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트막히 눈발 흩날리는 날,

시작하면서 이내 사라져가는 것들
고독한 자에게도 낯설지 않은 아침
소멸과 생성의 혼돈으로
지금 여긴 기묘한 풍경, 초겨울 단상

무릇 인간은
강인함으로 인해 위대해지지만
약점 통하지 않곤 완성되지 않는다 했던가

내 인생의 수많은 단층,
마지막 한발짝까지 딛은 건 아니니
아직 완전 추락하진 않았을 뿐인데 -

비등점 향해 용솟음치는 비애 작은 불꽃,
그러나 난
끓어오르는 이 분노 참지 않으면 안되느니
마냥 타오르는 분노에 빠져들다간
온몸 불꽃으로 타올라
그나마 남아있는 힘 모조리 연소시켜버릴 터,

침울한 분위기
함부로 던져진 돌팔매질같은 위화감 불러일으키며
가로수 잎새는
역린의 햇살속에서
비늘인듯 번득이는데

이젠
겨울도 슬슬 다가오니
땅속 기어드는 찬피동물처럼 틀어박혀
동면 시작해야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몸속 들어있는 자양분만 스스로 갉아먹어야지
향기 내면으로 귀속시켜
벌꿀의 달콤함 배어나는 당신 있어주니
세상은 아직
이나마 행복한 걸,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