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에 담긴
나만의 날들 사라지는 것,
두렵다
모든 생의 순간 어차피 한낱 먼지라 한들
스스로 생 지우며 내 존재
어수선한 꿈으로 남게 하는 일이란....

결코, 결코 내 손으로 할 수 없다

꿈을 꾸는 자이고 싶지
누군가의 꿈 되고 싶지는 않았다
말할 수 없는 외로움 뼛속 깊이 사무치고, 그리고
무섭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아니다, 무엇인가가
무어라 표현해야 좋을지 모를 무엇인가가,
사륵사륵 손가락 사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한없는 무력감의 무서움이다

가라앉은 대기속 눌러붙은 비린내
횟배앓이 일으키고
가망없는 꿈과 그 지하통로의 비린내 사이
앓게 될 나의 고통지수 떠올리며
망상 헤매고 있던 참,

나란히 줄맞춰 단두대로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