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 해결하고 영혼에 새겨야
상처처럼 벌어져 붉은빛 속살 보이며 피뿜어낼 듯한
이 흔적 메울 수가 있을까 ?

청명한 하늘 눈 아리게 비추어온다
투명하게 세상 떠돌며 스쳐지나가는 바람결이
언뜻 초여름 냄새 묻혀 움직인다
계절마저 외면한,
그저 서늘하고 슬픈 바람 엷게 울며 흔들리고 있건만
발끝에서 손목 휘감고, 가슴속으로 타고들어가
결국은 입밖으로 뱉어져
들리지 않게 소릴 지르고 있다

나는 이 여름초입에서
그리도 서늘하고 슬픈 바람에
정녕 아픈 심장 다 내어주고 어찌 살아온 걸까 ?
무엇이 날 그렇게 만든 걸까 ?
나는 자신의 심장 두드리는 새 부리에 그 심장 파이고
핏물 철철 넘쳐흐른다

새는 그냥 먹이 쪼듯 의미없이
심장 쪼아먹길 되풀이 하지만
그게 내게 있어서
단 하나밖에 없는 봄이었는데....

봄 품고있던 칼칼한 향기는
내 상처투성이 가슴 온통 헤집어놓은 채
그렇게 잔향만 남길 즈음
바람결 실려 아주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