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요
혼자 오래 떠돌아다닌 나는 그걸 알아요
누구와도 통로 개설하지 않기 원하여
자신 가두고 살아온 나는 그걸 잘 알아요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지요
내 가슴은 텅 비어있었지요
난 한번도 내 가슴 어루만진 적도,
가슴속 담긴 걸 꺼내본 적도,
가슴속 간직한 걸 어느누구에게 전해본 적도 없었지요
그래서 아무것도 전해지질 않았지요

나는 바람처럼 살아왔어요
바람은 꺾이지 않고 상처입지 않으며
그저 앞으로만 나아갈 뿐 -

바람 가는 거침없는 길,
그 기나긴 여로에 내일은 늘 있었어요

앞으로 닥칠 시간 막막함 상징하는
붉은 길 초입에서 언뜻 뒤돌아보면
내가 걸어온 굽이굽이 길 떠나
유유자적 떠다니는 신선 삶인 양
구름은 달 지치고 있었구요

인생 아름다운 이유는
완성 아닌 미완성이기 때문이며
언젠가 사라질 한계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일테죠

정말 남기고 싶은 순간 있다면
그건 사진이 아니라
머리속 저절로 남는 거예요

그래서 사진은 사진첩속 단편적으로 존재하지만
기억은 온전히 가슴속에 남아지지요
영원히,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