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자식에게조차 오해를 받지만
그걸 전혀 서운해 하거나
마음에 담아두지는 않아
모든 걸 속으로만 삭혀야 하는 처지에다가
고달프고 각박하고 먹고살기 바빠
실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삶은
돌아볼 여유도 없는
하챦은 아버지라는 것들이거늘

세상천지 부여된 권한과 권리는 없고 오직
책임과 의무로만 숨막히게 꽉 채워지는,
결코 그냥 괜챦지를 않은 오늘들의 일상,

찌질궁상 낮은 자리에
자리매김되어 시달리기에
절실히 도움이 필요하여도
어디 한군데 하소연할 데 없고
어느누구에게도 애끓는 구곡간장
풀어보여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이따금 밤이면 홀로이 남겨져
잔뜩 술에나 취해서는
잠시잠깐이라도 고통에서
놓여나고싶어 하며 헤매다가
겨우 제 집 찾아들어서도 들어가지 못하고
문간서 개처럼 포개져
쭉 뻗어버리기도 하는
자칭 타칭 웬수덩어리 팔자라,

그런데 생각해본 적 있어 ?
그가 밤으로 외롭게 걸터앉아 쓸쓸하게 쓸쓸하게
자주 마시고있었던 건
결코 섣불리 보여줄 수 없는
깊은 시름은 아니었을까 ?

한숨 한번 맘껏 내뱉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여주기 싫어서
더 깊이 감추기 위한 요량으로
근심의 눈물 모아
후르륵 들이켰던 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