는 방법이 있고 물결이 하늘을 뒤덮어도 막는 방법이 있다. 무엇인가 성취하려면 어렵더라도 뜻을 굳게 가지고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는 꽃은 또 피지만, 꺾인 꽃은 다시 피지 못한다. ‘병 없는 것이 제일 가는 이익이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 제일 가는 부자이며, 고요함에 머무는 것이 제일 가는 즐거움’이라고 했다. 스스로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언젠가 다시 찾아온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즐겁고 행복한 삶을 위하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파이팅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가끔은 삶의 막다른 골목에 다다라서 하늘을 원망한 적이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 계획대로 되어지지 않는 인생, 내일 일을 보장받을 수 없고, 밤을 새워 고민한다고 해서 나아질 것이 없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운명은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자기의 몫이다. 운명의 신은 어떤 이에게는 후하게 한 몫을 주고, 어떤 이에게는 박한 몫을 줄 수도 있다.

내 몫이 남의 몫보다 적다고, 또는 나쁘다고 불평을 할 수도 있다. 각자가 받아야 하는 운명의 몫이 공평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이것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기의 몫을 순수히 받을 수 밖에 없다. 자기의 몫을 살펴보고 좋은 것이 있으면 고맙게 생각하는 것이 인생의 여로이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일은 자기의 삶을 깊이 사랑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단 한 번뿐인 자신의 삶을 받았기 때문이다. 내 책임과 내 계획 하에 내가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삶이기 때문이다. 또 한 번 강조하는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지극히 사랑하는 것이다. 삶이 좋든 싫든 간에 내가 가야할 길이라 외치며, 우리는 이제 당당히 걸어가야 한다

전에도 예를 든 적이 있는데, 깊은 물 속에 사는 어미 연어는 알을 낳은 후, 한 쪽을 지키며 자리를 뜨지 않는데, 이는 갓 부화되어 나온 새끼들이 먹이를 찾을 줄 모르기 때문에, 어미가 극심한 고통을 참아내면서 자신의 살을 새끼들이 쪼아 먹으면서 성장하도록 한다. 새끼들이 그렇게 어미의 살을 먹으며 성장하면서, 어미는 결국 뼈만 남은 채 서서히 세상을 뜨게 되는데, 이를 통해 우리에게 위대한 모성애의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연어를 ‘모성애의 물고기’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가물치는 알을 낳은 후 바로 실명을 하게 되며, 그 후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배고픔을 참아내야 하는데, 이 때 알에서 부화되어 나온 수천 마리의 새끼들이 어미가 굶어 죽지 않도록 한 마리씩 자진하여 어미 입으로 들어가 어미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며 어미의 생명을 연장시켜준다고 한다. 그렇게 새끼들의 희생에 의존하기에 어미가 눈을 뜰 때 쯤이면 남은 새끼의 수는 10%도 생존치 못하게 되고, 대부분의 어린 새끼들은 기꺼이 어미를 위해 희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물치를 ‘효자 물고기’라고 한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연어같은 모성애는 받고 살아났으면서도, 가물치같은 효심은 갖지 못하는 자식들이 아닌가 깊이 반성하게 된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었던 5월을 보내며, 우리 모두 연어와 같은 자식 사랑과, 가물치와 같은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을 생각하는 달로 소중하게 기억하며 마무리하기를 바라면서, 여름의 초입에 서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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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줄로 잡아맨 심장에
쇳덩이 하나 들어차서는
아프게도 하며, 무겁게도 하며, 반면
머릿속은 텅 비어버려

추억도 뭣도 아닌
하챦은 과거만 너절하게 늘어놓던
늦은 봄뜨락에
조심조심 생각 쌓아올려
목소리 너울져 울리는 초여름빛에
마중물 샘솟네

솜털 올올이 솟구쳐 까시러지게 굴더니만
금세 한결 순해진
방안 웃풍,
여민 옷자락 펄럭여 가슴팍 엿보며
은근슬쩍 아양 부리곤

두루뭉술 머리결 부비는
뭉근한 초여름바람,
사방 넘실넘실 벙벙한 마음 가
조약돌 팔매질하는
풋소리, 첨벙

내 몸이 하늘에 뜬 걸까?
내 머릿속 들어찬 게 하늘일까?
봄 저무는 길목 비껴설 제
내가 하늘 되면
하늘은 나 되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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