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참 이상도 하지
시간은 흐르는데
공간은 언제나 그곳에 있어서
옷벗어 걸고 가듯
자꾸자꾸 돌아와
같은 공간에 다른 추억들 걸곤 하지

영원조차도
실은 단한번으로 충분한 건데
떠올리는 순간 오히려
한걸음 성큼 달아나버리는
하현달처럼
창백하고 여린 얼굴 따위 머무는 공간,

그런 자잘한 것으로 핑계삼아
사랑을 하기는
가소롭지 않을까 ?

숨쉴때 마다
몸 얽어맨 사슬들 툭툭 끊어져가고
모든 것이 방향 바꾸어 도는 것 같은 낯설음에
온갖 얼룩 밟으며
입 더 꾹 다물고 맴맴맴 도니

당연히 일시적 감각의 혼란 느끼게되지
된통 허접한 기억으로
공간 꽉 채운 삶이란 언제나
결핍 아니면 벼랑,

그 사이에
추억과 꿈의 세번째 공간
필요한 거였는데
그걸 누가 비현실이라 소리할 수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