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하루가 저물면
한 해가 맺음될 테고,
우리가 서로 사랑하던
그 사랑의 날들이
스러지게 되겠지

눈은 뜨고 있지만
아무 기쁨도 보지 못한
한 해 동안의 이야기들
차마 덮지 못하는
내 삶의 일기장

눈물 모아 글 쓰는
사연이 섧구나

대개
절망적 순간이 와야
인간은 기도라는 걸 하지
하지만 그 기도는
언제나 이뤄지지 않아
이 절망의 시대에는
신도 어쩌면
죽어버렸는지 몰라

어차피
불행은 겹쳐서 오는 것
씁쓸하지만 이럴 땐
체념하는 게 상책이야

절망적 순간에서
작은 절망 하나
더해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으니 말야

한 해를 처연히 살아낸
오늘도 난 간절히 기도하지
그러나 난 알아
내 기도는 항상
외면당한다는 걸

그런데도 왜 난 기도하나?
새 해를 열 준비하기도 바쁜
이 마당에
지는 해를 버리고픈 욕망으로

그런 간절한 기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