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바람 " 詩作 note

사람이 나이가 들고, 삶에 대한 경험이 쌓여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학교에서나 어떤 매개체를 통해서 학습을 한 것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누군가에게 전해들어서 익히게 되는 것도 아니면서, 그냥 알게 되는 것들, 이른바 상식이라고 할 수도 있고 지혜라고도 칭할 수 있는 어떤 것들이 분명 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많이 알면 알수록 사람의 인격이 익어 보인다. 뭔지는 모르지만 그냥 풍기는 느낌이 있고, 보통 사람에 비해 튀는 뭔가가 있어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되고,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의례껏 인기가 좋기 마련이다.

구태여 입 벌려서 스스로를 자랑하고 목소리 높여 내세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직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고, 리더로 추앙받으며 늘 앞에 서서 무리를 이끌게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리더를 앞장세운 조직들이 생겨나게 되고, 조직간의 헤게모니 다툼 또한 자연스럽게 발생되어 서로를 향한 경쟁과 다툼이 쌓여가기 시작하는 것이 진리의 얼굴이다. 그러면서 승자와 패자가 구분되고, 승자의 편에 선 무리들과 패배자의 집단 사이에 생겨난 격차가 겉으로 표출되면서 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와 마음을 잠식해 들어간다.

경쟁은 발전하여 전쟁이 되고, 다툼은 심화되어 돌이키지 못할 처절한 살육을 부르기 시작한다. 그리곤 서서히 파멸과 혼란이 극에 달하면서 사건의 종말은 다가온다. 인류의 역사는 그런 오류와 실패를 반복하면서 쌓여간다. 죽고 사는 모든 문제들은 사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아무것도 아닐진대, 인류가 결사적으로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결국 어떤 결론도 확증도 도출해내지 못한 채 쳇바퀴처럼 돌고 돈다. 참 웃기는 가설이고 허무한 스토리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어째 시작노트가 시시한 헛소리로 시작되는 모양새다.

몇 달 째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지 않다보니 이젠 스스로도 지겹다는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봄이 무르익다 못해, 봄바람도 이젠 불다 지쳤는지 어느새 햇살 속에서는 여름이라는 기운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건만, 봄철 내내 부는 바람에도 씻겨가지 않은 이 지긋지긋한 질병은 다음 절기에도 그 마수를 거두어들이지 않을 기세다.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긴장감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면서, 각오와 다짐에 박차를 가해야 할 듯 싶다.

본래 모든 일의 성상은 끝물이 가장 질기고 험한 법이니, 어렵게 넘어가고 있는 이 극복의 언덕을 무사히 완주할 때 까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면서, 추호라도 빈 틈이 생겨나지 않도록 단단히 자신을 챙겨야 할 것이다. 아직도 지구상의 많은 나라들이 이 여파에 휩쌓여 헤어나지 못한 채 헤매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벗어난 질곡에 다시 빠져서는 결코 안 된다는 철저한 위기 관리 의식이 국민들의 마음 깊이에 각인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한 편으로는 거창한 어떤 사유나 당위성을 제시하면서 명분을 거론할 필요도 없으니 그 이유는 ‘무조건’이고 ‘그냥’이다. 어차피 어떤 상황에서나 가장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이유가 바로 ‘그냥’이라는 말이다. 다른 사람이 좋아지는 백만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멋진 이유를 꼽으라 해도 필자는 ‘그냥’을 꼽겠다.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헐렁한 이유인 ‘그냥’은 논리와 과학이 개입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멋진 이유이다. 이유가 아닌 이유, ‘왠지 그냥 좋다.’ 라는 말이 필자는 그냥 좋기만 하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딱 부러진 이유가 꼭 있어야 할까? 그냥 좋으면 안 되는 걸까? ‘그냥’은 ‘아무 이유 없이’ 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라는 뜻이기도 하다.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이 만든 언어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의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한두 마디 언어로 표현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 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래서 태어난 절묘한 말이 ‘그냥’일 것이다. ‘그냥’은 여유다. 긴 인생을 살면서 자잘한 이유들은 일일이 상대하지 않겠다는 너털웃음 같은 말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 앞에 ‘그냥’이라는 말 하나만 얹어도 우리 인생은 훨씬 더 헐렁하고, 넉넉하고 가벼워질 것이다. 우리 인생에 ‘그냥’이라는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앞으로도 될 수 있으면 많이 많이 사용하련다. 그 이유는 ‘그냥’이다.

미움의 안경을 쓰고 보면 똑똑한 사람은 잘난 체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착한 사람은 어수룩한 사람으로 보이고, 얌전한 사람은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활력 있는 사람은 까부는 사람으로 보이고, 잘 웃는 사람은 실없는 사람으로 보이고, 예의 바른 사람은 얄미운 사람으로 보이고, 듬직한 사람은 미련하게 보이나, 사랑의 안경을 쓰고 보면 잘난 체 하는 사람도 참 똑똑해 보이고, 어수룩한 사람도 참 착해 보이고, 소극적인 사람도 참 얌전해 보이고, 까부는 사람도 참 활기 있어 보이고, 실없는 사람도 참 밝아 보이고, 얄미운 사람도 참 싹싹해 보이고, 미련한 사람도 참 든든하게 보인다고 한다.

행복한 생각을 심으면 행복한 인격이 나오고, 행복한 인격을 심으면 행복한 인생이 나온다. 인생은 작은 선택들이 모여 큰 선택들이 된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계절의 초입이다. 환하게, 즐겁게, 기쁘게 좋은 생각 많이 하면서 힐링 가득한 하루가 되고자 한다면 미움의 안경일랑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사랑의 안경을 쓸 일이다. 이것 저것 재려고 하지 말고 그냥 모든 걸 이해하고 용서하며 웃음으로 소화할 일이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맥없이 늙어갈 것인지 알차게 익어갈 것인지를 가늠해야 할 때인 것 같다.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르신은 존경 받는 사람을 일컫는다. 노인은 몸과 마음이 세월이 가니 자연히 늙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자신을 가꾸고 젊어지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자기 생각과 고집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를 자기 기준에 맞춰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좋은 덕담을 해 주고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는 사람이다. 노인은 상대에게 간섭하고 잘난 체하며 지배하려고 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스스로를 절제할 줄 알고 알아도 모른 체 겸손하며 느긋하게 생활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댓가 없이 받기만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상대에게 베풀어 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활발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 노인은 이제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노인은 자기가 사용했던 물건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그 물건들을 재활용할 줄 아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노인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그 댓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과연 필자는 노인으로 늙어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어르신으로 익어가고 있는 걸까? 황혼에도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괴테’는 노년에 관한 유명한 말을 남긴다. “노인의 삶은 상실의 삶이다. 사람은 늙어가면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상실하게 된다. 건강, 돈, 일, 친구, 그리고 꿈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노년이 되어가면서 괴테의 말을 음미하며, 준비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면 황혼도 풍요로울 수 있다. 그래서 인생은 미완성인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을 바꿔 보자. 담배 한 개비를 가지고 화장실로, 뒤뜰로, 아무도 없는 곳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던 당신의 습관을,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커피부터 마셔야 하루가 시작되는 것처럼 여기던 당신의 모습을 바꿔 보자.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웃어 보자. 별 즐거운 일도 없고,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다 해도 그냥 한 번 웃어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거다.

물론 처음에야 익숙하지 않겠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면 그 웃음은 자연스러워지고, 그 습관을 두 달만 지속한다면 그 웃음은 당신의 고정된 표정이 되어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생각할 때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 웃음이 될 것이다. 삶이라는 무대로 뛰어들기 전 아침마다 지어보는 웃음, 사소한 것 같지만 당신도 알고 있지 않는가? 행운의 신 또한 웃는 얼굴을 가진 사람을 그냥 비켜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멋진 일이다. 그러니 그냥 웃자. 그냥 웃어보자.

빗방울이 한두방울 떨어질 때는 조금이라도 젖을까봐 피하려 한다. 하지만 온몸이 젖으면 더이상 두렵지 않다. 어릴 적, 젖은 채로 빗속을 즐겁게 뛰어다니며 놀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비에 젖으면 비를 두려워하지 않듯이 희망에 젖으면 미래가 두렵지 않다. 사랑에 젖으면 사랑이 두렵지 않다. 일에 젖으면 일이 두렵지 않고, 삶에 젖으면 삶이 두렵지 않다. 두려움이 있다는 것은 나를 그곳에 모두 던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함에 있어 몸을 사리고 있는 건 아닐지 돌아보자. 내가 손해볼까봐, 내 마음이 다칠까봐, 나만 힘든 거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일을 한다. 내게 주어진 삶인데, 누군가와 함께 하지만 업을 짓는 그들의 삶까지 생각함으로써, 정작 복을 짓는 내 몫에 오롯이 젖게 되지 못하지는 않는 건가 싶기도 하다. 무엇을 하든지 거기에 온 몸을 던질 때 마음이 편해지고 삶이 자유로워짐을 느낄 수 있는 건데도 말이다.

필자는 가끔 ‘3초의 여유’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다.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닫기’를 누르기 전 3초만 기다리자. 정말 누군가 급하게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출발 신호가 떨어져 앞차가 서 있어도 클랙션을 누르지 말고 3초만 기다려 주자. 그 사람은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모른다.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3초만 서서 기다리자. 그 사람 식구가 정말 아플지도 모른다.

친구와 헤어질 때 그의 뒷모습을 3초만 보고 있어주자. 혹시 그가 가다가 뒤돌아 봤을 때 웃어줄 수 있도록 말이다. 길을 가다가 아침 뉴스에서 불행을 맞은 사람들을 전하면 잠시 눈을 감고 3초만 그들을 위해 기도하자. 언젠가는 그들이 나를 위해 기꺼이 그리 할 것이니까 말이다. 정말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는 때라도 3초만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자. 내가 화낼 일이 보잘 것 없지는 않을까? 차창으로 고개를 내밀다가 한 아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3초만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어 주자. 그 아이가 크면 분명 내 아이에게도 그리 할 것이니까 말이다.

죄 짓고 감옥 가는 사람을 볼 때 욕하기 전 3초만 생각하자. 내가 그 사람의 환경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해보자. 아이가 잘못을 저질러 울상을 하고 있을 때 3초만 말없이 웃어주자. 잘못을 뉘우치며 내 품으로 달려올지도 모른다. 아내가 화가 나서 소나기처럼 퍼부어도 3초만 미소짓고 들어주자. 그녀가 저녁에 넉넉한 웃음으로 한 잔 술을 부어줄지 모른다. 그렇게 일상에서 3초만 참으면, 그러면서 한 번 더 생각하면 만사의 결과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기억하자.

“행동은 감정에 의해서 일어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행동과 감정은 병행합니다. 행동은 의지에 의해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으나 감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나 감정은 행동을 조정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쾌활함을 잃었을 경우 그것을 되찾는 최선의 방법은 쾌활한 듯이 행동하고 명랑하게 지껄이는 것입니다.” 이 말은 ‘윌리엄 제임스’하바드 대학 교수의 말이다.

즐거운 척, 행복한 척하면 ‘감정’이라는 바보는 진짜 즐거운 줄 알고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즐거워지면 하루의 삶에 몰입하게 되고 그것들이 모여 삶의 성과를 이룬다. ‘척의 비밀’을 활용하여 즐거운 하루가 되기 위해서 특별한 요령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소소하게 펼쳐지는 일상의 즐거움을 그냥 누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스스로의 즐거움에 빠져 들어가면서 그냥 현실을 영위하는 것이 그 비결이다.

우리는 자주 남을 흉본다. 그런데 키가 늘씬한 사람을 흉볼 때는 내 키가 작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얼굴이 예쁜 사람을 흉볼 때는 내 얼굴이 그 보다 못한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똑똑한 사람을 흉볼 때는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르는 나 자신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부지런한 사람을 흉볼 때는 몸도, 머리도 게으른 나 자신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윗 사람을 흉볼 때 내가 그 보다 아랫 사람이기 때문인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흉보는 이유는 가끔, 간혹 질투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게 아니라 자신과 싸우고 있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진 것이다. 사실상 남을 흉보는 건 참 재미있는 일이다. 오래 전 고등학교 시절 방학 때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을 때가 아련하게 생각이 난다. 겨울이었기에 아랫목에 다리 모으고 앉아, 큰 이불 하나 얹어놓고 수다를 떨면서 1번부터 끝번까지 흉보기를 한 적이 있었다.

모두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와아, 흉보기 너무 재밌다아~” 라고 했던 기억이다. 그 후로 가끔 친구들과 그 때 이야기를 하면서 웃곤 했지만, 흉의 근원을 보면 대개는 열등감으로부터 온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것에 대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하는 것에 대한, 내가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누리는 것에 대한 그런 것들. 시야를 달리하면 어떨까? 그가 가지지 못한 것을 내가 갖고 있다는, 그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그가 누리지 못하는 것을 내가 누리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말이다.

과연 그는 나를 어찌 생각하고 있을까? 흉과 건강한 비판과는 그 질이 다르다. 훙은 상대적으로 나 자신을 비참하게 하고 내가 있는 자리를 초라하게 하지만, 건강한 비판은 내 삶에 적용이 되어 발전적인 내일을 제시해 준다.

일본의 유명한 ‘마쓰시타 전기 주식회사’를 창립한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지만 ‘쌍갈래 전구 소켓’을 발명해 성공한 인물이다. 그가 처음으로 쌍갈래 전구 소켓을 특허 냈을 때 주문이 쇄도해 종업원들은 밤샘 작업을 하며 일해야 했다. 하루는 생산에 쫓기던 마쓰시타가 거래처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그는 종업원들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내일 납품해야 할 물량은 오늘 밤 새워서라도 끝내야 합니다. 여러분들 조금만 참고 일해 주십시오.”

그러나 마쓰시타가 총총히 사라지자 생산장의 기계 소리가 하나 둘씩 멈추기 시작했다. “사장님도 안 계신데 천천히 합시다. 일은 내일 해도 늦지 않는다구.” 모두들 사장의 간곡한 부탁은 언제였냐는 듯 밖으로 나가 야구를 하기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서 기계를 돌리던 한 종업원도 일을 단념하고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거래처에 나갔던 마쓰시타가 숨을 헐떡이며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는 이내 안색이 변했다.

“다들 어디 간 거야? 일은 다 끝났나?” 종업원은 재수없이 걸렸다는 마음으로 시큰둥하게 사실을 말씀드렸다. “내가 그렇게 부탁했는데, 내일 일을 하겠다고? 게다가 너마저 나가서 놀겠다는 거야?” 순간 그 종업원은 눈물이 핑 돌았다. 바로 ‘너마저’ 라는 그 말 때문이었다. ‘사장님이 날 그토록 믿고 있었단 말인가?’ 그 한 마디에 감동한 종업원은 마쓰시타의 충직이 되었다. 그 종업원이 바로 훗날 ‘산요 전기’의 부사장을 지낸 ‘구도오 세이이치’였다.

믿음이란 신뢰를 말한다. 신뢰란 누군가에게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다.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은 내 안에서 그를 인정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인정을 받을 때에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한껏 분출해 내게 된다. 때로 그것은 거의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도 한다. ‘나는 너를 이만큼 믿는다.‘ 라는 표현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하게 해주고, 그 기대치에 도달하려는 보상심을 갖게 한다.

대인 관계에 적용을 해 보면 금세 알 일이지만, 인간 관계에서의 가장 크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표현이 바로 믿음이 아닌가 싶다. 바야흐로 5월의 첫 주간을 시작했다. 한 달을 마무리하고, 그동안은 두루두루 새 달 맞이에 바빴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실천을 위한 계획들도 나름 세우고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분주했던 시작의 마음을 정돈하고, 본격적으로 5월을 정복하기 위해 전진하는 발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로운 바람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우리는 그냥 하루의 삶에 성심껏 임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