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연 가을의 무게가 사라졌다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바람의 무게처럼
가을은 어느새 사라졌다

쇠잔한 바람은 더이상 펄럭이지 못하여
기운 잃고 쓰러졌으나,
퇴락한 분위기 중에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억 생명력 과장시키던 모래톱위로
무성한 갈대들 웃자랐으나,

나는 기다린다
가을 또다시 돌아오기를 -

찬란한 핏빛 황혼 점점 짙어지더니
물위 반사되자마자
재빨리 흩어지는 붉은 물감 착색되면
발길 닿는 해안마다
홀연 애잔한 굴곡 나타나고,

그 석양 받은 은비색 꽃술
바람에 일렁이는 언덕
억새군락 은빛 유혹도 그냥 지나가면서
마즈막 희망 지피는 바람의 의지는
사라진 가을 그렇듯
거부하고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