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햇살 무수한 바늘되어 쏟아지면
불면증적 침묵속 빠진 가을의 회색빛 고독은
오늘 더욱 향기롭다

화려하던 단풍 흐느적거리다
뒷풀이로 길바닥에 지악스레 붙어있고
살 다 발라내어 뼈만 남은 산은 날 닮아
오늘따라 쓸쓸하다

세상 존재하는 모든 경향은
숙명적인 병이었고
불가해한 현상이 현실로 되면서부터 그렇게
악몽은 시작되었었다

그러나, 그래 !
오늘도 내 남은 인생의 첫날이다

가을 매력은 사람이 그리워진다는 거다,
떠나간 이 따스한 눈동자까지도 -

가득 품어왔던 꿈
오늘 하루 한낱 이룰 수 없는 미망 될지도 모르지만
나의 꿈은 진통제처럼
감미롭고 행복하다

하루가 어차피 인생 전체의 압축이라면
하루라는 여백 창조적 영감으로 승화시킬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나는 운명을 믿지 않으리라

나는 단지 우연만 믿을 거다
단 한번에 모든 것 완전히 뒤바꿔놓는 우연,
하루를 꽉 채울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이유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