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내고 잘라내
다시는 꺼낼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할 삶의 편린들,
그걸 잊고 싶어 시도하는 일탈

문득 하늘 올려다보니
무성히 뻗어나간 나뭇가지
무관심한 척 창공 밝음 막아서지만
은근 들큰한 속내
햇빛 기어이 그 틈 파고드니
눈 마구 때려대다

차라리 그 빛 따가워
얼른 눈이라도 감다, 그저
밤 오기까지만
별 뜰 때까지만, 한참

다시 하늘 바라다보니
두꺼운 바늘로 점점 찍은 듯, 별
눈에 가득 들어서다

햇빛은 진즉 찬란하고 밝았지만
똑바로 마주할 수 없어 고약하고
별빛은 어둠 도움 받은 주제에
차마 밝지도 않아 섧다,
별자리 운세 보여준다며
별똥별로 쏟아지는 눈물조차
한결로 은근해 좋기만 하다

게다가 곁에선
꽉 차지도 홀쭉하지도 못해 애매한 달
희끄무레 밑을 내려다보니
내심 곳곳에서
고롱고롱 올라오는 처연한 감성
잠긴 목울대 울리다

세상 누구와도 어울리지 못한 채
조용스레 빛 가리는 달 처지,
모양새조차 초라한 목숨
왠지 남 같지 않더라만

언뜻 사위 돌아다보니
누리엔 사람이 만든 딱딱한 불빛들
제각각 화사한 척 피어오르다,
자연스럽질 않아 천박하고
은은하지 못해 각박한
이중적 명멸 하릴없이 목도하는 무료함

아직도 잊히지 않는
잊을 수 없는
잊혀서는 안될 그런 어제와 조우하기 위한
현실의 걸음걸이,
푸르른 하늘만큼이나 환하게
웃을 수 있을 그 날에 다시금
별자리 운세 한 번 더 볼까나?