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14권의 시집에 총 1,715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 자유 그리고 자유로움"
네번째 가상詩集입니다.

2012년 봄부터 씌여진 詩들입니다.
實驗詩적인 성격의 習作이 많이 포함되어 있으며
오늘까지 계속 이어져오는 역사의 章입니다.

처음 詩人의 길에 入門한 이래로
이제껏 40년 이상을 지어온 詩이지만 아직도
정확한 詩의 정의를 내리지 못한 채,

판도라의 상자를 가슴에 품어안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풍운아로 떠돌며
詩의 본질을 찾아 헤매고 있는
詩人 林森의 애환이 드러나 있습니다.

林森의 고행은 그래서
지금도 이어져가고 있습니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쭈욱 ~~

詩人의 멍에를 天刑으로 걸머지고 있는 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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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저무는 어떤 밤 *



시작노트

" 가을 저무는 어떤 밤 " 詩作 note

내 진즉 이럴 줄 알았다. 늘상 이 맘때면 느끼는 허전함이지만, 올 가을도 여지없이 감쪽같이 속은 것같은 이 기분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불과 얼마 전, 뙤양볕 시들해졌다며 반겨 맞은 시원스런 바람결에 가을 실려 있음이 그리도 마땅하더니만, 아직 가을그리움도 채 풀어내지 못하고 겅중거리는 새 하마 매몰차게 작별의 몸짓이라니, 이거야 원! 하루가 다르게 차가워지는 인정머리하고는... 속으로 송곳바람 숨긴 시월 중순의 하루들이 쏜살처럼 가을을 밀어내고 다음 절기를 채근한다. 마음 언저리 더 추워지기 전에 얼른 겨울 만날 채비를 서두르는 게 상책이리라.

하마 체감으로 다 아는 사실이지만 이젠 우리나라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말하기가 영 어색해졌다. 실상 봄가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고 유난히 여름이 길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유독 가을은 정말 숨 한 번 제대로 쉬어보지도 못하는 찰나에 지나치고 마니, 어찌 사계절이 확실하게 구분되는 자연 현상의 보고라고 드러내 자랑할 수가 있을까? 그냥 대충 눈도장이나 찍고, 가을옷이라는 건 옷장에다 묵혀둔 채로 반팔 셔츠에서 바로 두꺼운 외투로 갈아입어야 할 판이다.

그나마 가을은 낭만과 감성이 샘솟는 절기라 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조금쯤은 우수와 사색에 잠기고 싶어 하고, 가능하면 잠시 삶의 현장에서 벗어나 절기에 걸맞는 시나 노래에 빠져들면서, 단풍과 낙엽 더불어 쓴 커피 한 잔의 멋드러진 사연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누구나 갖고 있는 로망인데, 그래서 필자도 이 가을에 그럴싸한 시 몇 편은 빚어보려고 내심 벼르고 있던 참인데, 아뿔싸! 하마 입김에 하얀 흔적이 이리도 진하게 묻어나다니, 머리 속 가득 들어찬 채 정리되지 않은 이 시상들을 뭉뚱그려서 그냥 기억의 저 편에 묻어야 할 모양샌가보다.

아니, 그보다는 당장 어떻게 이 야속한 가을과 될 수 있는 한 멋지게 헤어지고, 떡하니 다가서는 동장군을 어떤 태도로 영접해야 점령군이 만족할 건가를 궁리하는 편이 한결 슬기로운 처세일 것일지도 모른다. 거대한 흐름인 자연 현상을, 계절이 제 생각대로 변화하는 이치를, 딴에 뭐라고 한탄하며 비판할 것인가 말이다. 그저 순리대로 따르고 적응해나가면 될 일인 것을. “자연의 품 안에서 생활하는 동안 나는 온 몸으로 보고 느꼈다. 자연의 오묘한 조화와 그 경이로움을.”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에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의 얼굴을 담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무한한 경이를 안겨준다. 책에도 없고, 사람에게도 얻을 수 없는 무한지경의 느낌을 안겨준다. 자연 안에서 조화를 이룰 때, 사람은 자연이 된다. 하나가 되는 거다. 그러니 오늘 하루는 다른 생각 없이 가까운 어딘가라도 눈을 돌려서, 자연과 더불어 신선하게 호흡하면서, 다시 시작할 소중한 계절의 일상에 여유로운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건 어떨까? 스스로와의 타협안에 그윽히 만족하며 가을 갈무리 작업에 착수한다.

세상사는 모두 마음 먹기 달렸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마음 먹기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만족과 불만족이, 그리고 진정한 삶과 죽음의 의미가 갈린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말의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시간이 부족해서 하지 못하는 말이 얼마나 될까? 다만 마음이 부족해서다. 1초 아닌 10분이 걸리더라도, 마음이 가면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지 않는 마음을 조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허버트 리드’의 ‘도상과 사상’이란 책이 있다. 그 책에서 그는 일반적인 사고와는 조금 다른 논리로 사상과 이미지의 관계를 논한다. 이미지의 생성이 사상에 선행한다는 논리다. 즉, 친절을 베풀어야겠다는 마음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게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라고 입으로 뱉으면 어느새 친절한 마음이 생긴다는 식이다. 무엇이 선행하는지에 대해 깊은 논의를 펼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이런 짧은 말들로 우리의 관계가, 우리의 삶이 웃음꽃을 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은 함부로 내뱉어도 전혀 해가 되지 않는 아름다운 말들이니까 말이다.

어차피 마음은 우리의 손으로 만질 수 없는 부분이다.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사람만이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비결은 먼저 마음을 주어야만 한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진실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의 빗장을 열 수 없다. 마음을 만져줄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낮추어야 한다. 높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도 마음 문을 열지 않는다. 최대한 낮추고 최대한 섬기는 자세로 다가가야 한다.

마음을 움직이는 도구는 마음 뿐이다. 그 마음은 순수해야 하고, 깨끗해야 하며, 아름다워야 한다. 그 마음은 상대방을 더 위하는 마음이어야 한다. 성숙한 마음은 겸손한 마음이고, 세워주는 마음이며, 덮어주는 마음이다. 성숙한 마음은 양보하는 마음이고, 상대방의 싫은 소리도 잘 들어주며, 아울러 상대방의 감정도 잘 소화하면서, 상대방의 결점도 잘 덮어줄 수 있을 때 상대방으로부터 마음을 얻는다. 마음을 얻는 것이 재물을 얻는 것보다 낫다. 마음을 얻는 순수한 지혜를 가지면서, 마음을 잘 만져주고, 잘 치유해주며, 잘 이해해주는 방법을 더 배워야겠다.

‘이제 나는 단 하나를 생각하며 약속합니다. 나의 삶, 나의 생각 속에 단 하나라도 진실로 내 것으로 삼기 위하여 오늘 나는 나에게 이런 약속을 합니다. 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실로 사랑하겠습니다. 아무 욕심 없는, 아무 것에도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 그 자체를 누군가와 주고받으면 그 사랑 속에서 날마다 내 모습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나는 단 한 가지라도 진심으로 감사할 것입니다. 나에게는 감사할 것이 많은데도 늘 망설이다가 불평하였지만,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는 내 모습 하나라도 마음 깊이 감사함으로 불만의 그늘에서 벗어나 만족의 햇살 속에 설 것입니다. 나는 단 한 가지라도 고백할 것입니다. 내 마음밭에 쌓여 있는 부끄러운 기억들 중에서 밑돌같은 하나를 뽑아 누군가에게 고백함으로, 나를 얽매고 있던 것에서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나는 단 한 번만이라도 용감해질 것입니다. 용기가 없어 늘 물러서고 후회하는 나였지만, 이제는 단 한 번만이라도 정의와 진실의 편에 서서 불의와 거짓에 대항하여 싸우는 용기 있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정용철’의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옮긴 내용이다. 마음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서 행복과 불행의 갈림길에서 올바른 삶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행복과 불행에 대한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행복은 불행보다 전염력이 약하지만 한 번 전염되면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 대학’ 연구진은 1948년부터 2년마다 실시된 ‘프래밍햄 심장 연구’의 정보를 분석했다. 프래밍햄 심장 연구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 근처의 작은 마을인 프래밍햄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심장병의 위험을 연구한 것이다. 이 연구는 60년 이상 진행되었다. 연구진은 연구에 참여한 주민 1,880명에게 자신의 감정상태를 기록하고,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어느 정도 지속되는지를 장기간 추적했다.

그 결과 행복과 슬픔의 감정이 감기처럼 전염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감염된 사람은 이후 중간 단계의 감정 상태로 돌아왔으며, 이때는 감정에 면역력이 생겨 자신의 감정과 다른 사람을 만나도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이한 사실은 불행한 감정은 행복한 감정보다 전염력이 2배 이상 강했지만 더 빨리 중립적인 상태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반면 행복한 감정이 사라지는 데에는 불행한 감정이 사라지는 것에 비하여 2배 이상 길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생활 평론가 ‘카렌 킹스톤’은 기묘한 발견을 했다. 뚱뚱한 사람들에게서 의외의 공통점을 찾아낸 것이다. 아주 뚱뚱한 사람들은 대체로 물건을 버리지 않는 타입이 많다는 것이었다. 킹스톤은 ‘필요 없는 것을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은 뚱뚱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필요 없는 것을 모으는 정신이 신체에 공명을 일으키고, 그로 인해 신진대사가 약해져서 자꾸만 모으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고 만다는 것이다.

주변에 있는 필요없는 것들을 과감하게 버려보면 어떨까? 통계에 의하면, 우리는 평균 1만개 이상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의 경우 물건은 과거의 추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과거의 에너지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다. 과거의 에너지를 버리고 새로운 오늘을 시작해 보자. 예컨대 행복테라피가 샘솟을 것이다. ‘뉴욕’의 공원에 한 부랑자가 ‘I am blind(나는 장님입니다)’ 라고 적힌 푯말을 목에 걸고서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누구도 그에게 적선을 하지 않았다.

그냥 지나쳐 갈 뿐이었다. 그 때 어떤 한 남자가 부랑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랑자가 목에 걸고 있던 ‘I am blind’ 라는 글씨를 바꾸어 놓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로부터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 부랑자는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갑자기 적선해 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적선통에는 동전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동정하는 소리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 남자가 팻말글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곧 봄이 옵니다.(spring's coming soon) 하지만 저는 그것을 볼 수가 없네요.(but I can't see it)’

글씨를 바꾸어준 그 남자는 ‘앙드레 불톤’이라는 프랑스의 시인이다. 똑같은 상황에도 표현하는 방법에 따라서 결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오늘 드러내는 겉모습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지금, 가을이 저물고 있다. 우리 곁에서 차츰 가을의 몸짓이 흐릿해져가고 있다. 이제 불과 며칠 내로 삭풍 더 모질게 불어오리라. 그러면 움츠리고 작아진 몸으로 우리는 숙명처럼 긴 겨울을 살아내야 하리라. 그러니 뭐가 어떻다는 말인가? 더더욱 열심히, 더 한결 따스하게 사랑을 하면 될 것을,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우리의 세월들을, 계절들을 품어안으면 다 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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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저무는 대지의 침묵은
마치 앞당겨온 겨울바람 같아,
추위 달랠 허연 입김조차
품에 휩쓸고 날려버릴
매서움의 조짐
어디선가 겨울이 오고 있다

약속한 바는 없지만
우린 고개 들어
밤하늘 무성한 별들 사이에
시선을 둔다,
우린 서글펐던 가을 단면을
밤이라는 도화지 위에 그린다

도시의 명멸하는 불빛이
어둠 저만치 밀어내지만
눈을 조금 먼 곳에 두면
여지없이 어둠 쏟아져 내릴 듯
아른거리고 선다

몇 번이나 비비적거려도
피곤한 눈꺼풀은
스르르 감겨온다,
매일을 후회하며 살다가
볕이 닿지 않는
그늘 속 잡풀인 양 이제
가을은 힘없이 시들어가겠지

귀 기울이면
낙엽 떨어지는 소리도
빗소리마냥 크게 들리는
가을의 밤이거늘
어찌 별 떨어지는 소리 들린다고
기이한 일이라 할 수 있으랴

우수수~
사위에 별 지는 소리
우수수 들려나는
지금은 밤,
가을 저무는 어떤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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