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돌아간 자리에는
가을햇살 한줌
수선거리고 있을 뿐이었는데
이 공간에서는 그 가을조차도
용서가 안된다는 건가 ?

아니면,
공기중 부유하는 미세한 먼지처럼
목적 달성도 못한 채
그저 스러져가는
위성시각 통한 시간의 결말로
가을에겐 아무것도
남겨주지 말라는 건가 ?

젊었을 적
이따금 잠결에 들었던 소리,
멀고 아득한 곳에서
환청인 양 들려오는 소리,
나 부르는 소리

나도 모르게 일어나
소리 따라 가고싶은 충동 느끼고,

외론 숲 흔드는 바람소리 섞여
어머니 모태에서 듣는 소리마냥
아늑하고 신비스런 소리,
빗소리같지 않은 빗소리

빗물 줄지어 흘러내리는 창
묵연히 응시하면
부서진 비의 입자들
사방 튀어 비산하고

어둠속으로는
빗방울 묻어나 미끄러져
더 크게 크게
울려나는 소리

비 그치고나면....
이 차가운 비가 그치고 나면
겨울 성큼성큼 다가서리라

그렇다면,
가을에겐 일말의 양보도
못하겠다는 다짐인 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