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의 폐쇄공포 갇힌 눈앞에선
그새 또 지랄맞게 눈발 날리네

철 지나는 한계절 원풀이라도 하는지
자우룩한 눈안개 띄워
진탕만탕 퍼부어대느니

대낮엔 없던 바람마저 살아나
눈발 휘몰아다녀 우중중한 막사
그예 반병신 만들려는지 호되게 다스리며
부라퀴같은 모양새로 한바탕
북새질 쳐놓을 심보련가

암만해도 담넘어 창틈 들어오는 바람살
매조지 잘해놓은 마무리도
수상쩍게만 여겨지는데

낮으니까 땅바닥이고
일어섰으니까 나무며 산자락이며 하늘인 거지
내 눈엔 그저 그냥 한가지,
하냥 눈세상인 것만 같으네
잘 보니 참말 곱네
곱고도 섧네
섧디나 섧네

가슴이 아파서
찢어질듯 너무나 아파서 많이 울다가
피나도록 입술 깨물며 질끈 눈감으니
하염없이 흰눈 자꾸 내리네
내려쌓이네
그렇게 내 속 하얗게 덮네

- 20100311 대전의 한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