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깔린 사위 먹물을 뿌려
부슬부슬 내리는 비 을씨년스러워
겨우 달랜 미친 존재감 헤집어놓으니
맘 절로 어지럽혀지고
기혈은 엉킨 벼락기세라,

엇갈린 명암 일컬으며
치열한 삼년반 웅크려 살아내다
개밥에 도토리신세 전락한
나 예 누웠다

가공할 음모에 삶 저당잡힌 채
회생의 기미라곤
애저녁에 개미발톱만큼도 없는
한심하고 처량하고 비참하며
불쌍하고 참담하고 찌질한
이 몸, 따라지 팔자

다만 한가닥 굵은 상념 눈물 흘리며
핏기없는 안색으로 시중들다가
되레 토라져서는
미동도 않는 세상인심에 가래침 뱉으니
허황한 너털웃음 살풀이한다

그래, 될대로 되라지, 까짓 것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
산 입에 거미줄 안치고
하늘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있다는데

정녕 위대하신 조물주가 나를
완전 완전 개묵사발로 뭉개버리진 않겠지 ?
에이, 씨팔 !
아님 말고, 남자는 배짱인데 -
하늘보고 하릴없이 팔뚝질
하늘 응징 가차없이 딸꾹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