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금의 계절, 황금빛으로 아름다운

그러나 가을은 무언가를 시작할 수는 없다는 계절,
갇힌 방안에서의 시작은
색다르고 깊이있는 자기발견의 길이라 하여
이곳이 과연
실존적 비극 딛고 다시 일어날
자기애의 실현 장소일지도 모르지만

단풍 다 타서 잎으로 지면
산위에서 내달려 몰아쳐오는 바람에도
이 시리도록 떨리는 살들,

먼 산 바라보며 고독 느끼고 있을
늦게 핀 수레국화처럼
파랗게 질린 희미한 우수는
사앗대 놓친 거룻배 여울 따라
속절없이 금빛 사이 흘러만 가는데

사실 인생 뭐 있어 ?

연기되어 피어오르는 허탈 정체가
얄미운 영악함으로
금빛 가을 물들이고 서서
잡풀들 함께 싸잡혀
모개흥정으로 넘어가지 않는 이유만 알아채도

제대로 한세상 살아제낀 건 아닌가 ?

오늘쯤은
마음밭 성기게 돋아난 온갖 잡풀 뽑아내리라
잡풀만 아니라
금빛 일렁이는 가을국화들도 모조리 뽑아내
차라리 마음밭 비우리라

마음 비워지지 않았으니
시작하는 명상도 불가능했지
그렇게 선명히 떠올린 마음의 눈 감고
가는 가을 아주 보내리라

금빛만 마음에다 흩뿌리면 되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