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덩어리 불린
고뇌의 몸뚱이,
어둠 저편에서 현란한 춤추는
악마의 유혹,
자고나면 키 자란
운명이라는 괴물
어디 인간의 힘으로 물리쳐지는 것인가

빨간 촉말 흔들어대는 불가사리
이 도시에
독기 묻어있는 송곳으로 다가와
영혼 아주 잃어버린듯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서서
제 자리만 하릴없이 맴맴 돌더니
포수 총 맞아 맨 땅에서
마지막 숨 몰아쉬는
슬픈 눈의 노루 되었다가,

결코 아름답지 않게 해후한
식인고기에게 사지 뜯겨
하얀 뼈 앙상히 드러난
슬픈 피의 노루도 되곤 하는,

나의 몸은 본능적으로 반응 예고하고
이치 새삼스럽게 깨달아
고개 주억거리는데
선 그어진 죽음 골짜기
고개 돌려 기어가는 공포로
이미 패배의 점괘 받고서도
단말마적 비명소리에
허무 묻어있는
자조의 그것일 망정

달마 미소 닮아가다 보면
악마 입안에서 기어나와
푸른 세상으로 향하는 이정표,
희망은 인간을 달라지게 만든다

하니
애꿎게 자라난 손톱은 내버려둔 채,
가슴에 또아리 틀고있는
영혼 주인으로 버텨앉아
삶의 끝에 자라나는 저항 노래나
양껏 부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