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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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출판 예정 두번째 詩集의 제목입니다.

林森의 인생에 있어서 또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시작인
2008년 후반기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
약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인 양
정말 많은 量의 詩를 짓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역경의 나날을 헤쳐나오면서
量産된 詩이니만큼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비감어린 내용과
칙칙한 파스텔톤 색깔의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시대의 방랑자 다운 林森의 詩心과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詩語의 조화가
오묘하게 조합을 이루고 있는지라,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고
한 데 어울려 함께 눈물짓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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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슬바람 앞에서 *



시작노트

" 소슬바람 앞에서 " 詩作 note

바람의 냄새가 달라졌다.
바람의 색깔과 소리가, 불어오는 방향과 폼새가 변했다.
때론 후텁지근하게 불어오다가, 또는 시원스럽게 불어주다가, 혹은 시답쟎게 불어대기도 하던 여름의 그 솔솔 바람은 죄다 어디론가 가버리고, 이제는 제법 서늘하게, 슬그머니 소름도 좀 돋게, 그리고는 옷깃을 슬쩍 여미게, 소슬바람으로 그 기세를 바꾸어서 조석으로 흔드는 모양이 문득 계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목하 환절기의 문턱을 넘어서더니 진즉에 가을의 초입을 뒤로 보내고 섰다.
왜 아니겠는가?
하마 시절이 9월도 하순인 것을.
사시사철 중에서 가장 짧은 가을이니, 혼란스러운 정신 가다듬어 속차리려다보면 이미 속절없이 훌쩍 이 가을은 가버릴 것이다.
그래도 돌이켜보면 한 해의 삶에서 언제나 가장 긴 사연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세월로는 단연 가을이 으뜸이다.
다른 계절들이라고 담아낼 모습이 없는 건 아닐테지만, 역시 사람의 감성과 낭만을 조금이라도 더 부추기고, 사람스럽게 살도록 채근하는 계절이라면 가을만 한 게 없다.
이제 올 가을에는 무슨 긴 이야기를 장만하게 되려는가?
벌써부터 은근히 가슴이 뛴다.
나이깨나 먹어서 주책이라고 불려도 할 말은 없지만, 아직도 속내에서는 청춘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지는 바람끼이니 이 노릇을 뉘라서 말릴 수 있으랴?
아무튼 이렇게 새뜻한 울림으로 가을은 벌써 예까지 왔다.
불현듯 바람 앞에 서니 지난날 무던히도 힘들었었던, 어느 정도라고 표현하기도 어려울만큼 가슴 아팠었던, 그래서 차라리 잊고만 싶었던 과거의 어떤 가을의 한 페이지가 생각난다.
밤새 가슴앓이하며 상처투성이의 머리를 부여잡고, 신열에 허덕이면서 토해냈던 넉두리들이, 스스로조차 지금은 그냥 흘러간 추억록으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데, 자신의 고통이나 멍에를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기 바란다는 건 애저녁에 글러버린 일이다.
한 마디로 어차피 언어도단일 게다.
그렇다면 그냥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각자가 갖고있는 부스럼들은 그저 각자가 잘 감싸안으면서 가을을 살아가는 것이 상책이다.

가을은 유난히도 사람이 그립다.
가을은 유별나게도 사랑이 그리워진다.
그래서 가을은 사람이 사랑하기에 아주 좋은 날들이다.
이른바 가을이 무르익어가거늘 사랑하기에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나이 먹은 사람은 나이가 든대로, 젊은 사람들은 청춘의 끓는 피가 시키는대로, 그렇게 적절하게, 적당하게 사랑을 하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가을바람은 향기가 되어 불어준다.
가을의 향기를 맡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인이 되어진다.
그래서 누구든지 사랑을 할 자격이 있는 거다.
사랑을 하는 우리들에게는 향긋한 가을의 내음이 왜 이리도 좋을까?
가을꽃들의 향기가, 단풍의 향기가, 낙엽의 향기가, 가을바람 속에는 담뿍 담겨있다.
아마도 고운 날들을 스치며 맡은 사랑의 향을 품고 있기 때문일 거다.
아니면, 하늘 앞에 고개 숙인 사랑의 머릿결을 바람이 담고 있기 때문이거나.
그렇게 사랑의 향을 가득 안고 생명이 익어가는 이 계절이기 때문에, 우리는 가을이면 이 세상에서 가장 절실한 사랑의 고백을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지는 거다.
멀리 있으나 가슴 안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어떤 사람.
이제 쯤이라면, 풀잎같은 자존심을 접고, 꼭꼭 묶어두었던 마음을 풀어 그 사람에게 보이고 싶어질 거다.
무더운 햇살 속에서 웅크리고 꽁꽁 숨어 있던 단풍들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빨갛게 고개를 내밀듯이, 가슴의 사연을 살며시 풀은 끈을 그 사람에게 건네고 싶어질 거다.
여름의 뙤양볕 속에서 여물어간 생명들이, 하늘을 찬양하는 가을의 환희에 지난날의 땀방울을 잊어갈지언정, 바람부는 가을들녘을 가로질러 가는 사랑은 결코 잊지 못할 거다.
그렇기에 추운 계절로 가는 길목에서 햇살에 들켜버린 사랑을 되돌려 받고 싶어지는 거다.
너무 고와서 차라리 슬픈 그 사람에게, 이 가을은 우리의 만남을 위해 주어진 시간이라고 고백하며 고집부리고 싶어질 거다.
가을바람이 가슴에 살며시 와 닿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질 때, 가벼운 몸짓으로 그 사람에게로 달려가고 싶어질 거다.
그리고는 그 사람을 만나 그의 가슴에 곤한 얼굴을 꼬옥 묻고 싶어질 거다.
그런 후에 마침내 고단한 사랑을 그의 발 밑에 눕히게 될 거다.
그가 너무 소중하기에, 차마 그에게 닿기 전에 발길을 돌리어 끝내 만나지 못할지라도, 결코 그를 배반하거나 사랑을 허물지 않을 거다.
어쩌면 다음 세상에서 만날 때, 지금의 이 세상에서 이어져 온 사랑으로 다시금 그에게 절실한 사랑의 고백을 하게 될 거다.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음이 눈물나게 고마운 오늘, 수도자 ‘아벨라르’를 남김없이 사랑한 ‘엘로이즈’의 고백을 두 손에 모아 그 사람에게 바치고 싶어질 거다.
가을이 가기 전에 그처럼 아름다운 사랑의 시를 써보고 싶을 거다.
가을을 사는 방법이 그렇다면 말이다.
오늘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미소, 따뜻한 눈빛으로 한 마디 인사를 해야겠다.
모두 시인이 되어, 사랑의 행복을 향기로 전해주는 그들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야겠다.
행복을 전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또한 그들에게 받은 행복을 바람결에 실어 나누어주는 그런 사람이 되기로 마음 먹어본다.
우리는 한결같이 가을을 사는 사랑의 시인들이니까.

커다란 강가에 수많은 낚시꾼들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바구니는 거의 비어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앉아 왜 이렇게 고기가 안 물리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아까부터 홀로 멀리 떨어져 낚시를 하다가, 다시 배를 타고 강가 깊숙한 곳에 들어가 낚시를 하던 한 청년이 큰 어항에 대어들을 가득 채우고 사람들 사이를 지나갔다.
바구니에 고기 한 마리 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이 놀라며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었습니까?”
청년은 별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듯 빙긋 웃기만 할 뿐이었다.
더욱 궁금해진 사람들이 물었다.
“도대체 그 신기한 비결이 무엇입니까?”
청년은 그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뭐, 별 거 아닙니다. 기다리지 말고 찾아나서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삶에 적용되는 법칙이니까요.”
찾아나선다는 것, 사랑도 이렇게 해야 한다.
사실은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다만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단지 비바람이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지나가는 눈보라일 뿐이다.
폭풍이 아무리 세도 멈춘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게 마련이다.
다 그냥 바람이다.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 거고,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 거다.
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을 떨어뜨리듯, 덧없는 바람이 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한다.
굳이 무얼 붙잡고 아파하며 번민하지는 말자.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는가?
다 바람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바람 자체는 늘 신선하다.
상큼하고 새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인 양 살다가는 게 좋다.
가을에 불어오는 향기의 바람처럼 좋은 향기를 품으면서, 고운 향기를 뿜어내는 삶을 살아가는 게 좋은 거다.
좋은 사람은 굳이 같이 있지 않아도 그냥, 좋은 사람이다.
사는 곳이 달라서 같이 있지는 못해도, 서로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서로를 생각하며 미소를 짓는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가끔 거리에서 만나는 그런 사람은 아무리 함박웃음을 보여도 반가움 보다는 어색함이 앞서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미소짓는 상상을 하게 되면 우리는 저절로 수줍은 미소를 보이게 된다.
너무나 힘이 들 때 힘이 되어주는 건 가까이 있는, 엄청나게 큰 함박웃음을 짓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곳에서 미소 지어주는,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려울수록, 힘이 들수록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게 상처와 상처끼리 만나서 그 상처를 부비며 살아가는 거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상처를 부빈다면 정말 행복할 거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은, 평생을 가지고 가고픈 좋은 미소를 가지고 베풀어주는 사람이다.

숨 쉬기가 힘들었던 적이 있다.
늘 숨을 쉬고 살아왔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들이쉬고 내쉬는 숨이 도무지 쉬어지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호흡할 수 없어서 가슴을 치며 간신히 숨을 몰아쉬곤 했다.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는 암울한 순간이 마치 끝이 없는 터널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향기를 통해 깊은 명상상태에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후 향기는 필자에게 단순한 향기가 아니었다.
향기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보이는 세계와 연결하는 연결고리였으며, 몸과 마음,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동반자가 되어졌다.
그래서 향기의 힘과 조화를 인정하게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될 때 우리 영혼은 고통을 겪는다.
자신이 그를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는 사실 앞에 망연자실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자리에는 그 사람만의 향기가 남는다.
꽃은 져도 그 사랑스럽던 향기는 대기 중에, 그리고 우리 마음 속에 감돌고 있다.
그 향기는 들숨으로 들어와 우리와 함께하고, 날숨으로 세상으로 나간다.
그래서 그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우리의 가슴 속에 향기로 남아 함께 할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곁에는 그 사람이 남긴 따스한 애정이 감돌고 있다.
가을의 바람처럼 은은하게 우리를 감싸안고 있다.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치유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져서는 안된다.
그것이 가을바람이 우리에게 주는 이야기다.

‘베토벤’은 이렇게 말했다.
“훌륭한 부모의 슬하에 있다면, 사랑에 넘치는 체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먼 훗날 노년이 되더라도 없어지지 않는다.”
지켜봐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평생을 이끌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모든 아빠는 아들에게 첫 번 째 영웅이며, 딸에게는 첫 번 째 사랑이다.
엄마는 아들에게 첫 번 째 사랑이며, 딸에게는 첫 번 째 친구이다.
사랑을 가르쳐주고 실천하는 가장 근본적이며 원초적인 테두리가 바로 가정이다.
거기서 사랑을 제대로 배우고, 참되게 익힌 사람은 사랑을 하는 데에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렇게 사랑을 체험한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는 미움이나 투쟁이 있을 이유가 없다.
서로 사랑하니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한참 지났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이 남아있는데도, 그래서 끝난 게 아닌데도, 이미 대다수의 국민들은 기억에서나마 남김없이 지우고 살아간다.
그 후유증으로 경제, 정치, 문화, 체육 등의 각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하여 보상심리라도 발동되어서 그러는 건지, 뇌리에서 흔적을 몰아내려는 기세가 더욱 등등하다.
본래의 의미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지금은 쓸 데 없는 분열과 반목의 도구로만, 이유로만, 아전인수격으로 이용되고 있어서 바라보기에도 쓸쓸하기 이를 데 없다.
잠든 그들이 천개의 바람이 되어 우리 곁에, 우리 마음 속에 머물기를 바라면서 팝페라 테너 ‘임형주’씨가 추모곡을 헌정했었다.
“나는 천 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아름다운 빛으로 남아주기를, 자유로운 바람으로 날아 오르기를, 이 가을에 가을바람으로 우리 곁에 다시 찾아와주기를, 오늘도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차 한 잔 들고 가을바람 부는 창가에서 별님을 반겨본다.
유난히 별이 빛나는 가을의 밤하늘이 살며시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 것 같다.
은은히 풍겨오는 바람의 내음이 못내 가을을 시샘하는 듯 정겨움이 물씬 밀려온다.
낮 동안 밖에서 움추렸던 몸은 어디로 간 데 없고, 조금은 가벼워진 마음이 살랑살랑 가을 바람 따라 하루의 마무리를 반기는 것 같아진다.
이 모든 것이, 작은 미소 속에 가을의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담겨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조금 힘들다면 힘든 만큼,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보람의 미소를 지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지며, 그런 미소가 남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가을바람 한 자락이 되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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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슬바람 불 양이면 시도때도 없이 의례껏
밀립한 송림들 일제히 머리 산발하고 일어나
바람 신탁 대행하는 집행자인 척
강다짐하고 서선
실꾸리 모두 풀지만

그래도,

한그루 당산나무는
껍질속 허옇게 드러날만큼 벗겨져도 버티며
소슬바람 잠재우곤 했지

그러면,

바람은 신음하고 바람은 펄럭이며 바람은 울부짖었지
소슬 상념에 젖어서,
나 잠들 때 까지는

그러다,

산에서 내려와 뒷공터 철푸덕 웅크려있더니
우우우 먼지 일으키며 뛰쳐나온 매서운 바람
발밑 휘감아도는 고향
사막바람속 모래알갱이같이
흩어져버리는 오늘

그런데,

낯선 여기 이곳
소슬바람 드세게 불어 한낮부터 취한 나는
덕석처럼 뒤퉁스런 홑이불자락에
민대가리 처박고
왜 어둑신한 마음방에 촛불만 켜고 있는가,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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