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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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 孤島의 默示錄... 토해낸넋두리前"
출판 예정 두번째 詩集의 제목입니다.

林森의 인생에 있어서 또다른 전환점이 되는 시기의 시작인
2008년 후반기부터 2010년 전반기까지
약 2년 정도의 기간 동안
마르지 않는 샘물인 양
정말 많은 量의 詩를 짓게 됩니다.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역경의 나날을 헤쳐나오면서
量産된 詩이니만큼
어딘가 모르게 어둡고 비감어린 내용과
칙칙한 파스텔톤 색깔의 詩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시대의 방랑자 다운 林森의 詩心과
언어의 마술사로 불리우는 詩語의 조화가
오묘하게 조합을 이루고 있는지라,

독자들로 하여금 고개를 끄떡이게 만들고
한 데 어울려 함께 눈물짓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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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에 대하여 *



시작노트

" 커피에 대하여 " 詩作 note

어느 가을날에 때맞춰 다루려고 했던 시다. 어쩌다보니 조금 철 지난 느낌은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억지로라도, 마지막 보내는 가을의 숨결 한 자락 쯤은 남겨진 게 있는가 하여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까, 아주 늦어버린 건 아니라 여겨 조급히 서둘러본다. 커피! 커피? 사실 이런 저런 예를 들어 더 말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친숙한 우리들의 벗이다. 커피를 주제로 하여 시를 쓰거나 예술적 대화를 이어간다고 하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고, 신선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너무 흔하고 지천에 널렸으니 진부하고 식상한, 한 마디로 그저그런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언제나 커피를 대할 때면 속에서부터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충동이 치밀어 오른다는 걸 고백할 수밖에 없다. 감추어졌던 아름다운 글을 토해내고 싶기도 하고, 번지수도 모르는 어떤 음률에 맞추어 흥얼거리게 되기도 하고, 솟아오르는 김이나 거품을 그림으로 그려 완성하고픈 충동에 엉덩이가 들썩인다. 커피를 향한 오래된 로망은 젊었을 때보다도 이즈막에 더 열정적으로 피어오른다. 마치 첫사랑의 고백처럼,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사랑과 향수를 추억하라 꼬드기며 필자를 유혹한다. 그래서 필자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른 아침 자리에서 털고 일어난다고 여겨질 정도로 커피 애호가다.

슬플 때 마시는 커피는 눈물 맛이 난다. 행복할 때 마시는 커피는 특히 그 향이 감미롭다. 바쁠 때는 여유를, 한가할 때는 활력을 채워주며, 커피는 필자의 삶에 깊숙히 들어와 있다. 때론 커피를 통해 흥분을 가라앉히고, 혹은 커피를 마시면서 화를 진정시키기도 한다. 또 어느 때는 커피 한 잔으로 상처를 보듬어 안을 때도 있으며, 커피를 대하면서 스스로의 불찰과 실수를 반성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이제는 커피가 없는 생활 전개는 꿈도 꾸지 못할 지경이다.

그리고 추측컨대 이런 증상에 붙잡혀있는 사람들이 필자 말고도 부지기수일 거라고 여겨진다. 그만큼 커피와 현대인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지금도 그 좋은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커피는 우리 문학의, 예술의, 감성 표현의 오래된 도구이며, 매개이다. 지금도 커피를 통한 대화와 교류가 시간과 공간을 격해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커피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그 깊고 오묘한 세계는 더욱 부끄러운 듯 고개 숙여 실체를 숨긴다. 마지막 남은 비밀을 들키지 않으려고 몸부림친다. 그래서 커피는 비교할 수 없는 멋과 맛을 영원토록 간직할 수 있는 불세출의 존재인 거다.

밝고 청아한 햇살로 시작하는 오늘 아침의 명상에도, 아름답고 행복한 기억과 스토리를 담고, 커피 한 잔이 필자의 책상머리를 장식하는 메뉴로 앉아있다. 모처럼 오늘 아침에는 나눔과 베품의 의미를 조용히 되새기며 찬 바람 부는 거리를 내다본다. 따스한 커피의 향을 음미하며 필자 혼자 누리기엔 주제넘은 행복을 공유할 이웃들을 떠올려본다. 필자에게 주어진 나름의 여유와 탤런트를 모두어, 가능하다면 바라는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싶다. 그렇게 이웃한 서로의 체온을 공유하면서 함께 살아가고 싶다. 그게 늘상 작은 불씨처럼 되살아나는 필자의 소박한 바램이다.

필자가 관련되어 있는 봉사단체에는 겨울이 되면서 더 많은 사연과 신청이 접수된다. 도움과 성원을 바라는 각종 이야기들이 필자 뿐 아니라 다른 독지가들의 마음을 시리게 하고, 아련한 아픔에 빠져들게도 만든다. 오늘날에는 먹을거리가 풍족한 시절이라고 한다. 하지만 바로 그 요즘 같은 세상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는 쌀 한 톨이 소중하고 절실한 어르신분들과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아직도 많이 있다. 단체에서 진행하는 ‘도시락을 부탁해’ 캠페인을 통해 반찬을 전달하다 보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부모의 이혼으로, 연세가 많은 할머니와 사는 아이가 있다. 할머니가 힘들까 봐 따뜻한 집밥 대신 맘 조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삼각 김밥과 컵라면을 먹곤 한다. 그나마 결손가정 지원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정을 방문하면서 반찬을 전달하고 있지만 방문하는 집마다 부족하고 채워줘야 될 것이 많다. 우리에게도 쌀 한 톨이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도 부족하면 서로 나누면서 살았다.

‘십시일반(十匙一飯)’, 열 사람이 한 술씩 보태면 한 사람 먹을 분량이 나온다는 뜻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의 우리는 풍족해서 버릴지언정 오늘 내가 가진 것을 나누고자 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의 따뜻한 마음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독거노인 분들이 있다. 그리고 희망을 얻고, 미래를 함께 열 수 있는 우리들의 아이들도 있다. 세상의 모든 가난이나 빈곤을 구제하고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가 속해있는 사회, 조직, 단체에서라도 작은 실천과 솔선수범이 큰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확신으로, 먼저 나서는 용기를 가질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필자의 봉사 단체에서 산동네를 찾았다. 바로 그곳에서 연탄 나눔을 통해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러 나선 것이다. 풋풋한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봉사단체와 지방 대학의 대학생 봉사단이 함께 봉사하게 되었다. 성별도 연령도 제각각인 봉사자들이 모여 조금은 어색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지만, 거기 모인 이들의 마음은 모두 하나다. 작고, 새까맣고, 따뜻한 나눔을 함께 전달하기 위해 거기 모였다.

연약해 보이는 여학생이 묵직한 연탄을 번쩍 들어 올린다. 나눔의 힘으로 들어 올린 연탄은 또래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다시 전달된다. 오토바이도 들어가기 어려운 골목으로 들어가 한 줄로 늘어선 학생들의 얼굴에는 벌써 거뭇거뭇한 연탄 가루가 묻어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빛나는 미소가 이내 덮어 버린다. 연탄 릴레이는 좁은 문으로 들어가, 좁은 공간을 지나자, 작은 연탄을 보관하는 창고가 나온다.

머리를 숙이고서 간신히 들어갈 수 있는 그곳은, 사랑을 전하는 일에는 겸손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가르쳐 준다. 마지막 집에 살고 계시는 한 할머니는 대접할 게 없어 미안하다며 가래떡을 내와 나눠 주셨는데, 가래떡의 하얀 모습과 학생들의 검정 웃음은 피곤함과 힘든 하루를 잊게 해주었다. 이날의 봉사 활동은 학생들에게 따뜻함을 전달했다는 것보다 오히려 이웃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나눔은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함을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눔을 통해 오히려 내가 더 따뜻해지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공황 때 많은 사람이 힘든 삶을 살았다. 정말 많은 사람이 취업을 위해 일자리를 찾아 헤맸으나 일자리를 찾기도 힘들었고, 가난과 궁핍을 벗어나기도 힘들었다. 한 청년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청년의 주머니에는 지폐 한 장 달랑 남게 되었다. 그 돈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빵 한 덩어리를 샀지만 이걸 먹고 나면 내일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던 청년은 구걸하는 노인을 보았다. 측은한 마음이 든 청년은 자신이 가진 전부라 할 수 있는 빵을 반이나 잘라 노인에게 주었다. 청년은 노인이 빵을 허겁지겁 먹을 줄 알았는데, 노인은 지나가던 구두닦이 소년에게 받은 빵의 반을 주었다. 오랫동안 굶은 듯 마른 구두닦이 소년은 노인과 청년에게 ‘감사합니다.’ 라고 인사하고 뛰어갔다. 그런데 빵 냄새를 맡았는지 어디선가 강아지 한 마리가 달려와 뛰어가던 소년의 다리에 매달려 낑낑거리는 것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소년은 자신이 받은 빵의 반을 잘라 강아지에게 주었다. 한 번 빵의 맛을 본 강아지는 이제 가장 큰 빵을 들고 있는 청년에게 달려와 다시 낑낑거렸다. 청년은 강아지와 자신의 처지가 비슷하다는 마음이 들어 남은 빵의 반을 떼어 강아지에게 나눠주었다. 그러던 중 개목걸이에서 강아지 주인의 주소를 확인했다. 청년은 강아지를 잃고 안타까워 할 주인을 만나러 찾아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강아지의 주인은 큰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었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기뻐하던 주인은 청년에게 사례금을 주고, 전후 사정을 들은 후에 이렇게 심성이 좋은 사람이라면 함께 일하고 싶다며 일자리까지 주었다. 우리가 세상을 향해 베푼 나눔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아름다운 나눔이 더해지고 커져서 언젠가 부메랑처럼 우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베풀고, 정을 나눈다면 분명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나눔은 우리를 진정한 부자로 만들며, 나누는 행위를 통해 자신이 누구이며 또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된다.” 라고 한 ‘테레사 수녀’를 기억한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의무경찰을 지원하여 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한 청년은 어머니가 면회 오신다는 세상에서 가장 반가운 소식을 받았다. 장애가 있고 홀로이신 어머니를 뒤로하고 입대를 했기 때문에 그 반가움은 더욱 컸다. 칼같이 다려놓은 제복을 입고 반짝반짝 닦아둔 신발을 신고 기다렸는데 어찌 된 일인지, 면회시간이 끝날 때까지 어머니가 오시지 않았다. 그날 청년은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청년이 교관의 다급한 호출에 면회실에 갔더니 그곳에는 전날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가 앉아 계셨다. 전날 면회를 오시는 중간에 어머니는 소매치기를 당했다고 한다. 가지고 있던 돈과 핸드폰을 모두 도둑맞은 어머니는 택시도 버스도 타지 못하고 밤새도록 걸어서 경찰학교를 찾아오셨다고 한다. 아들을 본 어머니는 부랴부랴 집에서 손수 싸 오신 김밥과 치킨을 황급하게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셨다.

그런데 김밥에서 코를 찌르는 듯한 쉰내가 났다. 더운 날씨에 밤새도록 먼 길을 걸어오면서 김밥이 쉬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가 만든 상한 김밥을 먹으며 “역시 어머니 음식이 최고예요. 정말 맛있어요!” 라고 하얀 거짓말을 했다. 허기사 아들에게 어쩌면 맛있다는 그 말은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 사연을 들은 동기들과 조교, 교관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어머니의 차비를 마련해 줬다.

지금 아들은 전역하고 10년이라는 시간도 훌쩍 지났지만, 그 때 훈훈했던 정(情)과 어머니의 상한 김밥 맛을 결코 잊지 못한다. 아무리 몸이 불편해도, 아무리 날씨가 험해도, 밤새 걸어가는 한이 있어도 자식을 향하는 것이 어머니다. 나의 어머니가 아니라도, 자식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가진 모든 어머니를 마음 속 깊이 존경한다. 자녀들에게는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하늘로부터 받은 선물은 없다. 그러기에 이런 어머니의 마음을 가지고 세상의 모든 자식들을 바라보는 눈길과 마음씨가 있다면 세상은 각박하지도 메마르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래전 어느 척박한 땅을 개간하던 농부가 있었다. 그 땅은 돌멩이와 잡초가 가득한 땅이었다. 사람이 그 돌을 일일이 곡괭이와 손으로 골라내야 하는 정말 쓸모없는 땅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농부에게 걱정이 되어 말했다. “그 돌밭을 언제 개간하려고? 설령 개간한다고 해도 그 땅은 토질이 안 좋아서 농사짓기도 정말 힘들어.” 하지만 농부는 언제나 똑같은 말로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는 아주 특별한 비료가 있습니다. 그 비료를 쓰면 여기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묵묵히 돌밭을 개간하는 농부를 걱정하면서도, 도대체 어떤 특별한 비료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농부가 척박한 그 땅의 개간을 마치고, 그 밭에 작물을 키워 엄청난 수확을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농부를 축하해 주었다. 마을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농부에게 물었다. “이보게, 나에게도 그 특별한 비료를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주게나!”그러자 농부가 말했다. “아! 제가 쓴 비료가 뭐냐고요? 별거 아닙니다. ‘나는 이것 쯤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이 저의 특별한 비료입니다.”

어떤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했다고 생각해도, 돌아보면 뭔가 부족함과 아쉬움이 느껴지는 일이 종종 있다. 혹시 ‘나는 이것 쯤은, 충분히 할 수 있어.’ 라는 자신감의 비료가 부족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우리의 인생을 100% 채울 수 있는 자신감을 찾아보자. 자신의 능력을 믿어야 한다. 그리고 끝까지 굳세게 밀고 나가야 한다. 이것이 변하지 않을 진리이며, 삶의 팁이다. 누구나 명심할 일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르게 처해진 입장에서 자신의 할 도리를 다하고, 다른 사람에게 누가 되는 언행을 삼가는 것이 기본적인 삶의 도리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다스린 후에 다른 사람의 처지나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순서가 맞는 것이다. 어느 날 ‘제 나라’의 ‘경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 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공자가 대답했다.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비는 아비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우면 된다.’는 말이다. 즉, 각자가 자신의 역할에 충실할 때 모든 일이 잘 된다는 뜻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 정말 쉬운 법칙인데, 사람들은 왜 그 법칙을 지키지 못할까? 그 이유는 ‘착각’ 속에 있다. 백성이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왕이다. 그래서 가장 낮은 자리에 있는 것인데 가장 높은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착각이 문제다. 회사의 사장도, 정치인도, 종교인도, 한 집안의 가장도, 자식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장도 직원이 있어야만 존재하는 것, 정치인도 국민이 뽑아줘야만 배지를 달 수 있는 것, 가장도 가족이 있어야만 존재하고, 자식도 부모가 있었기에 태어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기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자신의 역할은 군림이 아닌 존중하고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각자 역할의 본분에 충실하다면 모든 일은 잘 될 것이다.

잊지 말자. 낮은 역할, 높은 위치! 높이 올라가고 싶다면,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대하자. ‘명심보감’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내 몸이 귀하다고 하여 남을 천히 하지 말고, 자기가 크다고 하여 남의 작은 것을 업신여기지 말고, 자기의 용기를 믿고서 적을 가벼이 여기지 말라.”우리 마음 안에는 빛이 있다. 그런데 그 빛은 우리의 고집과 이기심과 게으름과 나쁜 습관들에 쌓여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 빛은 우리 마음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면 그 틈을 통해 밖으로 새나온다. 그것이 웃음이고, 밝은 얼굴이고, 좋은 말이고, 인품이다. 필자는 빛을 안고 촬영하는 역광 사진을 좋아한다. 이렇게 찍으면 빛이 꽃잎이나 나뭇잎을 통과하기 때문에 색과 모습이 섬세히 나타나, 사진이 밝고 따뜻하게 보인다. 마음에서 나오는 빛도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역광이다. 내 안의 조그만 사랑, 감사, 기쁨이라도 얼굴에 나타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침마다 대하는 모닝 커피 한 잔, 그 커피 속에는 필자의 삶이 있다. 꿈이 있고, 소망이 있으며, 사랑이 있고, 추억이 있다. 사람들과의 인연이 소담스레 담겨 있으며, 변치 않는 세월의 약속이 고스란히 스며 있다. 지난 시절의 아름답던 기억들이 녹아 있기도 하고, 다가올 내일의 가슴 뛰는 기다림이 작은 파문 일으키며 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커피에는 음악이 있고, 시가 있고, 미술이 있으며, 진실의 이름으로 커피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지금도 커피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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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 벽에선 모짜르트 초상화
겁많은 고양이처럼 유감스러운 얼굴로
나 노려보고있는 어느 카페에서였다

가을 이별여행 대신 선택한 진한 카푸치노 한잔과
은근한 보사노바 곡조에 취해,

가을이 아주 떠나기 전에....

강렬한 키스 여운 묻어나는 그 커피는
맛이 아니고 느낌이었다

그렇게
어떤 커피는 슬프고 어떤 커피는 기뻤다
어떤 커피는 설레고 어떤 커피는 무덤덤했다
그날의 커피, 그래서 더욱 미어졌나보다

헤어지려하는 사람앞에 놓여있던, 덩그라니
위장 맵싸하니 저려오고, 해서
그 사람보다도 더 쓸쓸했던 악마의 수분
이별의 자리에는 꼭 있어주어야하는
섭섭한 정적의 기포덩어리

눈물 보이지 않으려 체머리 흔들다
카페 나서서
과거로 난 밤길따라 걸어보면,
아스라한 별빛 추억 행복한 가을색 젖어
가슴 남을진대
당신, 차라리 숲으로 가라

보이질 않으니 아예 뜰 필요도 없어
도시의 밤에는 그래서 별 뜨지 않으리니
하얀 억새 바람에 흔들려
밤새 붓이 되며
산자락은 캔버스가 되는 그 숲에 묻혀

별밤 지새워 스케치 하고나면
파란 새벽 틈타 다시금
가을 저무는 카페 들르게 될진대

설운 이별로 간 맞추고
비통에 찬 탄식 거품내어
슬픈 생각만으로 휘저은 커피잔 높이 들어보자
조용한 눈물맛 음미해보자
이 가을 진객의 참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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