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동밖
우리가 운동하는 쪽마당
둘러친 철조망,
그 뒤로 솟은 철망 하나 더,

그 뒤로 한참 높은 망루 시멘트 블록담장,
이어붙은 숲
야트막한 산자락,

그 꼭대기쯤 날 선 가시철망,
그 너머 보이진 않지만
또 있다는 철망 하나,

아무도 드나들지 않는,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우리들의 비무장 지대

몸 불린 까투리 위풍당당하게
꺼병이 대여섯 데불고 마실나온 양
거칠 것 없이
풀더미속 쪼아대누나

자유롭다
평화롭다
여유롭다
한가족인가보다

쪽창살 머리통 맞부비며
우리는 까치발로 쫄로리 늘어서서
구경을 한다

우린 어느새 똑같은 생각들이다
너무너무 보고싶구나
가족, 다들,
무지무지 가고싶구나
그때, 거기,

엄청나게 그리웁구나
그때 거기 가족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