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생은 이리도 험한데,
얻은 건 적고 내줄 건 이다지도 많은데,
점점 무거워지는 두어깨,
점점 두꺼워지는 밤의 벽, 그 두께

잠의 갈피 넘나들며
어둑신한 복도 빠르게 돌아치는 발소리와
어느결 까무룩 든 잠에서 허방다리 짚고 깨어나
홀로 구름사이 건너는 초사흘달처럼 아픈 얼굴
완전하게 일치된 순간의 전율, 난 슬프다

예봉 감추고 에두르는 말로 일깨워주던
내 인생의 길라잡이 스승 쓰러져간
그 마지막 잔영 너무 아름다워
쉽사리 발을 뗄 수는 없었고

거기 함께 있다가는
휩싸여 파멸하고 말리라는
두려운 유혹 없진 않았지만,

지금 비록 타인 고통에는
눈먼 자들의 시대일지라도
열섬현상 일어나 활활 가슴 타오를 제면
사이프러스 바다 거품 아프로디테 잉태하였듯
포말로 부서져 파도속 잠긴 나의 전설에는
그녀 탄생하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