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은 깨끗한 진실이고
거짓은 더러운 혼돈이라
그리 배웠네, 그런데

만약 삼라만상의 깨끗한 참이
불쑥 더러운 거짓으로 변한다면?
혹은 알고 있던 깨끗한 진실이
더럭 더러운 혼돈에 먹힌다면?

누군가 하늘과 땅의 모든 걸 뒤집어
조화 자체를 모조리 깨부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되어질까?

해가 땅 속으로 들어간다면?
땅이 하늘로 올라간다면?
해가 뜬 날이 어둡고
밤이라서 더 환하면?
사람의 발이 어깨에 달리고
팔이 골반에 달리면?
눈이 아래로 가고
입이 위로 향한다면?
코가 뒤통수로 가고
귀가 가슴어림에 가 붙으면?
염통의 위치와
배설기관의 위치가 뒤바뀌면?
사지육신은 속에 숨어있고
오장육부가 겉에서 너덜거리면?
눈으로 음식을 먹어야 하고
코로 소리를 들어야 하면?
귀로 앞을 바라보고
입으로 냄새를 맡아야 하면?
생각은 심장에서 하고
피돌기를 뇌가 직접 하면?
다리로 숨을 쉬고
팔을 움직여 걸어다니면?
겨드랑이에 날개를 매달고
저 하늘로 날아오르게 된다면?

이성과 본능이 뒤바뀌고
감정과 지성이 비벼지며
사랑과 증오가 범벅이 되면?

그 때 나는 이 세상에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살 수 있을까?
머릿속이 온통 폐허가 되도록
더럽게도 무서운 일인데

참과 거짓을 죄다 잃고도,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