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 천공을 떠도는,
누군가의 손에라도 절대 잡히지 않는,

그렇게 깃 세운 새처럼
봄이 오려나, 언제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망령으로 살아 숨쉰다는 건
참 부담스러워,
세상에 상처 없는 영혼은 없지
게다가 겨울이거늘

계절은 점점 북으로 향하고 있는데
어찌 날은 볕으로 들 줄을 모르면서

언제쯤 봄이 오려는지
기둘리는 걸 아니까

그 맵디 매운 이를 감추고
삭풍은 삭풍이 아닌 척
등줄기로 어색한 웃음 보내오는

서서히 겨울햇살 기울어
노을 피어나니, 아름답구나
남녘으로 바라보는 노을도
서쪽으로 바라보던 노을만큼
충분히 아름답구나

그래, 그렇지
남녘으로도 봄이 온다면
노을처럼, 붉고도 붉은 노을처럼
남녘에 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