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천 가는 길 " 詩作 note

어차피 삶이라는 게 한 평생 무언가를 뒤좇아 헤매 다니는 여정일 수밖에 없음이 본연의 숙명일진대, 새삼 삶의 의미며 삶의 본질을 찾아 분석하는 짓거리가 쓰잘데기 없는 거품이라는 건 두말 할 나위 없다. 누군가 인생은 나그네길이라고 노래했는데, 이런 저런 이유 나열할 필요도 없이 그게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한다. 꼭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 길을 따라서 그저 죽기까지 줄창 앞만 보고 내닫는, 멀고 먼 방랑길이 바로 삶이라는 고단한 노릇이다.

때로는 그 여정 속에서 쉼과 위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 보다 훨씬 많은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한숨과 눈물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게, 이 여정을 달리는 인간들에게 주어지는 레시피다. 그래서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삶이 고해이며, 산다는 게 풍파를 헤치는 항해라고 이해한다. 어찌보면 요람에서부터 이어진 끝없는 숙제를 무덤까지 멍에처럼 지고 가야 하는 인간의 운명은 원죄에서 비롯된 굴레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녕 힘겹지만, 정말 버겁지만, 감내하면서, 참아내면서, 내일의 작은 소망을, 빛을, 그리고 성취를 기다리면서, 미래의 소박한 행복을, 만족을, 그리고 보람을 기원하면서 하루씩 하루씩 살아내고 있다.

본의 아니게,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이리 저리 떠돌면서 모질게 연명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모종의 음모에 의해 시기와 장소가 정해지면, 거부하지 못하고 가라는 데로 가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러나 그 시절에는 그게 살아가는 모양새의 전부였기에 달리 돌파구나 변화를 모색하려는 의지마저 없었다. 그냥 아무데서나 주어진 일상에 순응하면서 날짜를 죽여가는 게 삶의 목적이자 목표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자아나 자존감조차 상실한 것도 서운하거나 안타깝다는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아니, 서운하기는 커녕 오히려 완벽한 체념과 포기는 곧 달관과 해탈로 이어질 지경이었다. 예컨대 조물주가 완전히 짓밟고 잃어버린 게 아니라면 언젠가는 내게도 다시 한 번 쨍 하고 해 뜰 날이 올테고, 만일 천행으로 그런 날이 왔을 때 체력이나 정신력이 일말이라도 남아 있다면, 나를 모질게 외면한 세상을 비롯하여 손가락질 하던 모든 이들을 모조리 복수의 칼날로 단죄하리라는 오기와 독심만 키워가면서 벌레처럼 꿈틀거리던 암울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아무런 소망도 없이 지내던 지겹던 그 시절이, 결코 쉽사리 흘러가지는 않을 것처럼 빨판을 박던 시절이, 결국은 지나가고 기적처럼 새 날들을 맞이하더니, 그리고 그렇게 새 날들에 적응하여 또 부평초처럼 이리 저리 휩쓸리다 보니, 절대로 지워지지 않으리라 여겼던 상처들이, 반드시 되새기면서 이를 갈고야 말겠다던 흔적들이, 어느새 꿈결처럼 희미해져가고 있다. 전혀 나의 일이 아니었던 듯, 그 처절한 과거가 실감이 나질 않는다는 사실에 화들짝 놀라게 된다.

그렇구나. 삶이라는 게 그런 거구나. 그렇게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가슴에 새기고, 기억에 사무치고 하다가 슬며시 기억에서 놓아버리는 거구나. 그렇게 지난 일들은 잊혀져가고, 그 위로 덧입혀지는 새로운 상처들로 새롭게 아파하는 게 바로 삶의 민낯이었구나. 그렇지. 그렇게 지나간 원한이나 애환들은 슬며시 덮어지는 게, 애달프고 처량한 시절의 이야기들은 스스로 조금씩 잊어가는 게 바로 망각의 기술이며 묘미일 게야. 마치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처럼. 그래서 전혀 모르는 남의 일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사는 거야. 그렇게 살면 다 되는 거야. 그렇게.

그래야 서로 사랑도 하고, 서로를 챙겨줄 수도 있고, 서로의 행복을 위해 기도해줄 수도 있는 거니까. 나 아닌 다른 사람들도 이 세상에서 충분히 행복할 자격이 있고, 너끈히 기쁨을 쟁취하면서 환희를 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나면 아마도 세상은 달리 보일 거야. 그저 막연히 황량하고 거친 사막이 아니고, 풍파만 거세게 불어대는 막막한 대해가 아니며, 나름 잔잔하고 포근한 햇살도 비추고, 따스하고 보드라운 바람도 불어오며, 그렇게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이라고 앞에 펼쳐진 자연이, 앞에 놓여있는 누리가, 앞에 열려있는 공간이 말 걸어 올 거야. 그러니 이제는, 이제부터라도 지난 일들은 잊자. 어제의 상처들은 덮자. 흘러간 아픔일랑 흘러간 세월 속에 다 묻어버리자. 그리고 이젠 진짜 사랑을 하자. 우리, 서로 사랑하자.

“난 누군가를 사랑한 건 네가 처음이야. 그래서 너를 너무 사랑하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너는 행복할까?” 아이가 선인장에게 물었다. “난 그냥, 누군가에게 안겨보고 싶어.” 선인장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정말? 정말 그래? 그 뿐이야? 그러면 너는 행복해지니?” 아이는 성큼성큼 다가가서 선인장을 안아버렸다.

선인장은 생각한다. ‘누가 이 아이 좀 데려가세요. 내 가시가 온통 아이를 찔러요. 내가 떠밀수록 아이 몸엔 가시만 박혀요. 아이 옷이 온통 피로 물들어요. 행복한 만큼 그보다 더 아파요. 누가 이 아이 좀 데려가세요. 데려가서 가시들을 뽑아내고 어서 빨리 치료해주세요. 이러다가 내가 이 아이를 죽이고 말 것 같아요. 누가 이 아이 좀 데려가주세요...’

아이는 생각한다. ‘여전히 선인장은 날 보고 웃지 않아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난 정말 모르겠어요. 내겐 사랑이 자꾸 아파요. 그래서 더 꼬옥 안아주는데. 선인장은 여전히 웃질 않아요. 웃질 않아요. 웃질 않아요.’ 아이는 더욱 꼬옥, 선인장을 안고 있다. 선인장이 웃을 때 까지. 선인장이 아이의 사랑을 알아줄 때까지...

사랑은 따뜻하고 포근하다고 하지만, 사랑은 비참하고 잔인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선인장도 아이도 그냥 서로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면 되었을 텐데, 자신의 방법만 고집하다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도 못한 채 아픔만 가득 안고 말았다. 사랑은 표현이다.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것이다. 사랑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가를 알아,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서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싫증을 낸다는 것은 만족을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처음 가졌던 나름대로 소중한 느낌들을 쉽게 잊어가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 물건을 사게 됐던가? 내가 왜 이 사람을 만나게 됐던가? 내가 왜 그런 다짐을 했던가? 하나 둘 곱씹어 생각하다 보면 그 처음의 좋은 느낌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생각은 변화한다. 늘 같을 순 없다. 악기와도 같다. 그 변화의 현 위에서 각자의 상념을 연주할지라도 현을 이루는 악기 자체에 소홀하면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없다.

우리는 늘 변화를 꿈꾸지만 사소한 무관심과, 나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에 이따금 불협화음을 연주하게 된다. 현인들은 말한다. “가장 소중한 것은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가까이 있다.” 행복은 결코 누군가에 의해 얻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지금 눈을 새롭게 뜨고 주위를 바라보자. 늘 사용하는 구형 휴대폰, 어느새 손에 익은 볼펜 한 자루, 잠들어 있는 가족들, 그리고 나를 기억하는 친구들, 사랑했던 사람과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며, 먼저 소중한 느낌을 가지려 해보자.

먼저 그 마음을 되살리고 주위를 돌아보자. 당신은 소중한데 그들은 그렇지 않다고 속상해 하지 말자. 우리가 소중하게 떠올렸던 그 마음, 그들로 인해 잠시나마 가졌던 그 마음, 볼펜을 종이에 긁적이며 고르던 그 마음, 처음 휴대폰을 들고 만지작거리던 그 마음, 그 마음을 가졌었던 때를 떠 올리며 엷은 미소를 짓는 자신을 찾을 줄 아는, 멋진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선물하자.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자.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먼저 선물하자. “오늘 옷이 참 잘 어울려요.” 라고 하면서 먼저 웃으며 인사해보자. 마음이란 것이 그렇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월 속에서 부딪치는 일들로, 특히나 비바람같은 고난, 슬픔 등등의 갖가지 일들로 괴로울 때, 자신을 원망하며 어느덧 퇴색되어진 내 마음을 발견하고, 처음 마음이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고 싶어지면서 위로를 받으려 한다.

또 그 첫 마음이었던 때를 회상하다 보면 이내 환한 미소가 얼굴 가득 드리워지는 나를 찾으며, 그 어떤 고통도 여유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어, 아름다움이란 언어를 간직하게 되는 것이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를 못했을 거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바르게 살도록 한 귀한 선물이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이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귀한 선물이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이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이었다.

내 등에 짐이 없었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이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나를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기쁨을 전해준 귀한 선물이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게 했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다.

내 나라의 짐, 가족의 짐, 직장의 짐, 이웃과의 짐, 가난의 짐, 몸이 아픈 짐, 슬픈 이별의 짐 들이 내 삶을 감당하는 힘이 되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게 하였다. 바로 그런 거였다. 나를 그렇게나 힘들게 했던 내 등의 짐이 알고 보니 나를 살아있게 만든 근원이었고, 척도였던 거다. 그걸 알게 된 나는 이제사 새삼 생각한다. 내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내가 행복이라고 여겼던, 내가 성공이라고 과시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힘들게 만든 내 등의 짐 보다도 못한 한 순간의 과정이었을 뿐이구나.

어느 어린이의 사연이 필자를 웃게 만들었다. - 우리 엄마는 연하 아빠와 결혼한 커플이다. 우리 아빠가 겨우 한 살 아래지만 우리 엄마는 늘 자랑이다. “나 영계랑 살아~ ”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니신다. 그런데 나는 아빠가 엄마한테 누나라고 부르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누나 대접 해주는 것도 본 적이 없다. ‘하긴 연하 남편 커플들이 다 그렇지 뭐.’ 나는 평소에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오늘 너무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보통은 우리 엄마 아빠의 대화가 이렇다. “어이, 빨래는 했어?” “네에~ 그럼요.” “어이, 그거 가져왔어?” “어머나! 깜빡했네. 어쩌죠?” 그런데 오늘 엄마가 설거지를 하시는 옆에서 과일을 깎으면서 내가 물었다. “엄마, 엄마보다 아빠가 더 어린데 왜 아빠는 반말로 하고 엄마는 존댓말을 해?” 그러자 엄마는 살살 눈치를 보다가 한참 후에 살그머니 귓속말로 했다. “쉿! 안 그럼 쟤 삐져~” - 웃으면서 사는 거, 그거 그리 어려운 일 아니다. 내려놓을 걸 내려놓을 줄 안다면 누구라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살다보면 만나지는 인연 중에참 닮았다고 여겨지는 사람이 있다. 영혼이라는 게 있다면 비슷하다 싶은, 그런 사람이 있다. 한 번을 보면 다 알아버리는 그 사람의 속 마음과, 감추려하는 아픔과, 숨기려하는 절망까지, 다 보여지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전생에 무언가 하나로 엮여진 게 틀림이 없어 보이는, 그런 사람이 있다. 깜짝 깜짝 놀랍기도 하고, 무척이나 반갑기도 하고, 어렴풋이 가슴이 메이기도 한 그런 인연이, 살다가 보면 만나지나 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 보다 속내가 더 닮은, 그래서 더 마음이 가고, 더 마음이 아린, 그런 사람이 있다. 그러기에 사랑하기는 두렵고, 그리워 하기엔 목이 메이고, 모른 척 지나치기엔 서로에게 할 일이 아닌 것 같고, 마냥 지켜보기엔 그가 너무 안쓰럽고, 보듬어주기엔 서로가 상처받을 것 같고, 그런 하나 하나에 마음을 둬야 하는 사람. 그렇게 닮아버린 사람을 살다가 보면 만나지기도 하나 보다.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그런 게 인연이지 싶다. 우리 모두의 인연은 진정 소중한 것이다.

그렇게 소중한 인연이 있어 만난 사람. 그 한 사람이면 된다. 이 넓고 넓은 세상에서 온전히 나를 이해하고, 나의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단 한 사람만 내 곁에 있다면, 그 삶은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살면 된다. 그 사랑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면서 이 세상의 길을 뚜벅 뚜벅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런 삶이야말로 정녕 삶의 정석이라고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은근한 속내를 드러내보자.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해도 딱 한 사람, 나를 의지하고 있는 그 사람의 삶이 무너질 것 같으면, 몸을 추스리고 일어나 내일을 향해 바로 서게 된다. 속은 일이 하도 많아 이제는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살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 딱 한 사람, 나를 철썩같이 믿어주는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면, 그동안 쌓인 의심을 걷어내고 다시 모두 믿기로 한다. 사람들의 마음이 너무나 강팍하여 모든 사람을 미워하려 해도 딱 한 사람, 그 사람의 사랑이 밀물처럼 가슴으로 밀려오면, 그동안 쌓인 미움들을 씻어내고, 다시 내 앞의 모든 이를 사랑하기로 한다.

아프고 슬픈 일이 너무 많아 눈물만 흘리면서 살아갈 것 같지만 딱 한 사람, 나를 향해 웃고있는 그 사람의 해맑은 웃음이 떠오르면, 흐르는 눈물을 닦고 혼자 조용히 웃어본다. 사람들의 멸시와 조롱 때문에 이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딱 한 사람, 나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면, 다시 용기를 내어 새 일을 시작한다.

세상을 향한 불평의 소리들이 높아, 나도 같이 불평하면서 살고 싶지만 딱 한 사람, 늘 감사하면서 살아가는 그 사람의 평화가 그리워, 모든 불평을 잠재우고 다시 감사의 목소리를 높인다.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온 세상을 사랑하는 것이요, 온 세상의 모든 사랑도 결국은 한 사람을 통해 찾아온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고, 그 누군가가 나에게 꼭 필요한 사람으로 되면 온 세상이 좋은 일로만 가득할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 사람의 삶. 그 삶이 만들어가는 많고 많은 이야기들. 그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허다한 사연들. 그 사연을 빚어내는 아프고 슬픈 세월들. 세상은 정말 이 세월들의 장난질로 시끄럽고 번잡하다. 요지경인 세상에서는 온갖 추잡한 음모와 협잡이 돋아난다. 온통 싸움과 시기로 도배되고, 서로 짓밟고 일어서려는 욕망의 소용돌이로 정신 사납다. 그러나 우리의 삶은 이런 허무맹랑한 허접쓰레기에 뒤섞일 만큼 무가치한 게 아니다.

귀하고 보배로운, 그리고 경건하고 엄숙한 소명과 의미를 지닌 우리의 삶은 그래서, 쉽게 살아서는 안 되는 선택받은 여정이다. 비록 때로는 뜻하지 않은 역경과 고난으로 힘들고 벅찬 시절들도 있을 거고, 실패와 좌절로 넘어져 한참을 무릎 시린 시절도 있겠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최후의 길에는 필경 아름다운 빛과 꿈이 실현되고, 기적과 행운이 축복으로 내려지리라는 믿음으로 살면 된다. 필자가 그 시절, 자의가 아니지만 여주에서 춘천으로 이어지는 삶의 여정에서 느꼈던 막막하고 참담한 심정이 거름 되어져, 오늘 이 자리에서 숨 쉬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아침이다. 오늘도 시작이다. 지금 당장 사랑하러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