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 일 때부터
봉화산 참새들은 무지하게 바쁘다

산행객들 꼬이기 전에,
낙엽 쌓인 오솔길 핥아도보고
벌레 잡아 끼니 준비하고
밤 샌 갈증 축일 물을 마시고

식전 댓바람에
할일 참 많고도 많구나

오밀조밀 초겨울 모여 사는
산 비알 요람에서
갓 태어난 어린 새끼참새도
어미참새 심부름에 둥지 나서선
오르락 내리락 일손 거들고

구릉 아래 솔방앗간 어귀
어느새 조반 짓는 연기
몽글몽글 솟아나는
동녘마루 바라기 떼창 한 곡조

길손 오며가며
던져놓은 조약돌 탑 꼭대기는
참새 오락가락
얹어놓은 검불티 집 언저리로
세월처럼 쌓이다 흩날리는데

땅거미 질 때 까지
봉화산 참새들은 엄청나게 분주타

하산객들 되돌기 전에,
이삭 떨군 논바닥 훑어대보고
풀숲 뒤져 먹이 장만하고
밤 샐 추위 달랠 깃털 다듬고

모진 칼바람에
걱정 참 깊기도 하누나

봉화산 참새들 겨울 날 채비로
종일토록 정신 쏙 뺀다
날 가는 줄 모르고
밤 새는 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