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처마같은 산들
눈앞 가로막으며 울퉁불퉁 펼쳐져있어
계곡 절경 병풍인듯 감고 돌더니

실로 웅장한 장관 이룬 폭포 물기둥뒤로
밝아오는 여명 빛무리와
자욱한 물안개
손잡고 흘렀더라

수정처럼 투명한 물살 고인 못가에
버드나무 늘어져 풍류 자아내면
고욤나무가지 멀쑥하게 솟아
좽이질로 잡은 고기망태 걸어두고

뻘밭 산삼캐러 쉼없이 꼼지락대던
정겨운 우리네 인심
오늘은 어디로 갔는고 ?

보리밭 파랗게 이랑지을 무렵이면
새벽마다 안개낀 고샅길에서
흘레붙던 어린날 누렁이
외로이 짖어대고,

눈쌓인 들판으로 삐익삐익 울음소리내며
시치미 매달고 날아오르던
보라매 외다리 꺾여지는
황혼녘 비애로움 낮게 피어나니
쉰 두부 깨문 느낌 잦아들어 아련한 아픔,

앞만 보고 사느라
내가 오염시킨 산하 언저리
기름범벅된 채 먼 수평선 바라보던
뿔논병아리 사진 한장이
내내 지워지지 않아
머리 아프도록 돌고 도는 별천지,

향수가 파노라마로 달리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