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깡짱 어지럽던 시절
촌음 엿봐 허리띠 졸르더니
작정한 양 달려드는 폼새
필시 예삿일이 아니렷다

주야로 더께 쌓은 업보일랑
긴 고랑 파서 주름 만들고
하냥 시렁 엮은 시름일손
살가죽에 검버섯 피우는 걸

줄창 헤매 돌던 방랑길에
짓무른 뼈 등허리 접히고
평생 숨 죽여온 한 맺혀
머리칼엔 무서리 내리는 걸

영원까지 장구할 줄 여겨
흥청여 흘려버린 시간 속에
목숨줄 만큼이나 존귀한
청춘도 따라 흘러갔세라

눈 깜짝할 새 황혼길 이르니
미처 추스르지 못해 텅 빈 주머니
남겨놓은 소망은 허접쓰레기요
맵찬 삭풍만 쌓여 한 아름일세

돌아보는 회한에 한숨 깊어지고
떠나버린 어제에 낙루 내리누나
찾지못할 젊음에 방황 그지없고
깊디깊은 추억에 소망 저무누나

허나 이보시오, 늙은이여
누가 이즈막 일컬어 끝판이라 부르리,
뉘라하여 남은 여정 싸잡아
감히 막장이라 소리하리요

달랑 남겨진 세월 우에
설풋 얹혀진 희노애락 거품
게 영겁 없음은 괘념치 마소
짧디 짧음조차도 한탄치 마소

어울렁더울렁 서로 어깨겯고
인연 정분 실다이 엮었은즉
아예 천년인 듯 그리 지내보소
진즉 만년인 듯 그리 누려보소

석양 색깔 흠씬 듬뿍 적시어
불끈 빛나는 늙은이 殘生
지난 날 보내듯 오는 날 맞으며
길다랗게 길다랗게 살아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