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 흐드러지게 매어달려
푸르른 매무새 자랑했을 잎사귀
죄다 떨구고 난 뒤끝,
자리매김 생뚱맞은 생활관 앞뜰 산밤나무
지금은 가난한 뼈대만으로 바람 부대껴
호흡겨워하는 걸,

얼찐 나무무더기 거슬려
가벼운 한숨 숨기며 초겨울을 걷다

두개의 낯설고 오만한 세계 섞일 제
비로서 저항못할 아름다움
신생의 별로 탄생할테지
낮과 밤이 살 섞는 일몰의 시간,
혹은 가을과 겨울 서로 섞이는
그 형이상학적인 시간,

바람은 파도 쓸리는 자갈처럼 촤르르 소리 끌며
허공숲 끝자락으로부터 오고
잊혀진 빛깔들이,
기억된 빛깔들이,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빛깔들이
허밍하고 영롱한 메아리의 프리즘되어
다이아몬드 가루로 풍경위 부서져나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